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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 60초 전!…생명줄을 챙겨라

기사입력 2019. 11. 21   16:18 최종수정 2019. 11. 21   16:39

(44) 60초! 
 
방공호 대피까지 우선순위대로 물건 확보해야
귀 찌르는 사이렌 소리와 어질러진 집안 혼돈 부추겨
가족·물·라디오 등 못 챙겼다간 앞날 암담
극단 상황서 살아남는 법 코믹한 그래픽으로 풍자
군대서 강조하는 ‘철저한 준비’ 중요성 일깨워 
 
핵폭발 경보 후 주어진 60초 안에 플레이어는 최대한 가족과 물건을 챙겨야 한다. 혼란한 상황에서 우선순위대로 물건을 챙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 제공
지하 방공호에 들어왔다고 게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네 가족의 식량과 멘털,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구조를 향해 살아남은 이들은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활용하며 버텨 나가야 한다.

처음으로 원자폭탄이 세상에 그 위력을 선보인 이래 많은 나라의 군대와 군대를 넘어선 민간영역에서는 핵과 방사능 공격에 대비한 생존요령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 실전에서 실제로 핵공격을 만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고 다른 공격에 비해 만날 확률도 물론 적지만, 화생방 훈련 중 방사능 대비 훈련을 하다 실제로 핵공격이 터지는 상상을 하다 보면 섬뜩함을 지울 길이 없다. 
 
몇 가지 기본행동요령은 몇십 년 전에 배운 내게도 기억난다. 핵폭발의 강렬한 빛을 직접 보지 않아야 하고, 강한 진동으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 입을 벌려야 한다. 핵폭발에 대비하는 자세도 기억나는데, 손으로 눈과 귀를 막고 핵폭발의 반대 방향으로 엎드리되 가슴과 배가 땅에 닿지 않도록 팔꿈치로 엎드리는 정도이다.

그러나 그정도만으로는 당연히 핵폭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최선은 핵폭발을 사전에 감지하고 폭발 전에 준비된 핵 대비 방공호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다. 핵 발사를 감지하고 경보를 전파해 사전에 준비된 대피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결코 길 수 없지만, 그 찰나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후의 생존이 갈린다는 점에서 그 시간의 중요성은 쉽게 간과하기 어렵다.


60초 안에 가족과 물품을 챙겨라!


2015년 첫선을 보인 인디 어드벤처 게임 ‘60초!’의 제목은 게임 초반을 지배하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을 가리킨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바로 핵공격 경보를 받는다. 평화롭던 플레이어의 집 안에 경보가 울리면서 바로 지하 방공호 문이 열리고, 플레이어는 핵폭발 전까지 주어진 단 60초 안에 최대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챙겨 방공호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60초는 짧다. 그러나 게임 안에서 주어진 60초는 물리적 시간 이상으로 짧다! 당장 집안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20초는 써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 번에 플레이어가 들고 갈 수 있는 물건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물통 네 개, 통조림 네 개 정도밖에 한 번에 들지 못하는 상황에 필요한 물건은 단지 물과 음식만이 아니다.

귀를 찌르는 사이렌 소리로 혼란한 속에 어질러진 집안은 더욱 혼돈을 부추긴다. 널브러진 가구와 물건들 때문에 플레이어 캐릭터의 움직임은 계속 덜컥거리며 느려진다. 지도, 도끼, 총, 의약품 같은 한눈에 봐도 필수품인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은 널려 있지만, 우선순위를 계산하다 보면 결국 못 가져갈 물건이 넘쳐난다. 정신없이 복잡한 집안을 뛰는 와중에 아차 하면 60초는 바로 오버되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그런 정신없는 과정 속에서 챙겨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가족이다. 핵 경보가 울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하는 가족들까지 플레이어는 직접 물건 옮기는 것처럼 들어다 방공호로 옮겨야 한다. 두 자녀는 각각 두 칸, 아내는 세 칸을 차지하는 통에 가족 세 명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충분히 모자란다. 가족은 버리고 가면 바로 죽기 때문에, 그리고 가족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가족애의 문제를 넘어 방공호 안에서의 플레이에 활용할 인원수 제한으로 이어지기에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문제에 봉착한다.


철저한 준비만이 생존을 보장한다


어찌어찌 60초 안에 가족과 생존용품을 챙겨 방공호에 들어갔다고 게임 ‘60초!’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게임은 방공호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핵폭발로 인해 완전히 오염된 지상으로 한동안 나가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플레이어는 가족들과 함께 방사능 낙진의 시기를 버티며 구조대를 기다리거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만약 라디오를 챙겨 들고 오지 않았다면 당장 첫날부터 앞날이 암담해진다.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방독면이 방공호 안에 없다면 중간에 밖에 나가 상황을 알아보기도 어렵고, 가지고 있는 물과 식량이 떨어져도 보충하러 나가는 게 쉽지 않다. 만약 가족들이 다 들어오지 못했다면 밖에 나가거나 방공호를 지킬 사람도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가족들 모습들은 다소 코믹한 그래픽을 통해 풍자되지만, 게임 ‘60초!’는 핵폭발 이후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농도 짙은 비유를 통한 강의를 풀어낸다. 물과 식량이라는 기본물품뿐 아니라, 오래 갇혀 있는 상황을 타개해 가는 과정과 그 결론은 게임의 과정과 엔딩을 통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과정은 웃음기와 과장을 빼고 본다면 실제 핵폭발 이후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임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결국 ‘철저한 준비’라는 점일 것이다. 미리 방공호 안에 많은 물품을 쟁여 두었다면, 평소 집안의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잘 파악해 두었더라면, 가족들 모두가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을 숙지했더라면 ‘60초!’가 다루는 상황은 아예 게임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늘 군대라는 조직이 ‘준비’의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다르지 않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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