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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의 기대…성탄, 결별 폭탄 세례 빈발

입력 2018. 12. 20   16:35
업데이트 2018. 12.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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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크리스마스, 무엇을 기대하세요?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 ‘낙담’ 많아
가치관·선물 등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
서프라이즈보다 계획 공유하는 게 안전


크리스마스에 커플이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CF에서처럼 반짝이는 조명으로 장식된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타도 낭만적일 것 같고 (실제로는 얼어 죽을 것 같겠지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보내도 좋을 것 같고 (실제로는 가격은 평소 2배, 맛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저 손 꼭 잡고 함께 있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무엇을 해도 솔로만 아니라면 좋을 것 같지 않은가?


# 커플들이 제일 많이 헤어지는 시기

하지만 뜻밖에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헤어지는 커플이 무척 많았다. 조지메이슨대학의 학생 모스양과 애리조나주립대학의 누버그 교수가 커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크리스마스와 밸런타인데이 같은 특별한 날을 기점으로 결별률이 치솟았다. 다퉜거나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다시 가까워질 것 같지만, 크리스마스는 조금 안 좋았던 사이를 ‘확실히’ 안 좋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특별한 날에 대한 너무 큰 기대 때문이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라며 기대했다가 ‘그럼 그렇지, 역시…’라며 낙담해버린 것이다.



# 복잡 미묘한 연인 간 ‘기대’의 차이

대체 무엇을 기대했길래 실망해서 헤어지는 걸까? 연인 간 ‘기대’의 문제는 조금 복잡했다.

첫째, 가치관 차이로 인한 기대 차이가 있었다. 한 명은 크리스마스를 챙기는 것을 밋밋한 일상에 추억을 더하는 일이라 여기고, 한 명은 크리스마스 때 야단법석 떠는 것이 유행에 휩쓸리는 일이라 여기는 경우다. 다행히 가치관의 차이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미리부터 ‘기념일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실망이 크진 않았다. 이런 측면이 맞으면 더 좋겠다며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둘째, 선물 금액에 대한 기대 차이가 있었다. 선물을 교환했는데 선물 가격이나 가치가 예상에 못 미치면 실망했다. 크리스마스니까 생일선물보다 비싼 것을 사주리라 생각했는데, 1만 원짜리 목도리를 사주어서 실망했다거나, 선물 없이 카드만 써줘서 당황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실망은 “크리스마스에 꼭 선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더욱이 왜 비싼 것을 사줘야 되는데? 너무 속물 같은 거 아냐?”라는 주변인의 질책 혹은 자기반성으로 훈훈하게 끝났다.

마지막, 챙김에 대한 기대 차이가 문제였다. 한 명은 선물을 준비하고 한 명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경우다. 준비 못한 사람이 “난 준비한 것도 없는데, 너무 고마워. 미안해. 이거 정말 마음에 든다. 고마워!”라며 기뻐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 것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훈훈하게 넘어갔다. 뚱하게 “뭐 하러 이런 것을 준비했어? 난 이런 거 싫어하는데” 같은 반응을 보일 때 충격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며 그 사람을 생각하고 설레던 ‘마음’을 걷어찼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투덜거리니, ‘날 위해 한 것도 없으면서 해줘도 난리구나. 내가 마음 쓰고 챙겨주는 것을 너무 하찮게 여긴다’라고 생각했다. 뚱한 반응을 보인 사람도 할 말은 있었는데, “난 그런 거 싫어하는데, 사귀는 사이에 싫어도 좋다고 연기를 해야 하느냐? 솔직하게 말해야 다음에 괜한 수고를 안 하지”라며 억울해했다. 솔직함은 좋은 것이나, 이 상황에서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 여자 70%는 계획 좋아하는 ‘판단형’

‘기대’까지는 아니라도 ‘계획’이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한 명은 “오늘 어딜 가도 사람 너무 많아. 그냥 동네의 우리 자주 가던 집에서 밥 먹고 일찍 들어가자”고 하는데, 다른 한 명은 “어? 난 오늘 드라이브 가려고 아버지한테 차도 빌려서 나왔는데?”라고 할 때다. 기껏 부모님께 차를 빌려 왔는데 차를 놓고 나오라고 하면 시무룩할 테고, 차를 타고 나섰는데 주요 데이트 코스의 교통 체증이 심해 길에서 시간을 보내도 울적해진다. 둘이 사전에 의논한 계획이라면 결과가 안 좋아도 누굴 탓할 수 없으나, 한 명의 계획대로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너 때문’이 된다. 서프라이즈보다 미리 계획을 공유하는 것이 안전하다.

성격검사 중 하나인 MBTI에서 성격유형을 구분하는 지표 중에 인식형(P)이냐 판단형(J)이냐가 있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혀 와 닿지 않게 번역이 되었으나, 판단형은 ‘계획의 달인’이라 할 만큼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미리 일들을 착착 준비해 결정지어 놓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다. 반대로 인식형은 미리 결정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다. 여행을 갈 때, 판단형은 여행 일정과 준비를 철저히 해서 계획을 따른다. 반면 인식형은 떠나고 보거나, 계획을 세웠어도 쉬이 바꾸는 경우가 잦다. 인식형인 사람들에게는 서프라이즈가 즐거운 일이나, 판단형인 사람들은 ‘서프라이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계획되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인은 남자 60%, 여자 70%가 판단형이다.

평소처럼 보내든 특별하게 보내든, 두 사람 다 크리스마스에 행복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만은 같을 것이다. 각자 기대하고 계획하는 모습이 달라 당황하기보다, 미리 어떤 크리스마스가 좋은지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차이’를 좁혀가는 것은 어떨까? 서프라이즈의 재미는 없는 대신,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미정 연애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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