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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맨의 ‘자비스’처럼… 스마트 홈 시대 ‘일등 도우미’로

입력 2018. 11. 28   16:31
업데이트 2018. 11. 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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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AI 스피커, 대세로 뜨는 이유


아마존사 ‘에코’를 시작으로 AI 스피커 시대 도래
구글은 검색 정보량, 애플은 스피커에 심혈 기울여
SKT ‘누구’·KT ‘기가 지니’ 등 국내기업도 출시 ‘러시’
1인 가구 늘며 외로움 달래는 ‘음성 대화기능’ 더 인기
리모컨 찾을 필요없이 음성만으로 가전제품 제어

AI 스피커 ‘구글 홈’의 모습.    ⓒ Flickr
AI 스피커 ‘구글 홈’의 모습. ⓒ Flickr
음질에 초점을 맞춘 애플 홈팟.    ⓒ Flickr
음질에 초점을 맞춘 애플 홈팟. ⓒ Flickr

 필자는 얼마 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대형 쇼핑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입구 로비에 들어서자 ‘구글 홈 집들이’ 체험 행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글 홈(Google Home)은 집 안의 스마트 가전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정용 인공지능(AI) 스피커다. 구글 홈을 통하면 로봇 청소기, 스마트 TV, 조명 등의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가령 구글 홈 스피커에 청소 명령을 내리면, 로봇 청소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청소한다. 필자가 체험해본 결과 음성 인식률은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말을 빠르게 하거나 주변 소음이 있으면 인식률이 떨어져 이용이 약간 불편하긴 했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가정용 AI 스피커

이런 AI 스피커는 이제 일부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장 조사 기관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17년 AI 스피커 설치 개수는 50만 대 이하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무려 35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년 만에 7배나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스피커의 시작은 아마존의 에코(Echo)라고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개발된 AI 스피커 에코는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CES)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AI 스피커의 도래를 알렸다.

당시 CES는 에코를 높이 평가하면서 AI 스피커를 ‘Tech Trends to Watch(관심 가져야 할 기술)’로 평가했다. 이때 놀라운 점은 에코가 직접 전시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CES 전시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에코가 사용됐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에코는 700여 개 전시 물품의 음성지원 기능을 홍보하고자 활용된 일종의 서비스였다. 그런데 수많은 참관객이 전시 물품보다 에코에 관심을 더욱더 쏟았던 것이다.

이처럼 AI 스피커에 관한 높은 관심은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AI 스피커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아마존을 포함한 세 기업은 스마트 기기 제조사와 제휴를 맺어 여러 기기를 음성으로 통제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에코는 필립스의 조명, 에코비의 온도 조절기, 링의 도어벨 등 다양한 제휴사의 스마트 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Canalys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아마존 에코가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뒤처져 있는 두 기업은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은 검색 정보량을 무기로 삼아 ‘음성 인식’과 ‘명령 정확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의 경우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내 친구 뽀로로’ 앱을 제공, 뽀로로 음성이 나오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애플은 ‘스피커’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올해 2월 출시한 AI 스피커 ‘홈팟(HomePod)’에서 잘 드러난다.

홈팟의 가격은 에코나 구글 홈보다 2~3배가량 더 비싸다. 최고의 음질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스피커 장치가 장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강조하기 위해 애플은 홈페이지에 홈팟 내부 구조를 공개하고 있다.

홈팟은 음질뿐만 아니라 음성 인식 기능 또한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음·위치 등에 상관없이 사용자 음성을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셈이다.

Canalys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 세 회사가 AI 스피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이른다. 그러나 다른 회사도 이를 뒤집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 ‘빈클루(Vinclu)’는 AI 스피커 게이트박스를 출시했다. 이 AI 스피커는 홀로그램 캐릭터를 구현해 혼자 사는 사람에게 더욱 친숙함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기업도 여러 AI 스피커를 출시한 상황이다. SKT ‘누구(NUGU)’, KT ‘기가 지니’, LG전자 ‘LG 씽큐 허브’, 카카오 ‘카카오 미니’, 네이버 ‘클로바 프렌즈’ 등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8월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공개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우수한 음질을 제공하는 것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AI 스피커가 주목받는 이유

그런데 지금까지 출시된 AI 스피커를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가정용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는 AI 스피커가 스마트 홈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AI 스피커 확산을 위해 건설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KT는 ‘기가 지니’를 신규 아파트에 도입할 수 있게 롯데캐슬과 제휴했다. 카카오는 포스코 건설, 네이버는 대우건설과 제휴해 자체 AI 스피커를 신축 아파트에 도입하기로 한 상황이다.

스마트 홈과 관련, AI 스피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1인 가구 증가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30년까지 1인 가구가 연간 1.57%씩 증가할 전망이다. 그만큼 외로운 사람이 늘어날 것이란 뜻이다.

집에 대화할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런데 AI 스피커는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애플의 홈팟 영상 광고다. 이 광고에서는 힘없게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혼자 사는 여성이 나온다. 그런데 주인의 기분을 알아챈 홈팟이 흥겨운 노래를 틀자 여성이 춤추기 시작하면서 집 안에 활기가 돋는다.

특히 사람의 가장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방법인 ‘음성 대화’는 1인 가구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 대화가 마우스 클릭이나 터치보다 좀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점점 복잡해지는 가전(家電) 기기다.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전 기기가 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올바로 활용하려면 사용법을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스피커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단지 원하는 바를 음성으로 말만 하면 된다. 이는 기기 조작의 복잡성을 대폭 낮춰준다.

만능 리모컨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편안함을 준다. 가전 기기 원격제어를 하기 위해 일일이 개별적인 리모컨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 불편하다. 반면 AI 스피커는 간단한 음성으로도 가정 내 스마트 가전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아이언맨 영화에 나오는 AI 스피커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보조한다. 그런데 원작 만화에서는 자비스가 집사로 나온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AI 스피커가 향후 가족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집사 역할을 할 것을 예견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곧 AI 스피커가 스마트 홈의 중추 역할을 하면서 집 안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유성민 IT 칼럼니스트/사이언스타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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