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속 현대 군사명저를 찾아

[현대군사명저] 美 ‘역외균형 전략’ 따른 한미동맹 중요성 증대

김주연

입력 2019. 11. 15   17:22
업데이트 2019. 11. 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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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군사명저 <41>


저자 : 월트 Stephen M. Walt.

서명 : 『선의의 지옥: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 그리고 미국의 수위(首位) 하락』 

The Hell of Good Intentions: 

America’s Foreign Policy Elite and the Decline of U.S. Primacy.

출판 : 2018. Farrar, Straus and Giroux



실패로 끝난 자유주의 패권 대안
미국 아닌 패권국가 부상 저지하는
전통적인 대전략 ‘역외균형’ 제시
동북아에 미군 주둔 장소 마땅치 않아
미국 입장서 주한미군 중요성 높아져
최근 방위비 이슈 동맹 저해 지적


지난 3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공식 서명하는 모습.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공식 서명하는 모습.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애덤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에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이 진지하게 논의되던 2000년대 중반 이후 거의 10년 동안 국내 일각에서도 전작권을 전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란 주장이 지속됐다는 점, 지금 이 순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전작권 전환, 한·일 지소미아 지속 유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여부가 많은 한국인의 관심 사항일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국제정치 학자인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월트(Stephen M. Walt)는 2018년에 출간한 『선의의 지옥: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 그리고 미국의 수위(首位) 하락』이란 제목의 책에서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아니라 강화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나토 국가들의 경우와 달리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환기에 있는 미국의 대전략

냉전 종식 이후 지구상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자국의 막강한 파워를 이용해 지구상 국가들을 미국과 동일한 모습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이 같은 미국의 대전략을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이라고 지칭한다. 클린턴, 아들 부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대전략을 추구했다.

미국이 소련 붕괴 이후 동구권 국가들로 나토를 확대시켰으며, 2001년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국가건설 노력을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2011년 리비아의 카다피를 제거한 것은 이 같은 대전략에 입각한 것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국가의 외교정책을 자국의 안전과 번영의 증진 정도로 평가하는 경우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일대 실패작이었다고 말한다.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구사하며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소모한 반면 냉전 종식 직후와 비교해 오늘날 미국의 안전과 번영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넘볼 정도로 부상했고, 아직도 중동 지역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으며, 자유주의 패권 전략에 입각해 미국이 개입한 국가의 국민들이 미국에 적개심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거의 신뢰하지 않았으며, 국가안보에 관해서는 문외한으로 생각됐던 트럼프가 2015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냉전 종식 이후 거의 25년 동안 시험해본 자유주의 패권이란 미국의 대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과 이 같은 대전략의 문제점을 집중 공략한 결과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자유주의 패권이라는 미국의 대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옳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대전략을 대체할 대안을 트럼프가 갖고 있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안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트럼프가 냉전 당시 미국이 구축해놓은 매우 귀중한 자산인 동맹체제까지 망가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그 대안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대전략인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을 제시한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 역외균형

저자는 서반구에서 패권을 장악한 19세기 말 이후 미국의 기본적인 대전략이 역외균형전략이었다고 말한다. 이 전략에 따르면 서반구 이외 지역에서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가가 부상하는 것을 저지해야 하지만, 이들 지역 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의 열강들이 상호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열강 가운데 특정 국가가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미국이 상황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냉전 이후에도 미국은 기본적으로 이 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이 전후 유럽에 나토를 창설하고 아태지역 국가들과 동맹을 체결한 것은 이들 지역 국가가 소련의 세력 팽창을 견제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역외균형전략에서는 유럽, 중동, 동북아라는 3개 지역에서 또 다른 패권국가의 부상 가능성에 유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 유럽과 중동 지역의 경우 또 다른 패권국가의 부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유럽 전쟁에 참전한 것은 독일과 소련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는데 이들 국가의 국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 등 부존자원을 고려할 때 중동 지역에서 패권국가가 부상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지만 오늘날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점차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시켜야 할 것이며, 이들 지역의 방위를 지역 국가들에 일임해야 할 것이라고 월트는 말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그 중요성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보면 유럽 안보에 미국이 많은 방위비를 지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1% 수준의 방위비를 사용하고 있는 나토 국가들에게 2% 이상 수준으로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월트는 말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미국이 유일하게 신경 써야 할 지역은 동북아 지역이라는 것이다.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기울이는 노력과 테러와의 전쟁에 투입되는 노력 가운데 많은 부분을 동북아 지역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서 미군의 주둔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이들 지역 국가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없다는 사실, 역사 문제로 단합이 쉽지 않다는 사실, 지역적으로 국가들이 분산돼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유럽 지역과 달리 동북아 지역에는 미군을 주둔시킬 만한 마땅한 장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 미 안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점이다.


미국의 대전략 변화가 주는 함의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미군의 동북아 지역 주둔이 절실하다는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고 유럽 지역과 달리 동북아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킬 마땅한 장소가 많지 않다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냉전 당시와 비교해 오늘날 한반도가 미국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미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또한 냉전 당시와 비교해 오늘날 한반도가 미국 입장에서 훨씬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국익(National Interests)』이란 미국의 잡지를 보면 항공기, 전차, 함정과 같은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이 한국군의 경우와 비교해 지속적으로 약화된 반면 한반도전쟁에서 핵무기는 사용이 곤란한 무기라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북한 위협이 한국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보다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월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한국이 무시할 필요가 있다고 암시했는데 이는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기 책에서 저자는 매년 2.5% 이상의 방위비를 감당하고 있으며, 지구상 도처에서 미군 작전을 적극 지원해왔던 그리고 매년 1조 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추가 지원 요구는 결국 건전한 한미동맹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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