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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인터넷 사각지대’ 없애라

기사입력 2020. 02. 05   16:52 최종수정 2020. 02. 05   16:54

<76> 인공위성 스타트업 ‘원웹(OneWeb)’

르완다 열악한 환경 본 창업자 와일러
‘인터넷으로 디지털 격차 없애겠다’ 다짐
저궤도 소형위성으로 인터넷망 촘촘히
소프트뱅크 등 1조 원 이상 투자 확정
에어버스와 협정 위성 900개 이상 계획 



창업자 그레그 와일러. 이미 컴퓨터 사업으로 수백억 원을 손에 쥔 그는 또 다른 삶의 목표로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르완다에 인터넷을 보급하기 시작한다. 이후 전 세계의 모든 ‘디지털 낙후 국가’를 위해 인터넷망의 저변을 확대하는 ‘위성 인터넷’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1조 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고, 그가 세운 원웹의 기업가치는 3조 원을 넘겼다.       원웹 제공


원웹의 위성. 원웹의 위성은 크기가 세탁기만 한 소형 위성으로 1200㎞ 상공의 저궤도를 돈다. 저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와 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 송수신 시간이 더욱 짧고 빠른 데다 제작 비용도 더욱 적게 든다. 원웹 제공

원웹의 위성을 실은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원웹의 소형 위성 제작 비용은 약 6억 원으로 일반적인 대형 위성 제작 비용인 3000억 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원웹은 대형 위성보다 이러한 소형 위성을 여러 대 만들어 지구 둘레 곳곳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웹 제공

한국은 인터넷 사용률 96%, 스마트폰 사용률 94%로 세계에서 정보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인터넷이 조금이라도 단절되는 순간, 뉴스 속보로 보도될 정도의 정보화 국가인 한국에서 인터넷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전 세계의 50% 이상 인구는 인터넷에 접속조차 하지 못한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를 모두 연결하겠다는 원웹의 미션은 이러한 ‘디지털 격차’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그레그 와일러는 학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뒤 1994년 컴퓨터 메인 프로세서에서 열을 끌어내리는 방열판을 개발하며 미국 보스턴에 사무실을 차렸다. 컴퓨터 주변을 박스로 장식해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일에 매진했고, 유명 컴퓨터 회사인 델과 휼렛패커드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사업을 성공시켰다. 결국 5년여 뒤인 1999년, 회사는 1억 달러(약 1200억 원)에 매각됐고 그는 2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수백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공황에 빠졌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에 큰 영감을 주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더 큰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스쳤다. 2002년, 마침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르완다 대통령실 비서실장과의 만남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르완다는 1994년에 발생한 내전으로 무려 100만 명 가까이 사망하고 200만 명의 난민이 생겨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작은 데다,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르완다는 천연자원은커녕 인접한 바다조차 없어 오로지 ‘기술’과 ‘지식’에 기대야 했다. 젊은 청년 사업가에게 르완다 정부는 ‘미래’를 논의했고, 와일러 역시 화답했다. 기아와 에이즈가 만연하는 아프리카에 ‘인터넷’을 설치해 지식을 보급하자고 다짐했다. 그는 텔레콤 회사의 경영자로 취임해 르완다 전역에 케이블을 깔고 아프리카 최초의 3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0여 개가 넘는 학교에 인터넷도 설치했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대부분 위성은 20여 년 전에 발사돼 노화됐고, 발사될 위성이 발사대에서 폭발하는 데다 정전이 잦아 꾸준한 전력공급이 필수적인 인터넷망이 불안정했다. 이렇다 보니 가격 역시 안정되지 않아 인터넷 보급이 쉽게 확대되지 못했다.

이후 그는 O3b라는 위성회사를 설립, 르완다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 전역을 위한 ‘위성 사업’을 시작했다. 12개의 위성을 발사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터넷망을 확충했다. 이후 구글에 입사해 위성 프로젝트팀의 임원으로 일하다 ‘모두의 인터넷’을 위한 ‘원웹(OneWeb)’을 2012년 설립했다. 저궤도로 작은 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의 저변을 더욱 확대하는 사업이었다. 이번엔 통신환경이 좋지 않은 지구 상의 모든 이를 위한 인터넷망을 완성하기 위해 더 작은 위성을, 더 많이, 지구와 더 가까운 거리로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원웹은 세계적인 항공그룹 에어버스와 협정을 맺고 소형 위성 900기 이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소프트뱅크·버진그룹·퀄컴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전 세계 디지털 격차 해소’라는 원웹의 취지에 동참하며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확정했다. 원웹은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을 설치·연결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창업자 와일러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성장하는 세상에서 물리적으로 이를 따라갈 수 없다면, 적어도 ‘기술’로써 이러한 격차를 줄여줘야 할 의무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은 노력이 르완다를 조금이나마 양지로 끌어올렸듯이, 더 많은 인터넷 빈곤 국가들을 새로운 세상과 연결해 주는 것이 이들을 경제적 성장으로 이끄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믿는다. 현재 인터넷 위성 시장에는 원웹 외에도 구글·아마존·스페이스X·페이스북 등이 뛰어들었다. 인터넷 강국 한국에선 당연한 일상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절반의 국가들에 언젠가는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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