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19) 육군11사단 포룡여단 청룡대대  이재욱 병장

입력 2019. 11. 19   15:04
업데이트 2023. 08. 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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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나는 지금 자랑스러운 군인”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19) 육군11사단 포룡여단 청룡대대  이재욱 병장

 

자신감이 자만으로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여겼는데
파병 신청 탈락에 여친과도 헤어져
분대장이 내민 손 잡고 기운 내
체력 특급 달성… ‘모범 운전병상’도 

 
리더급 크리에이터 꿈꿔
건축학 전공한 경험 살려
국가기술자격검정 연이어 합격
전역 후 소르본대학 교환학생 목표


육군11사단 포룡여단 청룡대대 이재욱 병장이 다음 달 있을 실내건축기능사 실기 시험을 앞두고 부대 내 자기계발실에서 건축 관련 실무연습을 위해 제도판에 평면도를 그리고 있다. 홍천=조용학 기자
육군11사단 포룡여단 청룡대대 이재욱 병장이 다음 달 있을 실내건축기능사 실기 시험을 앞두고 부대 내 자기계발실에서 건축 관련 실무연습을 위해 제도판에 평면도를 그리고 있다. 홍천=조용학 기자

 

 

상상하던 군 생활이 아니었다. 의지했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자 도피처로 해외 파병에 지원했다. 미미한 스펙을 자만했다. 어차피 떠날 몸, 부대원들과도 무관심했다. 동아줄 같던 파병의 계획도 무산됐다. 그야말로 인생 최대 난관에 부딪혔다. 그때 그를 지켜봐 온 선임이 손을 내밀었다. 대화를 통해 힘을 얻고 나아갈 길을 모색, 군인다운 군인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전역을 10여 일 앞둔 지금, 자랑스러운 군인이 됐음을 자부한다. 

 

 
입대 그리고 인생 최대의 고비

육군11사단 포룡여단 청룡대대 대형차량운전병 이재욱(23) 병장은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공부도 꽤 잘해 국내에서 손꼽는 명문대에 진학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은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군에서도 똑같이 대접받을 거라 믿고 지난해 4월 9일 입대했다.

“서울과 가까운 부대에서, 같은 운전병이라도 좀 편한 보직을 받아 군 생활하길 원했었습니다. 그런데 전입 온 부대는 야전부대에서 가장 힘들고 운전병이 가장 대접받지 못한다는 포병대대였죠. 편하고 쉽게 군 생활하자는 제 계획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년 넘게 교제해 온 여자친구와도 이별했다. 이 병장은 힘든 시기를 탈출할 도피처로 남수단 한빛부대로의 파병을 택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마음대로 안 됐다.

그는 “입대 전 캐나다에서 1년 반 거주한 경험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통역했던 작은 스펙을 근거로 합격을 확신했다”면서 “더 이상 부대에 남아 있지 않을 거란 확신에 선임은 물론 부대원들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만 생각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감’이 ‘자만’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병부대원 선발에서 탈락한 것이다.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았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느끼기만 할 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때 분대장인 김민욱 상병(현재 대대 전문하사로 근무)이 손을 잡아줬다. 당시 김 상병은 체력은 물론 주특기, 사격, 인성,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부대원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 상병의 말에 믿음이 갔다고.

“선임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며 제 군 생활의 롤 모델이 돼 줬어요. 어쩌면 이 위기가 훗날 기회가 될지도 모르고, 이렇게 포기한다면 떠난 여자친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아 군 생활을 어떻게든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군인다운 군인으로 거듭나다

이 병장은 가장 먼저 체력부터 키웠다. 김 상병과 함께 매일 뜀걸음 3㎞,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를 했다. 벤치프레스, 턱걸이 등 다양한 운동도 병행했다. 그 결과 일병이 되기 전, 대대 체력측정에서 유일하게 체력 특급을 달성했다. 이후 사단 종합측정, 군단·여단 측정 등 총 6번의 체력 측정에서 특급을 달성하며 계속 체력 특급을 유지했다. 영점조차 못 잡던 사격도 반복숙달한 덕분에 이제는 20발 중 20발을 맞히는 수준이 됐다. 태권도 1단도 취득했다.

주특기인 대형차량 운전도 마스터해 일병이 끝날 때쯤, 인원 수송을 담당할 수 있다는 A급 운전병도 됐다. 훈련에도 최선을 다해 지난 1월 대대 전술훈련평가(ATT)에서 포대장 표창을 받았다.

또래 상담병에도 선발됐다. 전입 초반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던 부대원들에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다 보니 겸손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 자랑보다 포용하고 경청했다. 롤 모델이던 김 상병이 병장이 돼 전문하사로 임관을 앞둔 시기, 그가 뒤를 이어 분대장 임무를 이어갔다. 이렇듯 일취월장한 운전 실력과 분대장·또래상담병 역할, 우수한 체력과 인성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운전병의 날 행사에서 ‘모범 운전병상’을 받았다.


군隊는 군大다! 자기계발에 충실하다


이 병장은 대학에서 건축학(설계)을 전공했다. 건축 설계는 실무가 중요하다. 군대에서 실무 위주로 편성된 국가기술자격검정(국기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 계발에도 열중해 지난 3월 건축도장기능사 시험에 이어 실내건축기능사 필기시험에도 합격했다. 지금은 다음 달 있을 실내건축기능사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전반적인 건축 관련 공부도 병행, 군 e-러닝을 통해 대학에서 1학기 원격강좌였던 과목을 수강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지상작전사령부 부대상징 공모전 엠블럼 부분에 도전해 사령관 표창을 받았고 대대를 빛낼 3가지 엠블럼을 제안해 채택되기도 했다.

꾸준히 영어 일기를 쓰면서 부대 영어 동아리 Walky-Talky(워키토키)를 창설해 전우와 함께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다문화가정 영어 교육봉사도 참여해 매주 토요일 4시간가량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이 병장은 지난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스스로와 약속한 날,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 국가 공인 인증 시험인 DELF 시험은 A1·A2·B1·B2 총 4단계가 있는데 현재 마지막 단계인 B2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를 누비는 건축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 병장은 다음 달 6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군에서 배운 프랑스어를 토대로 전역 후 대학에 복학하는 내년 가을학기에 프랑스 소르본대학 교환학생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군 복무 동안 받은 봉급과 용돈을 차곡차곡 모은 적금 600만 원도 요긴하게 쓸 계획이다.

“군대에서 얻은 비전과 습관으로 앞으로도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끄는 리더급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이 군대에서 얻은 제 미래를 이끌게 될 장기적인 비전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홍천=조아미 기자 joajoa@dema.mil.kr


* 나만의 성공 Tip 3
  - 군 내 인트라넷으로 자기계발 가 능성을 모두 활용하기. 
  - 일과 후 스마트폰을 알차게 이용 하자. 
  - 자신의 강점과 관심에 대해 자주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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