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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병영칼럼] 장병과 한국사 자격증

입력 2019. 11. 01   17:16
업데이트 2019. 11. 0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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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경향신문 부국장·안보전문기자
박성진 경향신문 부국장·안보전문기자


오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정부가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순국선열은 1910년부터 1945년 8·15 광복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에 전투나 고문 등으로 광복을 보지 못하고 숨진 독립운동가를 말한다.

순국선열의 날이 11월 17일로 정해진 이유는 1905년 11월 17일에 체결된 ‘을사늑약’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 대한민국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분노와 슬픔이 따라오기도 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중략)…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인 이상화는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한국을 ‘봄조차 빼앗긴 들’로 표현했다. 이처럼 일제 강점 아래 조선의 상황은 희망을 꿈꿀 수도 없는 암흑이었지만, 순국선열이 흘린 피가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가장 뛰어난 예언가는 과거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부득이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사건을 돌아봄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아베 정권의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 정부를 향해 적반하장 격인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 일본을 상대로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는 것 역시 의미가 크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차적인 이유는 우리의 힘과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힘이 없는 국가의 운명은 언제나 남의 손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역사를 배우는 것은 나를 알고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서다. 한·일 강제병합도, 민족의 독립운동사도, 광복을 맞이한 역사적인 해도 잘 모르면서 일본에 대해 막연한 분노만 키워가는 것이 극일(克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런 면에서 국방일보가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별별랭킹’ 순위는 반가웠다. ‘군 복무 중 가장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은?’이라는 주제 설문에서 1위 ‘정보처리기(능)사’(118명·13.8%), 2위 ‘컴퓨터 활용능력’(94명·11%), 3위는 ‘한국사 자격증’(91명·10.7%) 등이 나왔다. 당연히 컴퓨터로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이 가장 접하기 쉬운 분야이고 취업 등에 유리한 IT 관련 자격증이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1, 2위 숫자와 큰 차이가 없는 ‘한국사 자격증’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나라 역사를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역사를 알고자 하는 젊은 세대가 많을수록 순국선열의 희생으로 힘들게 다시 찾은 ‘들판’과 그 ‘들판’을 찾아온 ‘봄’을 영원히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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