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과 게임 시즌2

아차! 지뢰 터지면 게임 끝

입력 2019. 12. 05   14:53
업데이트 2019. 12. 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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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게임 속 지뢰


찾기 어렵고 해체는 더욱 어려운 무기
적 진격을 유효하게 지연시키는 기능
실전 지뢰 운용 개념과 비슷하게 반영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다루는 게임도 

 

윈도 기본 ‘지뢰찾기’는 실제 지뢰는 아니지만, 한 번 건드리면 게임 끝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필자 제공
윈도 기본 ‘지뢰찾기’는 실제 지뢰는 아니지만, 한 번 건드리면 게임 끝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필자 제공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 지뢰는 중요한 길목에서 적(敵) 지연, 중형 차량에 대한 가성비 높은 손실 강요라는 면에서 실전 지뢰 운용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필자 제공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 지뢰는 중요한 길목에서 적(敵) 지연, 중형 차량에 대한 가성비 높은 손실 강요라는 면에서 실전 지뢰 운용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필자 제공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유닛 벌처가 만드는 스파이더마인은 그 효용이 발굴된 이래 강력한 무기로서의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필자 제공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유닛 벌처가 만드는 스파이더마인은 그 효용이 발굴된 이래 강력한 무기로서의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필자 제공

실제 전장에서 지뢰는 표정 없는 냉혹함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는 무기로 활용된다. 사람의 발목을 노리는 대인지뢰, 무거운 차량만 폭파하는 대전차지뢰는 모두 피아(彼我)를 식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후 처리가 무척 어려운 무기가 됐다. 수많은 국가가 이런 ‘눈먼 지뢰’의 위험을 고려해 새로운 방식을 지뢰에 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뢰는 그 섬뜩함 때문에라도 활용도가 높은 무기체계다. 쉽게 찾기도 어렵고 해체는 더욱 어려운 지뢰가 만들어내는 지뢰지대는 그 자체로 적의 진격을 유효하게 지연시키는 기능으로 주목받는다. 전장에서 여전히 유효한 지뢰 개념은 여러 게임에서도 그 의미를 드러내며 활약 중이다. 그중에는 실제 지뢰만큼이나 강력한 경우도 있는 반면 지뢰라는 콘셉트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사례도 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전장의 지뢰보다 더 익숙하게 만나는 지뢰도 게임에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지뢰
‘스타크래프트’의 스파이더마인


징병제로 대다수 남성이 지뢰 교육을 받은 대한민국이라지만, 군용 지뢰보다 더 익숙하게 자주 쓰이는 지뢰는 ‘스타크래프트’의 스파이더마인(Spider Mine)일 것이다. 공전의 히트작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진영의 호버바이크 유닛인 벌처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설할 수 있는 스파이더마인은 벌처 1기당 3개가 주어졌으며, 땅에 심으면 적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다가 적이 다가올 때 튀어나와 달려가 자폭하는 방식의 무기다.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에는 일일이 수동으로 심어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벌처라는 유닛 자체에 대한 비선호 때문에 조명받지 못했으나, 이후 게임의 전략이 발전하면서 스파이더마인은 테란 진영 운용에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하기에 이르렀다. 벌처, 시즈 탱크, 골리앗과 같은 팩토리 체제 유닛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카닉 테란’에서 벌처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파이더마인 또한 유의미한 활용 전략에 들어간 것이다.

별도의 가스 자원을 쓰지 않으면서도 벌처 1기당 3개씩 주어지는 스파이더마인은 실제 지뢰 운용처럼 지뢰지대를 만들어 적의 섣부른 기동을 차단할 수 있었고, 기습적인 벌처 드롭을 통해 적 일꾼 지역에 스파이더마인 대폭발을 일으켜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별도의 탐지수단이 없으면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현실의 지뢰가 갖는 개념이 꽤 많이 녹아 들어간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2차 대전 대전차지뢰의 의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본격 밀리터리 시뮬레이션 게임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시리즈에서 지뢰는 1, 2편을 통틀어 상당히 유용한 무기로 등장한다. 실제 군사교리를 최대한 비슷하게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게임 속 지뢰는 실전에서의 지뢰 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드러낸다. 주로 진영별 보병들에 의해 설치되는 지뢰는 대전차지뢰다. 보병보다 제작에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가고 훨씬 많은 유지비를 소모하는 대신 강력한 전선 돌파력을 보유한 각 진영의 전차와 전투차량을 노리는 지뢰는 게임 안에서 주로 아군 주요 기지로 향하는 진입로 입구에 집중적으로 매설되며, 적 전투차량의 기동력을 감소시키거나 아군의 대전차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비단 기지 입구뿐만 아니라 전차 등 차량이 지나가기 좋은 길목 곳곳이 손쉬운 지뢰매설의 현장이 된다. 철조망이나 모래주머니 방벽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하고 들어올 수 있는 전차라도 지뢰매설이 의심되는 곳은 함부로 전차를 밀어 넣을 수 없다. 값싼 비용의 지뢰에 최신 중형 전차를 잃는 것은 동일한 자원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게임 속 전황에선 치명적인 가성비 손실이기 때문이다.


폴아웃 그리고 ‘지뢰찾기’


핵전쟁 아포칼립스를 다루는 게임 ‘폴아웃’ 시리즈에서 지뢰는 플레이어의 무기이면서 동시에 현장의 곤혹스러운 장애물로 등장한다. 임무를 받아 해결하러 간 현장에서 만나는 지뢰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게 위장돼 있고, 밟는 순간 정말로 플레이어의 신체에 심각한 장애를 남기기 때문이다.

평시에는 그저 걸어 다닐 뿐이기에 조심하면서 지뢰에 집중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적과의 교전처럼 급박한 상황에 부닥칠 때다. 적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안전할 것 같은 공간에서 뜻밖에 다리가 부러지는 상황을 만나는데, 그제야 ‘아차! 지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늘 그 위험성을 경계한다지만, 막상 급박한 상황이 되면 경황없이 뛰다가 지뢰에 피해를 보는 경우는 비단 ‘폴아웃’ 시리즈뿐만 아니라 실전에도 암시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런저런 지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은밀한 암살자 같은 지뢰의 무서움에 섬뜩할 수도 있지만, 정작 지뢰가 등장하는 게임 중에 가장 유명한 게임은 뜻밖에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게임이다. 윈도 운영체제(OS)를 써봤다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지뢰찾기’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실전에서 목숨을 걸고 지뢰지대를 개척해 나가는 것과는 사뭇 방법도 의미도 다르긴 하지만, 여전히 한 번 터지면 게임 끝이라는 맥락은 윈도 ‘지뢰찾기’에서도 이어진다. 게임이나 현실이나, 언제나 조심해야 할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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