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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가족에게까지 마스크 전달 ‘감탄’

기사입력 2020. 06. 12   16:56 최종수정 2020. 06. 14   09:01

<116> 주인도 국방무관의 인도 리포트

지난 3일 인도  치키차 자선클리닉에서 신봉길(왼쪽 셋째) 주인도 한국대사가 6·25 참전용사 및 보건의료 비정부기구(NGO)를 위해 KF마스크 2만5000장 전달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25전쟁과 인도군

1953년 10월 인도군 3000여 명을 태운 마드라스호는 인도 첸나이항에서 출발해 긴 항해 끝에 인천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상륙허가를 기다렸으나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로 끝내 인천항을 통해 입국하지 못하고, 미군이 제공한 헬기를 이용해 2주 내내 개성 인근의 포로수용소로 이동했다. 이들이 오늘날 인도 육군 내에서 한국여단(Korean Brigade)이라고 불리는 인도 포로관리 부대(Indian Custodian Force)다.

이들은 이후 6개월 동안 개성 일대에 주둔하면서 포로들의 막사를 경계하고, 포로의 의사에 따라 친공·반공 포로로 구분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인도 군인 대부분은 당시 포로수용소의 참혹함과 추위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 말문을 닫거나 마냥 눈물을 흘리기만 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인도로 돌아가는 함정에 포로 76명을 태웠다. 이들은 남북한으로 가기를 거부하고 제3국으로 가기를 희망했던 포로들이다. 이들은 인도 델리에서 수년 동안 체류하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 이동했고, 멕시코로 가기를 희망했던 5명은 결국 멕시코 정부의 비자를 받지 못해 인도 델리에 남았다. 이들 포로의 제3국 이동과 인도에서의 생활 정착을 인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포로관리부대와 별도로 인도 정부는 1950년 10월에 제60공정의무부대(공수 낙하 후 의무지원을 담당) 627명을 파견, 대구·파주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야전병원을 운영하면서 20여만 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3국 외교를 주도했던 인도가 6·25전쟁에 관여한 방식이다.



코로나19와 마스크

주인도 한국대사관에서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와 가족들에게 마스크 2만5000장을 전달했다. 한국 국민의 뜻을 전달받은 그들은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참전용사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고, 이제 참전용사의 2세들이 ‘한국전쟁 참전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참전용사들의 가족에게까지 마스크를 전달했다는 사실에 대해 인도인들은 그저 믿을 수 없다는 감탄사를 토해낸다. 마스크 전달 이전에도 매년 참전용사 가정을 방문해 한국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선물을 전달하고 있으며, 참전용사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을 한국에 초빙하는 행사가 매년 보훈처 주관으로 진행돼 왔다. 잊힌 전쟁에서 자신들을 기억해주는 나라, 이런 나라는 지구 상에 한국뿐이라는 그들의 외침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참전용사를 위문하는 필자.   
 필자 제공




주적에 대한 인도군의 견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주적(主敵)’ 개념을 두고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현재는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도군은 주적을 명시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주적’ 개념에 비춰본다면 중국이 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국방대와 국방참모대학교에는 한국군 영관장교들이 파견돼 있는데, 국방무관이 이들 학교를 방문해 ‘주적’에 대한 인도 장군들과 영관장교들의 생각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설명은 간결하고 명쾌했다. 인도군은 명확히 중국 군대를 적으로 간주하고 훈련하고 있지만, 군대 간 대결을 회피하고 평화를 구축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더 우선돼야 하므로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군인들도 감정적 대립을 회피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인도군과 중국군이 국경지대에서 연대급 부대별로 상호방문 행사를 하고 있으며 양국 연대급 지휘관 사이에 직통전화를 운용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1962년에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배를 경험한 인도군은 수시로 복수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2017년에도 인도의 북동쪽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군사적 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됐고, 2020년 현재도 양국 군은 국경선에서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돌이켜 보면서, 현장에서 고통을 겪을 군인들과 평화정착을 위해서 ‘주적’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던 인도 군인들을 떠올리게 된다.



문민 통치

2015년 한국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 일행이 당시 황진하 국방위원장을 단장으로 해 인도를 방문했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의 국방무관이 의원 일행을 안내했다. 간디 묘소에 헌화를 마치고 이어서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인도 국회의 의장실에 들어섰는데, 국방무관은 의장실에 출입할 수 없다며 경비원의 제지를 받았다. 묘소 헌화를 위해 정복을 착용하고 있던 현역 한국군 육군대령이며, 한국군을 대표하는 외교관인 국방무관이지만 군복을 착용한 군인은 문민 통치의 상징인 국회의장실에 입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 군대는 130만의 대군이지만, 4성 장군이 3명에 불과하다. 각 군의 참모총장만이 4성 장군이다. 3군의 전투력을 통합해 효율적인 군사력 발휘를 위해서는 4성 또는 5성 장군 직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력은 20여 년간 계속됐다.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이를 적극 지지했지만, 군 전체를 지휘하는 단 한 명의 군인은 그 존재 자체로 문민 통치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 앞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국민 1인당 부담 국방비 한국이 인도보다 19배 많아…효율적인 군대 변모 기대해

2020년 우리나라 국방비는 50조, 인도 국방비는 70조 원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인도는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런데 인구수로 보면, 인도는 13.5억 명으로 우리나라의 27배다. 그리고 현역 군인의 숫자로 보면, 인도는 130만, 우리는 60만 명으로 우리의 두 배 정도다. 이 숫자를 기초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부담하는 국방비는 우리가 인도의 19배, 군인 1인당 국방비는 우리가 1.56배 많다. 게다가 인도 국방비에서 군인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조가 넘는데, 우리는 약 2조 원이다. 소위 세계 5위의 군사력이라고 하는 인도보다 우리가 훨씬 더 높은 비율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파키스탄과 대치하고 5000㎞가 넘는 국경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혹한과 혹서의 기후가 공존하고, 사막과 만년설의 산악지대, 인도양과 아라비아해를 전장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광범위한 잠재적 위협과 광활한 작전지역에서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국방예산으로 자국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군대가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만큼 성장한 이면에는 국민의 값진 세금과 응원이 자리하고 있다. 군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강하고 더 효율적인 군대로 변모하기를 기대한다.


김철환 예비역 대령
前 주인도 국방무관
現 국방외교協 인도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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