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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을 뚫고 신속 제설작전 적을 이기고 완전작전 지속 미래 꿈꾼다 자기계발 만전

김상윤 기사입력 2020. 02. 26   17:42 최종수정 2020. 02. 26   17:47

2 육군25사단

철책 정밀점검에 나선 상승대대 GOP 장병들이 이른 아침부터 실시된 제설작전으로 눈이 깨끗하게 치워진 남방한계선 철책 순찰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2월의 목적지는 서부전선 GOP 완전작전을 수행 중인 육군25사단 예하 해룡연대 상승대대였다. 공교롭게도 취재 전날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2월 중순에 맞이한 올겨울 첫 ‘눈다운 눈’이었다. 폭설은 취재 날 아침에도 계속됐고, 부대 주둔지 일대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겨울 혹한의 비무장지대(DMZ)를 제대로 체험해볼 진귀한 기회를 준 하늘이 감사하면서도 야속했다. 글=김상윤/사진=조용학 기자


제설작전의 기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체온측정을 거쳐 민통선을 넘었다. 눈 덮인 대자연의 풍경을 넋 놓고 감상하는 것도 잠시, 차창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만으로도 한기가 밀려왔다. GOP 일대에서는 제설작전이 한창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병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전술도로 위에는 이미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단 몇 시간 만에 제설작전이 완벽히 마무리된 것이다. 알아보니 제설차량도 동원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람 손으로 모든 눈을 치워냈다고 했다.

DMZ 일대에 폭설이 내리면 신속한 제설은 최우선 임무 중 하나가 된다. 최전방 현행작전 부대로서 항상 물자·병력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 단순한 제설작업이 아닌 제설작전이다. 그만큼 방식이 전술적·체계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총 3선으로 이뤄진 제설 진형. 가장 선두인 제1선에 선 장병들은 송풍기를 들고 강한 바람으로 눈을 날리며 전진한다. 제2선 장병들의 무기는 빗자루와 넉가래다. 송풍기가 남기고 간 눈을 퍼내고 쓸어낸다. 마지막 제3선은 염화칼슘을 살포한다. 꼼꼼하게 뿌려줘야 길이 얼어붙지 않는다.


남방한계선 철책선 상의 한 고가초소에서 상승대대 GOP 장병이 방한복을 착용하고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GOP 완전작전과 1% 장병들

전반적인 지형을 살펴보기 위해 관측소로 향했다. 서울·대전·평양 등 한반도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푯말이 보였다. 대전보다도 평양이 훨씬 더 가까웠다. “저기 있는 것이 북한 GP입니다.” 공보장교가 철책 너머를 가리키며 지형을 설명했다. 이곳이 남북이 대치하는 GOP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라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태극기와 유엔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고가초소에 올랐다. 철책 사이에 펼쳐진 눈 덮인 DMZ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추위를 잠시 잊었다. 고가초소에는 주간에도 상시 병력 배치가 이뤄졌다. 두 용사가 방한복을 단단히 착용하고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황의겸 일병은 대한민국 1%가 되고자 GOP 복무를 자원했다. 초소를 내려오는 길, 황 일병이 공보장교를 향해 경례하며 말했다. “단결! 완전작전 계속 완수하겠습니다!”

GOP 완전작전은 GOP부대에 부여된 다양한 임무들에 무결점 작전을 유지함을 의미한다. 대대는 지난 2015년 GOP 경계전담부대로 임무를 시작한 때부터 이날까지 무려 1529일 동안 GOP 완전작전을 지속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1%인 장병들이 완벽하게 수행하는 하루의 임무가 매일 새로운 완전작전 기록으로서 역사에 남겨지고 있는 셈이다.


혹한 속에 흐르는 구슬땀


관측소를 떠나 ○○통문 쪽으로 걸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추위였다. 이동 중 DMZ 내 거수자 식별 상황을 가정한 상황조치 훈련 현장을 볼 수 있었다. 훈련 상황이 부여되자 장병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가파른 전술도로 위를 내달렸다. 장병들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 혹한 속에서도 완전작전 완수를 위한 장병들의 투지는 불처럼 뜨거웠다. 현행작전 중심의 GOP 부대에서도 교육훈련은 이뤄진다. 적 지상·공중 침투, 귀순, 포격 도발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전방 GP와 연계한 DMZ 차단작전 등 상황조치 위주의 훈련이 진행된다.

