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량과 왕샹수이 『초한전-글로벌시대의 전쟁과 전법』(미번역)
1999년 中 두 현역장교가 집필… 9·11 테러사건 예견 큰 반향
美 육사·해사 정식 교재로 채택, 현재까지 8개 국어 번역 출판
군사적 대립보다 경제전·법률전·사이버전·테러리즘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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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중국 공군대령 차오량(喬良·현 공군소장 겸 국방대학 교수)과 왕샹수이(王湘穗·현 북경항공항천대학 교수)가 공동집필한 『초한전(超限戰)』은 ‘중국과 같은 나라가 기술적으로 우수한 상대(예: 미국)를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를 연구한 책이다.
책은 군사적 대립보다는 다양한 방법들(경제전, 법률전, 사이버전, 테러리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새로운 전쟁의 개념은 현재도 세계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저자들은 ‘글로벌 시대와 전쟁’을 화두로 독창적인 견해와 논리정연한 사고를 동원해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전쟁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것이 ‘초한전’이라고 설파했다. 이는 종전과 전혀 다른 형태의 전쟁이며 실력이나 무력의 한계를 초월해, 그 강약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 동일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초한전의 정의와 함의:
무력·비무력, 정규·비정규, 군사·비군사, 살상·비살상을 총망라한 전쟁개념
‘초한전’은 소련 및 동구권 붕괴 이후 세계 군사이론에 대한 가장 혁신적이고도 강력한 도전이었으며, 특히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한전’이란 “무력과 비(非)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살상과 비살상 등의 수단을 동원해 적을 최대의 곤경에 빠뜨려서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정의했다. 또한 아군이 소규모 역량을 활용해 적의 보루를 내부로부터 공격해 전략적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며, 비균형·비대칭적으로 적의 중심(重心)을 타격해 목표를 전방위로 장악하는 것이다. 미래에 발생 가능한 생태전·무역전·금융전·테러리즘 등 새로운 형태의 전쟁은 군인 대 군인, 국가 대 국가의 전쟁과 같은 전통적 사고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다.
또한 전장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쟁은 군사적·준(準)군사적·비군사적일 수도 있고, 직업군인 간의 대항일 수도 있고, 민간인이나 전문가가 주체가 되는 신생(新生) 전력 간의 대항일 수도 있다.
초한전 이론의 내용
저자인 차오량과 왕샹수이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미국의 효과적인 승리를 목도한 후 이 책의 집필을 구상했다. 걸프전은 중국에 전례 없는 강력한 충격이었고, 미래의 전쟁이 매우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될 것임을 일깨워 줬다. 또한 1996년 대만해협 위기는 저자들로 하여금 중국이 단기간에 무력으로 미국에 대항할 수 없다면 반드시 비대칭작전 논리를 개발해 필적하는 다른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했다. 그래서 마오쩌둥의 인민전쟁 사상을 기초로 서방의 첨단 과학기술을 결합하고, 모든 극단적인 수단들을 포함한 미래 전쟁의 제반요소를 분석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새로운 전쟁의 양상을 조망해 냈다.
『초한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부 전쟁원칙을 제외하고는 모든 한계를 타파하자는 것이 초한(超限) 사상의 본래 의미이며, 그 원칙도 특수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깨질 필요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쟁 중에는 어떠한 한계도 초월해 무한(無限) 수단으로 유한(有限)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초한전’의 사상적 핵심이다.
‘초한전’이 다른 전법과 가장 다른 점은 어떤 한계도 초월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모든 수단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수단들은 과학기술·경제·법률·심리 등의 여타 요소들과 결합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연이어 발생한 비군사적 전쟁 행위(해커침입, 정보파괴, 금융테러, 언론위협, 생화학전 등)는 『초한전』에서 제기한 24종의 전법(도표) 중 단일 또는 다중 조합으로 모두 해석이 가능하다. 또 현재의 모든 군사적 또는 비군사적 행위도 ‘초한전’ 사고로 그 전법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초한전’이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은 “전쟁에서 최상의 방법은 적의 계략을 깨뜨리는 것이고, 그다음은 적의 외교관계를 공격하는 것이며, 그다음이 군대를 공격하는 것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그중 가장 하책이다(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라고 했다.
현대전에서도 비무력적인 수단, 예를 들어 경제·정치·언론·과학기술 등의 방법으로 적에게 위력을 가해 최소의 투자로 최고의 효과를 얻는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방책이다. 향후의 전쟁은 결코 무력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최소의 대가로 최대의 이익을 취하고, 나아가 탄력적인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는 전쟁의 가장 이상적인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초한전에 대한 평가
중국에서는 『초한전』이 ‘중국인의 군사 경전’ ‘중국 군사전략 필독서’ 등으로 불리며 독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특히 출간 2년 후 발생한 ‘9·11 테러 사건’을 정확하게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현대사에서 중국인이 서양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평가했다.
파비오 미네 이탈리아 육군참모총장은 “현대 중국의 전략적 사고에 관한 특수문헌으로 당대 최고의 명작”이라고 했고, 프랑스의 미셸 장군은 “독창적인 사상으로 21세기 전쟁을 전망하고 인도하는 우수한 이론”이라고 했다.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의 에산 아하리 교수는 “중국 공산당 체제와 고유의 군사문화를 전쟁이론 속에 녹여서 ‘초한전’ 사상을 빚어냈다”고 했다. 『초한전』은 현재까지 영어·일어·불어·이탈리아어 등 8개 국어로 번역, 출판됐다.
20세기 말의 시점서 21세기 전쟁 전망
1999년 중국의 현역 장교들이 집필한 『초한전』은 20세기 말의 시점에서 21세기 전쟁을 전망하면서 “앞으로의 전쟁은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살상과 비살상 등의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이것이 현실로 그리고 진행형으로 증명되고 있다.
출간 당시 미국의 정보기관과 서구의 여론은 『초한전』을 두고 “미국을 파괴하려는 중국의 마스터 플랜” “서방에 대한 ‘더러운 전쟁’의 청사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가 이 책을 각각 필독서와 정식 교재로 채택하고, 또 미군이 이 책의 내용을 작전수칙에 포함함으로써 미국은 『초한전』의 새로운 전쟁에 대한 혁신적 사고를 재평가하게 됐다.
또 ‘초한전’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군사용어로 보편화됐다. 현재 ‘초한전’은 중국에서는 ‘정보화 국지전 승리’ 전략방침의 지주 이론 중 하나로서 계속 보완 발전되고 있고, 세계 군사학계와 각국에서는 이 ‘동양의 비대칭작전 이론’을 심층적으로 연구 및 활용하고 있다.
■ 필자
조현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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