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살충제 뿌릴 때 실내 미세먼지 급증…고등어는?

입력 2019. 11. 18   15:23
업데이트 2019. 11.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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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고등어, 불명예를 벗다? 
 
요리할 때도 초미세먼지 치솟아
바깥에 미세먼지 있다고 해도
문 닫고 요리하면 건강에 안 좋아 

 


“미세먼지에 가장 좋은 음식은?”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삼겹살로 알고 있다. 1위가 삼겹살이고 2위부터 5위까지가 녹차, 마늘, 미역, 미나리 등이다. 2위부터 5위까지는 미세먼지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삼겹살이 1등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삼겹살을 먹으면 기관지의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간다는 속설을 많은 사람이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삼겹살이 미세먼지에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들도 있다.

둘째 이야기는 미세먼지 원인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국민은 미세먼지 원인의 1번으로 중국을 꼽았다. 2위부터 5위까지가 화력발전소, 고등어, 경유차, 공장 순이었다. 고등어를 제외하고는 배출량 순위에서 바뀌는 것은 있어도 대개 합리적이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고등어가 나온 걸까? 2016년 환경부가 고등어를 구울 때 가장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발표 때문이다. 정식 순위로 따지면 30위권 안에도 힘들 텐데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

두 사례를 얘기한 것은 미세먼지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상식이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고등어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실험이 있었다. “고등어 구울 때 미세먼지 최악? 모기약 뿌렸더니 3배 치솟아.” 2019년 9월 15일 자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다. 중앙일보에서는 민간 공기관리업체인 케이웨더와 함께 실내공기 실험을 했다.

실험은 케이웨더 내 ‘클린 룸(Clean Room)’에서 진행됐다. 특수 공기정화장치를 통해 미세먼지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3평(9.9㎡) 크기의 밀폐된 방이다. 이곳에서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다양한 실험을 했다. 요리와 청소, 이불과 옷 털기, 모기약 뿌리기, 향초 피우기 등을 각 10분씩 한 것이다. 실험 중에 간이측정기를 통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 공기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이 올라간 것은 고등어를 구울 때가 아니라 살충제(모기약)를 뿌릴 때였다. 일정하게 시간 간격을 두고 방 곳곳에 살충제를 뿌렸다. 놀랍게도 미세먼지 농도는 ㎥당 0㎍에서 8분 만에 2072㎍까지 치솟았다. ‘매우 나쁨’ 기준인 151㎍/㎥를 13배 이상 초과한 농도다. 생선(조기 3마리)을 구울 때가 821㎍/㎥로 2등이었다. 외투나 침구류를 털 때도 505㎍/㎥의 고농도가 발생했다. 실험 중 가장 낮았던 것이 양념고기(300g)를 구울 때로 348㎍/㎥이었다. 그러나 이 수치도 ‘매우 나쁨’의 2배가 넘는 고농도다.

그렇다면 초미세먼지는 어느 정도 발생할까? 초미세먼지 역시 살충제가 945㎍/㎥로 가장 높았다.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기준인 76㎍/㎥의 12.4배로 심각한 고농도였다. 생선 굽기(423㎍/㎥), 양념고기 굽기(148㎍/㎥)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외투와 침구류를 털 때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4위가 된 것은 요리 과정에서 더 많은 초미세먼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실험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도 있었다고 한다. 청소기에 헤파필터가 달려 있느냐에 따라 미세먼지 발생량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헤파필터가 있는 청소기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18㎍/㎥를 기록했다. 반면 헤파필터가 없는 청소기는 2배가 넘는 39㎍/㎥까지 치솟았다. 실내공기 관리를 위해 청소기는 헤파필터가 달린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실내에는 인체에 매우 나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이나 라돈·이산화탄소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많다. 살충제를 뿌리니 휘발성유기화합물이 2990㎍/㎥까지 높아졌다. 현행 다중이용시설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500㎍/㎥)의 6배에 이르는 수치다. 생선을 구울 때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3420㎍/㎥까지 오르면서 가장 높았다. 양념고기의 경우 613㎍/㎥로 예상보다는 적었지만 기준보다는 높았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조리하거나 화학제품을 쓸 때 주로 배출되는 물질이다.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고, 장기간 노출되면 빈혈이나 백혈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내에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나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여러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 바깥에 미세먼지가 있다고 해도 문을 닫아놓고 요리하는 것은 건강에 아주 안 좋다”고 경고한다.  


일러스트=반윤미
일러스트=반윤미

실내공기 오염 막는 최선의 방법은 ‘환기’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나쁜 실내공기의 오염을 막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換氣)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의학전문가들은 최소 하루에 세 번은 ‘환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기계식 환기장치를 활용하거나 짧게라도 환기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에 민감한 필자도 환기에는 신경을 쓴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날에도 하루에 세 번 정도는 창문을 열고 꼭 환기한다. 봄이나 가을처럼 실내외 기온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집의 앞과 뒤가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맞통풍이 되게 한다. 봄가을에는 30분 정도 하루 3회 환기를 해준다면, 겨울에는 10분 정도 하루 5회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기억할 것은 요리할 때는 조리대 위에 있는 환기 설비를 작동하면서 주변의 창문도 열어놓는 것이 좋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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