기획 완결 김성수 평론가의 대중문화 읽기

힘들수록 음악으로 소통 ‘초심’에 더욱 집중...감동·힐링, 다시 시작이야!

입력 2020. 06. 18   16:10
업데이트 2020. 06.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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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위기는 어떻게 기회가 되는가?


tvN <더 짠내투어> ·KBS2 <배틀트립> 등
코로나19로 잇따라 중단·폐지 속
JTBC <비긴 어게인> 발상 전환
인천 국제공항·대구 등 찾아
가장 위로가 필요한 곳서 버스킹
진심만 있다면 무한 감동 사실 확인

코로나19의 공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코리아>의 방송 장면.  사진=JTBC
코로나19의 공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는 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코리아>의 방송 장면.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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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들 앞에서 열창하는 크러쉬. 사진=JTBC
대구시민들 앞에서 열창하는 크러쉬. 사진=JTBC

코로나19는 대중문화 전반에 역사상 최악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야만 소비할 수 있고 유통이 성립되는 무대 콘텐츠는 기본이고, 영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다수가 한자리에서 어쩔 수 없는 접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분야에서 심각한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가에서도 이런 사정은 마찬가지인데, 특히 예능계는 다른 분야보다 타격이 큰 상황이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경연을 펼쳐야 하는 프로그램들은 무관중으로 변경되면서 그 매력이 반감되었고, 공개코미디 프로그램은 아예 폐지되거나 출연진들이 객석을 채우게 되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해외여행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촬영을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강제 휴식기에 들어가거나 폐지되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JTBC의 <한끼줍쇼>다. 이 프로그램은 숟가락만 들고 서민들의 집을 무작정 방문해서 저녁을 얻어먹는 포맷이라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프로그램으로 손꼽혔는데, 결국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방송이 중단되었다. 해외여행을 알뜰하게 즐기는 콘셉트인 tvN의 <더 짠내투어> 역시 방송이 중단되었고, 공영방송에서 진행되던 테마 여행 리뷰 프로그램 KBS2 <배틀트립>은 이미 촬영된 분량만 방영되고 4월에 폐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 본래의 기획 의도를 더욱 강화하면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JTBC의 <비긴 어게인>이다.

이 프로그램은, 동명의 음악영화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기획되었는데, 이미 성공한 가수들이 낯선 공간에서 버스킹을 진행하며 음악 고유의 힘을 느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힘은, 음악을 즐기려는 목적도 없는 관객들이 최선을 다해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 앞에서 감동하는 장면이 연출된다는 데 있었다. 관객들은 의외의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만나 치유를 경험하고, 아티스트들은 인지도의 장벽,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내가 사랑했던,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음악이 타국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까지 감동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감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로지 문화콘텐츠만이 할 수 있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극적인 소통을 <비긴 어게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비긴 어게인>은 기획의도를 잃고 표류하는 듯 보였다. 시즌1에서 확인한 가능성은 더 큰 감동이나 도전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해외 로케 장소들만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왜 꼭 해외로 떠나야 하냐는 지적에서부터, 가수들이 제작비로 힐링 여행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있었다. 이는 현장의 아티스트들과 시청자들이 유리되는 현상이라 볼 수 있기에,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해도 제작진들의 각성 없이는 다음 시즌이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긴 어게인>은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위기에서, 음악의 힘에 더욱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위로가 필요한 공간에 국내 최정상 가수들의 버스킹 무대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비긴 어게인>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감행했다. 자기 프로그램의 틀거지를 코로나19의 최전선에 고스란히 앉히는 선택이었다. 필수적으로 당국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거리 두기 공연을 실험할 수밖에 없는 이 선택은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이나 핫 트렌드의 남자 트로트 가수들이 왜 없냐는 비난도 받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발상의 전환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라는 방패가 필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꿋꿋이 이어나가고 있는 시민들의 생활력을 발견하게 했고,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 장치, 퍼포먼스가 없이도 아티스트들의 진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음악은 무한한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특히 이들이 찾아간 곳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들이었다. 첫 방송에서는 ‘인천 국제공항’을 찾았는데, 텅 비어 있는 주차장과 공항 활주로, 여객터미널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지만, 눈물이 날 만큼 힘들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을 발견하는 것은 감동이었다. 2회에서는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를 찾았는데 동산병원의 간호사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피부로 절감하는 시간은 정말 소중했다. 그들이 크러쉬의 ‘잊어버리지 마’를 따라 부르면서 리듬을 맞추다 ‘바람이 부네요’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비긴 어게인>의 새 시즌은 아직 그 성공을 논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이미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일상이 멈춘 가운데에서도 끈끈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서민들, 깨어있는 의식으로 타인을 배려하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더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들을 만나게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었다. 또한, 프로그램의 평가는 텍스트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하게 해 주었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라는 밈(meme)이, 어떻게 역사를 일상과 만나게 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일상을 역사로 기록하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밈이 인간의 생존력을 높여주는 문화적인 유전자라면, 그 유전자가 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시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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