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끝> ‘화식이론’의 지혜
경제학의 보고(寶庫)라고 칭송받는 화식전(貨殖傳)의 경제사상은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80세가 지나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고, 인류의 5%에 불과한 극히 제한된 부자들의 경제행위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이처럼 돈을 뜻하는 화(貨)와 증식을 의미하는 식(殖)의 결합어인 화식(貨殖)의 원리는 오랜 경험이 있어야 얻을 수 있거나 극히 제한된 부자들만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이론이다.
돈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하늘의 이치인 천문(天文)과 세상의 이치인 인문(人文)의 순리에 따라야 일신의 안녕을 유지하면서 모으고 지키고 불릴 수 있게 된다. 사마천은 권력을 휘두르며,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일에도 서슴없이 뛰어들며, 천 리를 멀다 하지 아니하고 웃음을 팔러 다니는 여인들처럼 돈을 거머쥐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죄악성을 경계했다. 백성들의 저항에 무너진 권력, 공문서를 위조하다가 쫓겨난 관리들, 위험한 일에 목숨을 잃은 사람을 비롯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거머쥔 돈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마천의 할아버지는 미곡 4000석으로 오대부 벼슬을 산 부자였지만, 손자인 사마천은 날조된 대역죄를 면하기 위한 속전금 50만 전을 구하지 못하는 가난 때문에 궁형을 선택, 생식기를 절단당한 불구가 돼 내시의 우두머리로 살아야 하는 처절한 아픔을 겪었다. 사기(史記) 130편의 129번째인 화식전은 통상적인 연구서가 아니라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체험한 재화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돈이 없어서 고통받는 백성들이 부자가 될 수 있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재산을 더 불리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했기 때문에 인류에게 남겨진 경제학의 보고라고 칭송받게 된 것이다.
특히 빈부 갈등과 분배의 문제로 심각한 통증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부자가 되길 원한다면, 부자를 탓하지 않으며 죄를 짓지 않고 깨끗하게 부자가 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하는 화식경제사상에 주목해야 한다.
빈부는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니다. 팔자를 탓하지 말고 능력에 합당하게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혜롭게 더 불리며, 반복되는 시변(時變)을 활용한다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3단계 화식이론’은 세상의 어떤 재테크이론보다 탁월하다.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부자들은 악행을 멀리하고 시변(時變)을 관찰하면서 가격이 하락했을 때 기쁘게 매수했다가, 가격이 상승하면 주저 없이 매도하는 순리에 따라 선(善)하게 재산을 불렸기 때문에 시비의 여지가 없으며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더욱 큰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선행은 무익한 비용이 아니라 화식(貨殖)의 선순환 과정이다.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부자들은 벼슬은 없지만 왕과 같은 존재로 칭송받는 소봉(素封)이라고 불렸다. 누구든지 ‘3단계 화식이론’을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극히 제한된 부자들과 같은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가난한 이웃을 배려함으로써 칭송받는 소봉(素封)과 같은 리더가 될 수 있다. 본 칼럼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시변(時變)의 원리는 바람직한 경제적 결실로 이어지는 선한 뿌리지식이 돼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린다.
<권영득 행정학 박사>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