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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순 한 주를 열며] 한 주를 열며, 새해를 열며

기사입력 2020. 01. 03   16:50 최종수정 2020. 01. 03   17:18

독 고 순 한국국방연구원 부원장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으레 한 해의 크고 작은 계획을 세워본다. 신년 계획 세우기는 초등학교 겨울방학 과업으로 시작돼서 성년이 되어서까지 지속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년의 계획을 바랐던 대로 마무리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그 실천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더는 계획을 세우는 일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많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계획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계획의 수립이 가장 필요하고 활발한 분야는 국방의 영역이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방 분야야말로 그 임무의 치명적 중요성으로 인해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중삼중의 철저한 대비계획이 요구된다. 더욱이 대규모 인적 자원의 육성 및 관리와 고기술의 복잡한 전력체계 건설 및 운용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방 분야에는 타 분야보다 상당히 많은 중장기 계획 문서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수많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세움에도 어려운 부분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국방과 관련된 중장기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우 어렵다. 국제 질서 속 위협의 변화 방향과 정도를 감지해야 하고 국방 과학 기술의 발전 정도나 국내 여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또 설령 전망을 통해 과제를 염출했다 하더라도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을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당면한 위협과 과제에 집중할 것인지, 중장기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배분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획의 수립과 성과의 평가, 여건의 재반영을 통한 계획의 보완 과정을 거치면서 계획은 점점 확고한 현실로 가시화된다.

개인이 삶의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사회에 속해 있지만 우리가 선배들의 삶과 상당히 다른 삶을 살아왔듯, 후배들 역시 우리가 걸어온 길과는 상당히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것이 어떤 모양일 것인지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성이 높고 복잡한 변수들로 가득해 쉽지 않다. 또한,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목표와 계획에 따라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보다는 늘 하는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기도 하다. 주어진 현업에 묻히다 보면 인생의 장기적 목표나 신년의 계획들은 멀어져간다. 흔히 작심삼일,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말하지만, 사실 그런 사정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이 온통 빠르고 복잡하다. 이 변화의 속도와 치밀한 체계 속에서 당장 개인의 입지가 너무 좁아 보인다. 스스로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에도 국가의 존망과 번영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국방 계획을 수립하고 미래를 준비해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과 내가 가진 자원들을 돌아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기준으로 하여 나의 현재를 돌아보고, 나의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천천히 돌아보는 생각의 시간이 새해를 여는 지금 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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