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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며 감동할 수 있는 ‘사랑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 그건 아주 행복한 일일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음악이고, 그중 최고는 노래다. 나는 소프라노로 클래식 성악을 하기 때문에 주로 가곡과 오페라를 부른다. 내가 부른 노래 중 가장 감명 깊었던 작품을 꼽는다면, 1년 전 공연했던 오페라 ‘라보엠(La Boheme)’을 들고 싶다.
오페라 ‘라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인생 풍경’을 바탕으로 19세기 파리에서 꿈과 사랑을 갈망했던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그린 4막짜리 오페라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은 죽음을 맞은 여주인공 미미가 침대에 누워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커튼이 내려온 뒤에도 나는 ‘죽은 미미’로 침대에서 혼자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이탈리아의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작곡했던 당시의 미미가 된 것 같았다.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 너무나 안타까워, 내 마음을 부여잡고 얼마나 울고 있었던지. 지금도 그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1막에서 테너 로돌포가 미미와 사랑에 빠져 부르는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이에 답하는 ‘내 이름은 미미’는 사랑의 감정이 잘 표현된 곡이다. 첫 만남에 대한 부끄러움과 설렘이 잘 표현되어 있어, 그 아리아를 부르는 내내 나의 어린 시절 순수하고도 풋풋했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미소 짓곤 했다. 극 중 한 연기자가 자신이 불러야 할 순간을 놓쳐, 음악은 흘러가고 있는데 모두가 살짝 당황했던 기억도 눈에 선하다.
3막에서는 당시 불치병인 폐렴에 걸린 미미와 로돌포가 결국 이별하게 된다. 미미가 부르는 ‘이별의 노래’는 한없이 애절하다. 나는 이 노래를 너무 가슴 아프고 시리게 불러냈다. 마침내 3막을 끝내고 무대 뒤로 들어가면서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나는 그 순간 진정 ‘미미’였던 것 같다.
4막에서는 병세가 악화된 미미가 로돌포를 찾아온다. 그녀의 찬 손을 잡아주며 사랑을 고백했던 로돌포의 감미로운 시와 음악들. 숨이 다할 때까지 애절하게 노래하는 미미, 절규하는 로돌포…. 부르는 내내 나는 마음으로 울고 있었다. 나는 진심으로 미미가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율로 이 장면들을 잘 표현해준 작곡자 푸치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별도 하고 사랑도 한다. 때론 너무 황홀하고 행복하게, 때론 너무 그립고 슬픈 감정에 빠진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여러분도 사랑하고 감동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길 바란다.
나는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게 무척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성악가가 됐을 것이다. 분명 음악과 예술은 우리 인생길에 좋은 벗이 되어줄 것이다. 이 겨울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분주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감동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분명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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