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세계 전사적지를 찾아서

분쟁의 땅 카슈미르 테러, 어린 학생도 시위

입력 2019. 11. 19   16:52
업데이트 2019. 11. 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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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인도(하)


1947년 시작된 분쟁 수차례 전쟁으로 이어져…최근엔 이슬람 무장단체에 경찰 46명 목숨 잃어
7대 불가사의 ‘타지마할’ 자이푸르 ‘암베르성’ 등 고대 찬란한 역사유적 비해 현재는 너무 낙후 

 

카슈미르 테러사건 규탄시위에 참가한 인도 학생들.
카슈미르 테러사건 규탄시위에 참가한 인도 학생들.

인도는 주변국 파키스탄·중국·네팔·부탄·방글라데시·미얀마·스리랑카와 약 1만5200㎞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 삼면 바다는 동에는 벵골만, 서는 아라비아해, 남으로는 인도양으로 약 7516㎞의 긴 해안선을 가졌다. 핵보유국 인도는 미국·러시아와의 군사·외교적 유대 강화를 통해 전쟁억제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부 카슈미르 국경 지역은 파키스탄·중국과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수시로 테러가 발생한다. 인도는 광대한 국토에 걸쳐 서로 다른 종교, 극심한 빈부 격차, 높은 문맹률, 전근대적 신분제도 등 이질성과 다양성을 갖춘 복합적인 사회다. 하지만 최근 많은 한국기업이 인도에 진출하면서 우리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인도인을 분노케 한 카슈미르 테러사건

지난 2월 14일, 이슬람 무장단체 자살특공대가 카슈미르에서 이동 중인 인도 경찰 차량으로 돌진했다. 무려 46명의 경찰관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테러단체를 지원했다고 의심되는 파키스탄 응징을 요구하는 시위로 인도 전역이 들끓었다. 어린 학생부터 시민단체 회원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언론은 연일 테러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월 26일 오전 3시30분, 인도 미라주 전투기 편대가 응징 차원에서 파키스탄 ‘바라코트’ 테러리스트 캠프를 폭격해 200~300명을 살상했다. 다음 날에는 파키스탄 F-16 전투기의 인도 공습으로 양국 간 공중전까지 벌어졌다.

문제의 땅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영국 총독은 각주의 자유의사로 인도 혹은 파키스탄을 택하도록 했다. 인도는 대부분 이슬람교도가 거주하는 카슈미르의 지역 실세들을 회유해 카슈미르 상당 지역을 영토로 편입시켰다. 이후 수차례 전쟁을 치렀지만, 인도군이 승리했다. 90% 산악인 이 지역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한 22만㎢. 현재 주민은 파키스탄령에 380만 명, 인도령에 820만 명이 살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는 인도군 병사

알리(Ali)는 뉴델리 여행사의 관광안내자 겸 운전기사다. 고향은 인도 남쪽 뭄바이 근교 시골인데 아내가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네 자녀를 키우고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한 후, 그는 회사 차 안에서 잠을 잔다. 뉴델리의 높은 방값을 자신의 급여로는 감당할 수 없단다. 매달 아내에게 꼬박꼬박 송금하면서 교통비가 아까워 1년에 한두 번 집에 가곤 한다. 고교 졸업 후 수차례 군에 자원입대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불합격의 결정적 요인은 ‘O자 다리’였다. 하지만 사회적 배경이나 인맥으로 입대하는 경우도 허다하단다. 인도군 병사 급여가 자신의 월급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군에 관심이 많은 그는 뉴델리 군사시설 및 훈련소 위치, 장병 특혜 등에 관해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심지어 동절기 혹한·강설로 모든 보급이 중단되는 카슈미르 주둔 병영생활까지 이야기한다. 인구 13억6600만여 명에 140만 병력을 유지하다 보니 정병 육성이 가능한 것 같았다. 알리 설명을 듣고서야 국경 지역에서 만난 인도군 병사들이 한결같이 체격이 좋고 당당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이푸르 교외의 암베르 성 전경.
자이푸르 교외의 암베르 성 전경.

인도 북부 ‘골든 트라이앵글’ 군사역사유적

인도 북부 델리를 포함해 남서부의 ‘아그라’ ‘자이푸르’ 관광명소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뜻밖에 이곳에는 관광지 외에 근대 성곽, 식수 저장시설, 무기 전시관들이 많이 있다.

‘올드 델리’는 B.C. 3000년경에 존재했다는 전설 속의 도시 ‘인드라 프라스타’를 기원으로 생겨났다. 무굴제국시대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로 옮긴 후, 인도 중심도시로 부상했다. 특히 17~19세기에 축조된 견고한 붉은 요새의 성곽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성곽 외부 10m 이상의 깊은 해자, 15~20m 높이의 2중·3중의 성벽은 완벽한 방어거점이다. 또한, 구도심에는 적 포위전에 대비해 수백 년 전에 만든 거대한 식수 저장탱크까지 있었다.

인도 옛 수도 ‘아그라’는 뉴델리에서 기차로 3~4시간 걸리는 남쪽에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면서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타지마할이 있다. 순백의 대리석 건물은 태양 각도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빛깔이 달라진다. 무굴 황제의 부인 ‘뭄타즈 마할’ 추모 무덤인 이 건물은 이탈리아·프랑스 기술자와 2만 노동자가 22년 공사 끝에 1648년 완공했다. 특히 주변 12개국에서 인력으로 운반해온 다양한 고급 자재를 사용할 정도로 무굴제국은 강대했다.

트라이앵글의 서쪽 꼭짓점 ‘자이푸르’에는 인도의 대표적 산성 왕궁인 ‘암베르 성’이 있다. 험준한 산꼭대기의 왕궁 방어를 위해 주변 산 능선을 따라 만리장성 같은 견고한 성벽을 축성했다. 특히 왕궁은 고지 하단부의 넓은 연못에서 계단식 급수시설로 물을 끌어올려 장기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처럼 선조들의 찬란한 역사유적을 가졌지만, 오늘날 인도는 너무나 낙후돼 있다. 폐차장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낡은 시외버스는 승객들을 짐짝 취급한다.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서 있는 승객 사이를 차장은 용케도 비집고 다니면서 차비를 받는다. 운전기사까지 기막힌 곡예 운전으로 승객들을 구석으로 밀어 넣으면서 차장의 이동을 도와주곤 했다.

아그라의 관광명소 타지마할 전경.
아그라의 관광명소 타지마할 전경.

오지 체험 불사하는 열정적인 한국 여행객

자이푸르에서 멀지 않은 인도 서북쪽에 ‘푸쉬카르’라는 조그마한 촌락이 있다. 큰 호수를 중앙에 둔 이 마을은 인도 7대 성지 중 한 곳이다. 매년 축제 기간에는 힌두교 순례자와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소 떼들까지 곳곳에 비치된 여물통에서 느긋하게 만찬을 즐긴 후 순례에 동참한다. 하지만 호수 주변에 쌓여 있는 소 배설물이 신성한 호수를 오염시킬 것 같아 염려됐다.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야산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10여 명의 한국인을 만났다. 여행사가 숙소 예약, 길잡이 지원만을 하는 자유여행팀이다. 인근 사막에서 낙타 여행 후 네팔~부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갈 예정이란다. 또 마을 전통시장에서는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 학생들도 수시로 보였다.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세계 오지 체험까지 즐기는 열정적인 한국인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신종태 통일안보전략硏 연구원>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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