조금 더 걸어가니 통문이 보였다. 철책 안쪽에서 아이젠을 착용한 장병들이 통문 방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몇 시간 전 DMZ에 투입된 수색대원들이었다. 철책 주변에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장병들이 상급부대 승인을 받고 통문의 이중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수색대원들은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전술적 움직임을 유지한 가운데 통문을 통과했다. “헉헉” 거친 숨을 내쉬는 수색팀장 고동혁 중사에게 다가가자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숨 막히는 실전의 긴장감 속에서 10㎏에 달하는 군장의 무게와 싸우며 몇 시간을 걸어온 대원들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추위에 벌벌 떨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중대 GOP 영상감시병들이 상황실에서 감시카메라 등 과학화 경계 시스템 장비들이 보내오는 영상을 주시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와 실전의 무게

다음으로 북한 GP로부터 불과 수㎞ 떨어진 곳에 있는 ○○중대를 찾았다. 중대는 구(舊) GP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외관이 작은 요새 같았다. 상황실을 둘러봤다. 실내 경계작전의 긴장감도 야외초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상황실 전방 비디오 월(Video Wall)을 기준으로 가장 앞줄에는 영상감시병이, 둘째 줄에는 TOD 감시병이, 마지막 셋째 줄에는 상황유지 간부와 용사가 앉아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모두가 감시카메라 등 과학화 장비가 보내오는 화면에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삑삑!” 상황실에 설치된 경보기에서는 주기적으로 ○○색 불빛과 함께 경보 소리가 울렸다. 이 색깔의 불빛은 감시카메라의 흔들림 등을 감지한 것으로 상황병이 즉시 이상 유무를 확인해 보고한다. 미세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의 우수한 성능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송기환(대위) ○○중대장은 “전역 때까지 불규칙한 수면 시간을 견디고 외출·외박도 못하는 우리 GOP 용사들이 안쓰러우면서 대견하다”며 “이곳에서 이뤄지는 작전은 100% 실전이기에 지휘관으로서 모든 선택에 큰 무게감을 느끼며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25사단 수색대대 대원들이 DMZ 내부 수색작전을 마친 뒤 남방한계선 철책 통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제설작전을 할 수 없는 DMZ 내부의 눈밭을 헤치기 위해 대원들의 발에는 아이젠이 채워져 있다.


철책에 대한 주인의식

지난해 해룡연대, 상승대대, ○○중대는 제대별로 가장 우수한 부대임을 뜻하는 ‘선봉부대’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렇게 연대-대대-중대까지 하나의 연대에서 선봉부대가 모두 나오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편. ○○중대를 이끌고 있는 홍영종(대위) 중대장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홍 중대장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도”라고 답했다. 육군에서 가장 먼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도입된 부대 중 하나로서 운용 능력이 고도로 숙달돼 있고, 감시장비의 세부적인 설정 등 여러 측면에서 풍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는 설명이다.

홍 중대장은 GOP 완전작전 완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성실함’을 꼽았다. 매일 똑같은 임무가 끝없이 반복되는 GOP의 특성상 나태함을 경계하고 정신적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홍 중대장은 평소 장병들에게 “철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학화 장비 도입 이후 철책 일대에 상시 병력 배치는 줄었지만, 그렇다고 장병들의 마음까지 철책을 떠나선 결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홍 중대장은 매일 밤 반드시 도보로 야간 경계근무 중인 전 야외초소를 순찰하며 장병들의 임무 상태를 점검한다. 이는 중대장으로 부임할 당시 자신과의 약속이었고, 지금까지 계속 지켜지고 있다. 이렇게 멋진 군인일수록 완벽한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기란 참 쉽지 않다. 홍 중대장은 “둘째 아이가 얼마 전 태어나 한 살”이라며 “소중한 아내와 아이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 늘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일과를 마친 GOP 장병들이 소초 병영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활용해 인터넷 영상 강의를 듣는 등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


영글어가는 청춘의 꿈

해질 무렵 장병들의 병영생활을 살펴보고자 ○○소초에 들렀다. 소초 안에 설치된 농구장에선 장병들의 반코트 농구경기가 펼쳐졌다. 승패는 중요치 않았다. 장병들은 함께 웃으며 땀 흘리는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오진호(중위) 소초장이 소초 전 장병들을 소집했다. 감사 나눔 운동의 하나로 매일 진행되는 ‘칭찬 릴레이’ 시간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고도 오전 제설작전에 앞장선 김정훈 상병을 칭찬합니다.” “황규호 상병 칭찬합니다. 후임에게 아낌없이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를 빌려줬습니다.” 오 소초장이 감사 쪽지를 하나씩 읽어나가자 때로는 박수가, 때로는 폭소가 터졌다.

칭찬 릴레이가 끝나고, 몇몇 장병들은 잠시 짬을 내 자기계발에 들어갔다. 토익 문제집을 풀고 있는 신재현 상병은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고 있었다. 전역 전 토익 점수 900점 획득이 그의 단기 목표다. 신호영 일병은 피아노 코드 관련 책을 읽고 있었다. 잠시 접었던 음악의 꿈을 군대서 다시 불태우게 됐다고 한다. 고고학자가 꿈인 이기한 일병은 한자 공부를 했다. 군에 입대하고 짧게라도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GOP에서도 장병들의 미래를 향한 꿈은 튼실하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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