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8> 에티오피아 참전영웅 부즈네쉬 옹
강뉴부대원으로 6·25 참전 불패신화
티본고지 사수 한국 정부 부대표창
군인연금 5만 원으로 딸·손녀 부양
단칸방 판잣집 양철 지붕은 물 새
유치원도 못 보내는 현실 잠 못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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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한빛부대 11진 장병들이 셧다운 국가를 피해 에티오피아 항공 전세기편으로 지난 3월 28일 무사히 입국했다. 또 마다가스카르 교민과 카메룬에 파견됐던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단원들의 퇴로도 에티오피아가 열어줘 안전하게 귀국길에 올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30일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남수단의 한빛부대 장병들이 에티오피아 항공 전세기로 무사히 귀국했다”며 사의를 표했고, 아비 총리는 “언제든 한국이 도움을 청하면 남수단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철수도 돕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코로나19의 지구촌 확산 공포에도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 대한민국의 혈맹, 에티오피아와 인연은 6·25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엔으로부터 물자 지원과 파병을 요청받은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흔쾌히 참전을 결정했고, 황제 근위대를 주축으로 한 지상군 강뉴(Kagnew)부대를 세 차례에 걸쳐 3518명을 파병했다. 강뉴부대는 6·25전쟁에서 253전 253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쓰며 적에게 극한의 공포와 전율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 123명이 전사하고 53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포로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죽거나 부상당할지언정 살아서 포로로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역만리를 건너온 구릿빛 피부의 전사들은 후퇴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북쪽 6·25전쟁 참전용사 마을 굴렐레에 사는 부즈네쉬(86) 옹도 용맹했던 전사 중 한 명. 그의 사전에 죽음은 있어도 후퇴나 패배란 없었다.
황제 근위대 신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부즈네쉬 옹은 굴렐레 판자촌에서도 가장 낡고 허름한 집에서 늦둥이 딸 메크다스(28), 손녀 나세트(4)와 함께 불행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부인은 오랫동안 기관지 질환을 앓다 5년 전 세상을 떠났다. 제대로 약 한번 못 써보고 안타까운 임종을 맞았다.
“평생 죽을 고생만 하다 눈을 감은 아내만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져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그래도 자꾸 죄책감과 미안함이 불쑥불쑥 가슴에 치밀어 올라요. 살아생전 잘 해주지 못해서,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 게 한(恨)이죠.”
19세의 앳된 소년 시절 전쟁에 뛰어든 부즈네쉬 옹은 요즘 말로 ‘뼈군인(뼛속까지 군인)’이다. 강뉴부대 3진(1953년 4월 16일~1954년 7월 10일)으로 참전해 귀국한 후에도 콩고 내전 등 각종 전쟁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웠다.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그는 휴전협정을 앞두고 전선에 투입됐다. 당시 전선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미7사단 32연대에 배속된 부즈네쉬 옹은 5월 중순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요크·엉클고지가 있는 갈화동-덕산리 일대 주 저항선에서 티본고지의 중공군 69사단과 총부리를 맞댔다. 5월 19일 가랑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강뉴 전사들은 요크고지 전방 개활지에 15명의 정찰대를 매복시켰다. 새벽 0시20분경 매복대를 우회한 1개 중대규모 중공군이 요크·엉클고지에 대한 포위공격을 감행해 매복대는 완전 적진에 고립됐다. 적의 첨병이 10m 앞까지 접근해 오자 매복대는 일제히 집중사격을 실시했고, 동시에 후방의 중대장에게 탄막사격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중공군도 각종 포격을 집중해 요크고지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포격으로 장애물이 파괴되고 유선마저 두절돼 중공군 일부가 고지로 기어오르기 시작했고 진지에서 처절한 아비규환의 백병전이 전개됐다.
“탄약은 바닥났고 요크고지가 위기에 놓이자 매복 소대장은 후방 지원대에 집중사격을 요청했죠. 잠시 후 우리 포병의 무차별 포격에 혼비백산한 중공군이 티본고지 쪽으로 후퇴하면서 요크고지는 현재 한국 땅으로 남아 있죠.”
‘불사조’ 강뉴부대는 이 전투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책임감으로 중공군을 격퇴한 공로가 인정돼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부대표창을 받았다. 이후 요크·엉클고지 일대에서 역사적인 휴전을 맞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전쟁영웅 부즈네쉬 옹도 70여 년 세월은 거스르지 못했다. 세상 무서울 게 없었던 그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채 초라한 늙은이로 전락했다. 그렇게 당당하던 그가 군인연금 5만 원으로 세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니. 늦둥이 딸 메크다스는 아버지와 네 살배기 딸 나세트를 돌보느라 경제활동은 꿈도 못 꾼다. 메크다스의 직장 동료였던 나세트의 아버지는 메크다스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종적을 감췄고, 메크다스는 한순간에 미혼모가 됐다.
부즈네쉬 옹의 세 가족이 사는 판잣집은 거실 겸 부엌이 딸린 자그마한 단칸방이다. 너덜너덜해진 양철 지붕에선 물이 줄줄 새고, 한쪽 벽은 작년 우기 때 비가 들이쳐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화장실이 없어 동네 공중화장실을 이용한다.
부즈네쉬 옹에게 손녀 나세트는 삶의 버팀목이자 희망이다. 할아버지 말동무인 나세트는 올해 4살로 유치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유치원은 엄두도 못 낸다. 가난이 일상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유치원 입학에도 상당한 재력과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나세트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 부즈네쉬 옹은 먼발치에서 손녀의 꿈을 응원하며 힘닿는 데까지 돕고 싶다. ‘배움’만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죽고 참전용사 연금이 끊기면, 딸과 손녀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에요. 집도 고치고, 손주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아 요즘 밤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혈맹’인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김용호 기자
● 후원 방법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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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체리블렛 사인 앨범 당첨자
김성기(강원 인제군) 배서현(서울 노원구) 임지혁(경기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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