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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단골손님 칭기즈칸, 등장만으로도 강렬하다

기사입력 2019. 11. 28   16:34 최종수정 2019. 11. 28   16:40

공포의 대명사이자 악명 높은 전쟁광이거나, 혹은 … 고난 딛고 선 세계 최대 제국 군주이거나

45 칭기즈칸이 등장하는 게임들

 
유목민 특유 기동성·기병전술 활용
한 시대 풍미했던 칭기즈칸
주인공이나 조역으로 자주 등장
비중이 크든 작든 심리적 위상 커
‘문명’ 시리즈 거의 대부분 출전
‘몽골리안 인베이전’ 공포의 상징 

 

‘문명’ 5·6편에 등장하는 칭기즈칸. 정겨워 보이는 얼굴과 달리 옆 나라가 되면 무척 골치 아픈 일들이 벌어진다.  필자 제공

2008년 미국의 한 군사 잡지에서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위대한 장군 100인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를 총망라하는 집결 편에 가까운 이 선정에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장군들이 즐비하다. 54위의 이순신, 88위의 하인츠 구데리안, 10위의 한니발 바르카 등을 뚫고 1위를 차지한 장군은 누굴까? 사실 이 퀴즈는 전혀 어렵지 않다. 누구나 칭기즈칸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칭기즈칸.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실상 유라시아 전 대륙을 일통(一統)하는 대제국을 건설한 유일한 군주이자 장군. 대살인마부터 위대한 장군까지 악평과 찬사를 극과 극으로 받는 이 인물의 이야기는 야사부터 시작해 팝송에 이르기까지 숱한 매체를 통해 오랫동안 다뤄진 바 있다.

당연히 전쟁과 역사를 꽤 자주 주요 주제로 다루는 디지털게임에도 칭기즈칸과 그의 몽골군은 나름의 비중을 차지한다. 칭기즈칸이 주인공이 돼 등장하는 게임부터 그저 조역 수준에 머무르는 게임까지 비중은 다양하지만, 어떤 경우더라도 그와 그의 군대가 차지하는 심리적 위상만큼은 결코 뒤처지는 법이 없었다. 오늘 글에서는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이 다뤄진 여러 게임을 한 번에 살펴보고자 한다.


‘문명’ 시리즈의 전쟁광

인물과 그 인물이 이룬 제국의 역사를 가장 넓고 긴 시각에서 조망하는 게임은 아무래도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일 것이다. 본 게임 자체가 역사와 문명이라는 주제를 두고 인류사 전체를 한번에 훑어내는 방식이다 보니, 칭기즈칸과 몽골 제국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 또한 가장 폭넓게 제시되는 편이다.

정식 넘버링으로 6편에 이르는 게임에서 칭기즈칸과 몽골은 거의 모든 시리즈에 출전했으며, 콘셉트 또한 단 한 번의 흐트러짐 없이 일관적이다. 정복으로 일어나 정복으로 승리하는 문명과 캐릭터가 몽골과 칭기즈칸이다.

AI로 등장할 경우 플레이어 옆의 칭기즈칸은 언제나 공포의 존재로 자리한다. 아무리 평화로운 플레이를 위해 외교를 걸고 친해지더라도 중세를 지나면서 쏟아지기 시작하는 몽골 궁기병은 대부분 나의 국경을 향해 달려온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아군의 군사력을 항상 몽골 이상으로 유지하며 무력시위를 통해 침공 의지를 눌러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산업이나 경제, 문화 발전에 쓸 자원이 모자라는 상황을 겪는다. 이웃의 칭기즈칸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서 몽골이 중세 전성기에 이르기 전에 꺾어두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 러시를 통해 성장세를 꺾는 것은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한 플레이는 아니다.


공포의 그 이름: 유럽 침략의 대군주


중세 유럽의 전쟁을 주 테마로 다루는 ‘미디블 토탈워’에서 몽골은 직접 플레이 가능한 세력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공포의 악명이 두드러지는 방식으로 출연한다. 서기 1000년부터 시작하는 게임은 처음엔 기존 유럽의 왕국끼리 투닥투닥하며 진행되지만, 100턴이 지나는 시점에 갑자기 동쪽에서 ‘몽골리안 인베이전’이라는 이름으로 이벤트가 뜨며 공포의 서막이 열린다. 거점 도시도 없이 동쪽 평원에서 갑자기 등장한 몽골군은 20개의 부대 유닛을 모두 엘리트급 병종으로 가득 채운 채 동유럽 어느 도시 한 곳을 향해 진군을 시작한다. 만약 한 도시라도 이들에게 점령당한다면 곧 몽골은 세력을 불리기 시작하며 유럽 전역을 향해 퍼져나간다.

동시대 군사 유닛을 압도하는 몽골의 기병은 손쉽게 처리하는 방법이 드물다 보니 동유럽 쪽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에겐 몽골 인베이전 이벤트가 공포의 순간으로 자리매김한다. 다행인 것은 역사적 고증을 따라 몽골의 일반 보병은 무척 약하게 나온다는 점과 해전을 위한 함선 유닛이 심하게 빈약해 몇몇 해협을 막으면서 말려 죽이는 플레이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성이 그나마 약하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야전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기회를 보는 편이 적절한 대응이다.


‘푸른 늑대와 흰 사슴’:주인공 칭기즈칸

코에이의 역사시뮬레이션 시리즈인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시리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코에이 삼국지’와 비슷한 방식으로 칭기즈칸의 일대기를 다룬다. 당연히 주인공은 칭기즈칸이다. 시리즈는 칭기즈칸이 몽골 고원에서 소규모 부족을 이끌던 고난의 시기부터 몽골을 통일하고 세계제국을 향해 진출하는 대원정의 시기까지를 골고루 그려낸다.

앞선 두 게임과 달리 칭기즈칸이 주인공 포지션을 갖다 보니 몽골군 특유의 강력함이 공포로 다가오는 경우는 아니다. 오히려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시리즈는 칭기즈칸으로 플레이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상황들이 나타나면서 대제국의 창업군주 또한 험난한 시기를 겪었음을 보여준다. 옹 칸이나 자무카 같은 칭기즈칸 청년기에 몽골 대륙을 지배하던 세력들 사이에서 주요 인물들을 영입하고 군사력을 키우는 과정은 다른 코에이 시리즈에 비해서도 결코 만만한 난도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후반부의 중국·유럽 원정 또한 원정의 길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통해 대제국의 건설이 손바닥 뒤집듯 이뤄진 과정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푸른 늑대와 흰 사슴’ 시리즈는 주인공으로서의 칭기즈칸 또한 주어진 탄탄대로를 편하게 걸어 성공한 것이 아님을 역설한다.

워낙 압도적이었던 몽골 제국의 창업군주였기에 대체로 칭기즈칸은 공포의 이름으로 각인되며, 게임에서도 주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적이라는 포스를 통해 최종 보스급의 이미지를 갖는 경우가 많다. 도시 기반의 정주 문명과는 달랐던, 유목민 특유의 기동성과 이를 활용한 기병전술 및 보급전략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몽골과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그 면면을 다룬 여러 게임을 하다 보면 더 복합적인 이해로 플레이어 안에 자리하게 된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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