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장갑 튼튼한 방호력 제공
일반 차량 비해 내구성 3~4배
최고 시속 90㎞, 타이어는 방탄
병력수송 시 높은 안전성 확보
특수병과 태우면 무장 추가되며
전기공격·대공사격도 가능해져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즈에 등장하는 신형 APC. 디자인은 변했지만 병력수송과 기동이라는 기본기능은 여전하다. 필자 제공
장갑차의 탄생
보병의 ‘보’ 자는 ‘걸을 보(步)’자다. 걷는 병과. 전투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필요한 병력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다. 병력을 제때 배치한다는 것은 그 배치만으로도 큰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투를 위한 무기와 장비, 기본적인 보급을 옮기는 일의 가장 저렴한 방식은 사람이 들고 지고 걷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병은 육군의 중심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이 개발되고 전차라는 새로운 존재가 현대 전장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서 전장에서의 기동은 또 다른 의미로 변화했다. 전차는 매우 빠르고 강력해 새로운 전투교리를 만들어낼 정도였지만, 대전차보병을 위시한 다양한 대전차교리들이 개발되면서 전차는 단독으로는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엔진으로 달리는 전차를 보병의 발만으로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이 고민은 수송트럭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차량화보병의 개념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장에서 트럭은 자칫 손쉬운 타깃인 보병을 엄폐 없이 밀집시켜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육군의 전장에는 장갑차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병력수송에 특화된 병력수송장갑차(APC). 수송뿐 아니라 전투임무에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관총 등의 무장을 강화한 보병전투차(IFV) 등을 위시해 다양한 종류의 장갑차들이 전투현장 전후로 배치돼 보병의 전투와 기동을 지원한다. 전차와 함께 기계화보병의 필수품이기도 한 장갑차는 그래서 현대전을 다루는 게임에서도 매우 유용한 장비로 등장하곤 한다.
장갑차란 이런 것,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고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쌍벽을 이루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계를 양분하던 게임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살아남아 현역 PC방 인기게임 순위를 오르내리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추억 속의 게임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 게임이 드러낸 장갑차의 의미는 현실의 장갑차 운용 교리를 흡사하게 그려낸 것으로 유명했다.
‘커맨트 앤 컨커’에 등장하는 장갑차량은 전차류와 장갑차류로 구분되는데,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보병과의 상성이 매우 뚜렷한 편이었다. 이를테면 ‘커맨드 앤 컨커’의 장갑차량들은 직접 기동을 통해 평야의 보병을 깔아뭉갤 수 있었고, 보병의 개인화기는 장갑차량에는 매우 약한 피해만을 입히는 것이 시스템의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중 APC(Armored Personnel Carrier·병력수송장갑차)는 실제 아군 보병을 태우고 튼튼한 방호력으로 전선을 누빌 수 있었다. 일부 특수병과를 태우면 해당 병과의 무장이 장갑차에 추가돼 전기공격이 되거나 대공사격이 되는 형식도 갖춰 다목적 장갑차량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게임에서 APC가 두드러졌던 이유는 게임 속 운용방식에 있었다.
‘커맨드 앤 컨커’에서는 공병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들은 전투력은 약하지만 적 기지에 돌입하면 적의 건물을 그대로 점령할 수 있는 특수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약한 체력과 전투력 때문에 엔지니어를 적 건물에 투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APC를 생산해 엔지니어를 태우고 전차 등을 통해 전선의 시선을 돌린 사이에 엔지니어 APC를 우회시켜 적진으로 돌입, 적의 건물을 점령해 팔아버리는 기습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투에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기동력을 활용하는 방식, 하차전투와 같은 실제 APC 운용개념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커맨드 앤 컨커’의 APC 엔지니어 전술은 멀티플레이어에게 꽤나 승률도 인기도 좋은 전술이 되었고, 지금도 과거의 APC 운용을 추억처럼 이야기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스릴 넘치는 전술 중 하나로 각인돼 있다.
병력수송 안전성 체험 기회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실제 군사장비들에서 모티프를 얻어 온 장비와 개념들이 많아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데, 여기에도 패치를 통해 장갑차량이 추가됐다. 기존 게임에는 주로 장갑 없는 일반 차량들만 등장해 기동은 빠르지만 방호력이 약해 적의 집중사격에 쉽게 터져나갔던 반면,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장갑차는 이름 그대로 두꺼운 장갑을 통한 방호력을 제공해 실제 장갑차가 병력수송에서 갖는 안전성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갑차는 그냥 필드에서 얻을 수는 없고, 안전지대 바깥에서 플레어건을 획득해 보급지원 요청을 했을 경우 공중수송을 통해 보급받는다. 장갑차량은 러시아군의 BRDM-2로, 평지에서 최고속도 90㎞/h 정도를 내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두꺼운 장갑이 제공돼 일반 차량에 비해 거의 3~4배에 가까운 내구도를 자랑한다. 동시에 타이어도 방탄처리가 돼 있어 적의 사격에 의해 펑크 나는 일이 없어 후반부에 좁아지는 안전지대 사이로 쏟아지는 적탄을 방어해 내며 새 구역으로 진입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4인 1팀인 스쿼드 게임에서는 4명의 집중사격으로 차량이 쉽게 폭파됨으로써 사실상 돌입이 불가능해 차량들이 말 그대로 이동용으로만 사용되는 데 비해 ‘배틀그라운드’의 장갑차는 APC라는 개념이 전장에서 어떤 이득인가를 두드러지게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의 게임 안에 들어오는 군사장비는 외형으로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게임에서 어떤 전술적 운용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의미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두꺼운 장갑 튼튼한 방호력 제공
일반 차량 비해 내구성 3~4배
최고 시속 90㎞, 타이어는 방탄
병력수송 시 높은 안전성 확보
특수병과 태우면 무장 추가되며
전기공격·대공사격도 가능해져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즈에 등장하는 신형 APC. 디자인은 변했지만 병력수송과 기동이라는 기본기능은 여전하다. 필자 제공
장갑차의 탄생
보병의 ‘보’ 자는 ‘걸을 보(步)’자다. 걷는 병과. 전투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것은 필요한 병력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다. 병력을 제때 배치한다는 것은 그 배치만으로도 큰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전투를 위한 무기와 장비, 기본적인 보급을 옮기는 일의 가장 저렴한 방식은 사람이 들고 지고 걷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병은 육군의 중심이기도 하다.
