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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병원서 3교대 하며 환자 돌봐… 감사 편지에 피로 눈 녹듯 ‘스르르’

안승회

입력 2020. 04. 27   16:24
업데이트 2020. 04.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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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 현장에서 <9> 해군포항병원 간호장교 장근창 소위


38일간의 사투 마치고 복귀
레벨D 방호복 차림 근무
항상 땀으로 흠뻑 젖고
마스크 탓 통증 심했지만
격리 환자 더욱 가까이서
돌보지 못한 아쉬움 남아 

 
‘거리 두기’ 경각심 가질 때
수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감염병 전문병원 ‘제 역할’
코로나19 종식된 것 아냐
자신과 주변 사람들 위해
마스크 착용 잊지 말아야 

 


3월 4일부터 4월 10일까지 38일간 국군대구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한 장근창 해군소위가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   해군 제공
3월 4일부터 4월 10일까지 38일간 국군대구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한 장근창 해군소위가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모습. 해군 제공
국군대구병원에서 장근창 소위를 비롯한 신임 간호장교들이 선배 간호장교로부터 의료지원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해군 제공
국군대구병원에서 장근창 소위를 비롯한 신임 간호장교들이 선배 간호장교로부터 의료지원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해군 제공
장근창 해군 소위.    

 해군 제공
장근창 해군 소위. 해군 제공
장근창(뒷줄 왼쪽 다섯째) 해군소위가 국군대구병원 휴게실 앞에서 동료 간호장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해군 제공
장근창(뒷줄 왼쪽 다섯째) 해군소위가 국군대구병원 휴게실 앞에서 동료 간호장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해군 제공

“너는 내 아들이지만 국가의 아들이기도 하니 국가에 헌신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자들을 위해 네 소임을 다하거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 졸업과 동시에 대구로 향했던 장근창 해군소위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어머니께서 해주신 이 말씀에 용기를 얻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소위는 국간사 60기 동기생 74명과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38일간의 국군대구병원 파견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장 소위는 27일부터 해군포항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 소위는 해군포항병원 부임 첫날 국방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 다시 돌아가 코로나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장 소위는 국간사에서 임관 전 교육을 받으며 3월 9일로 예정된 임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대구에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하고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임관식이 일주일 앞당겨졌고, 급하게 대구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간호장교로서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국군대구병원은 지난 2월 23일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당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밀물처럼 병원으로 몰려들었다. 신임 간호장교들은 국민을 살려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대구로 달려갔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의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것이다. 22세 청년 장 소위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감염병과 사투를 벌였다.

장 소위는 낯선 대구병원에서 주간·낮·야간 3교대로 근무하며 환자 입원 수속, 병동 음압체크, 투약 및 복약 안내, 폐기물 처리, 스테이션 환경소독, 지정시간별 환자 체크, 퇴원 간호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하루 평균 15명의 환자를 돌봤다. “레벨D 방호복 차림으로 두 시간 근무하고 두 시간 쉬고 다시 두 시간 근무하는 식으로 하루 여덟 시간씩 일했어요. 상황이 긴박했던 만큼 처음 열흘 동안은 열두 시간씩 2교대로 근무했습니다. 방호복 안은 항상 땀으로 젖었고, 고글에 습기가 차 힘들었어요. 마스크 때문에 코와 귀에 통증이 심했지요. 나중엔 스킨테이프도 붙이고 요령이 생겼습니다.”



육체적 고통보다는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장 소위를 더 힘들게 했다. “병동 자체가 격리실 개념이었고 출입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환자들과 문자나 전화로 소통해야 했습니다. 환자들의 문제를 직접 만나서 해결해드리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보람을 느낀 순간은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퇴원한 환자로부터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죠.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환자들을 보살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 소위는 국군대구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군대구병원이 감염병 전문병원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밤낮으로 노력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100병상도 되지 않던 대구병원을 짧은 기간에 300병상으로 확장해 환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병상이 마련됐어도 의료지원 인력들이 병원 운영 프로토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생겼을 것입니다. 의료인뿐 아니라 방역을 담당했던 수많은 장병과 의료기사 등 모두의 노력이 더해졌기에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장 소위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시간이 흐를수록 느슨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자칫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봄나들이로 외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시더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조금 더 힘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의료진들의 희생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장 소위는 ‘남성’ 간호장교의 존재를 여전히 낯설어하는 대중의 인식에 대해선 “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해 임관하고 나면 여성 동료들과 같은 임무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수행하게 된다”며 “남자라는 성별보다는 한 명의 간호장교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소위는 새로운 근무지에서 임무 수행을 시작하는 간호장교로서 각오의 말을 남겼다.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집단 생활이 주를 이루는 군에서의 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함대에서 근무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 해군 함정 방역 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또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안승회 기자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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