내연기관이 개발되고 전차라는 새로운 존재가 현대 전장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면서 전장에서의 기동은 또 다른 의미로 변화했다. 전차는 매우 빠르고 강력해 새로운 전투교리를 만들어낼 정도였지만, 대전차보병을 위시한 다양한 대전차교리들이 개발되면서 전차는 단독으로는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엔진으로 달리는 전차를 보병의 발만으로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이 고민은 수송트럭이라는 방식을 사용한 차량화보병의 개념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장에서 트럭은 자칫 손쉬운 타깃인 보병을 엄폐 없이 밀집시켜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육군의 전장에는 장갑차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병력수송에 특화된 병력수송장갑차(APC). 수송뿐 아니라 전투임무에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관총 등의 무장을 강화한 보병전투차(IFV) 등을 위시해 다양한 종류의 장갑차들이 전투현장 전후로 배치돼 보병의 전투와 기동을 지원한다. 전차와 함께 기계화보병의 필수품이기도 한 장갑차는 그래서 현대전을 다루는 게임에서도 매우 유용한 장비로 등장하곤 한다.
장갑차란 이런 것,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고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쌍벽을 이루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계를 양분하던 게임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살아남아 현역 PC방 인기게임 순위를 오르내리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추억 속의 게임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 게임이 드러낸 장갑차의 의미는 현실의 장갑차 운용 교리를 흡사하게 그려낸 것으로 유명했다.
‘커맨트 앤 컨커’에 등장하는 장갑차량은 전차류와 장갑차류로 구분되는데,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보병과의 상성이 매우 뚜렷한 편이었다. 이를테면 ‘커맨드 앤 컨커’의 장갑차량들은 직접 기동을 통해 평야의 보병을 깔아뭉갤 수 있었고, 보병의 개인화기는 장갑차량에는 매우 약한 피해만을 입히는 것이 시스템의 기본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중 APC(Armored Personnel Carrier·병력수송장갑차)는 실제 아군 보병을 태우고 튼튼한 방호력으로 전선을 누빌 수 있었다. 일부 특수병과를 태우면 해당 병과의 무장이 장갑차에 추가돼 전기공격이 되거나 대공사격이 되는 형식도 갖춰 다목적 장갑차량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게임에서 APC가 두드러졌던 이유는 게임 속 운용방식에 있었다.
‘커맨드 앤 컨커’에서는 공병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들은 전투력은 약하지만 적 기지에 돌입하면 적의 건물을 그대로 점령할 수 있는 특수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약한 체력과 전투력 때문에 엔지니어를 적 건물에 투입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APC를 생산해 엔지니어를 태우고 전차 등을 통해 전선의 시선을 돌린 사이에 엔지니어 APC를 우회시켜 적진으로 돌입, 적의 건물을 점령해 팔아버리는 기습 전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투에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기동력을 활용하는 방식, 하차전투와 같은 실제 APC 운용개념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커맨드 앤 컨커’의 APC 엔지니어 전술은 멀티플레이어에게 꽤나 승률도 인기도 좋은 전술이 되었고, 지금도 과거의 APC 운용을 추억처럼 이야기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스릴 넘치는 전술 중 하나로 각인돼 있다.
병력수송 안전성 체험 기회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실제 군사장비들에서 모티프를 얻어 온 장비와 개념들이 많아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데, 여기에도 패치를 통해 장갑차량이 추가됐다. 기존 게임에는 주로 장갑 없는 일반 차량들만 등장해 기동은 빠르지만 방호력이 약해 적의 집중사격에 쉽게 터져나갔던 반면,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장갑차는 이름 그대로 두꺼운 장갑을 통한 방호력을 제공해 실제 장갑차가 병력수송에서 갖는 안전성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
게임에 등장하는 장갑차는 그냥 필드에서 얻을 수는 없고, 안전지대 바깥에서 플레어건을 획득해 보급지원 요청을 했을 경우 공중수송을 통해 보급받는다. 장갑차량은 러시아군의 BRDM-2로, 평지에서 최고속도 90㎞/h 정도를 내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두꺼운 장갑이 제공돼 일반 차량에 비해 거의 3~4배에 가까운 내구도를 자랑한다. 동시에 타이어도 방탄처리가 돼 있어 적의 사격에 의해 펑크 나는 일이 없어 후반부에 좁아지는 안전지대 사이로 쏟아지는 적탄을 방어해 내며 새 구역으로 진입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4인 1팀인 스쿼드 게임에서는 4명의 집중사격으로 차량이 쉽게 폭파됨으로써 사실상 돌입이 불가능해 차량들이 말 그대로 이동용으로만 사용되는 데 비해 ‘배틀그라운드’의 장갑차는 APC라는 개념이 전장에서 어떤 이득인가를 두드러지게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나의 게임 안에 들어오는 군사장비는 외형으로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 게임에서 어떤 전술적 운용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의미 지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