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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궁 1회] 승리의 믿음 K-PSAM 신궁

신인호

입력 2018. 11. 05   08:28
업데이트 2023. 03. 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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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기사는 국방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국방저널’ 특별기획으로 2007년 연재된 ‘승리의 믿음 신궁, 개발에서 전력화까지’ 기사로서 국방일보 홈페이지 게재를 위해 일부 재구성하였습니다.

 

2005년 말 신궁을 전력화한 육군25사단 방공대가 2007년 초 신궁을 이용한 대공훈련을 하고 있다. 사단은 2006년 9월 15일 최초 실사격에서 초탄에 표적을 명중시키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이헌구 기자
2005년 말 신궁을 전력화한 육군25사단 방공대가 2007년 초 신궁을 이용한 대공훈련을 하고 있다. 사단은 2006년 9월 15일 최초 실사격에서 초탄에 표적을 명중시키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이헌구 기자


조금 구름이 있는, 그래도 파란 빛이 시원한 하늘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서해안 안흥 대공사격장. 파도 소리의 감흥은 아주 뒷전이었다. ‘윙 위윙~’ 하는 기계음을 내며 멀리 시야에서 멀어져 버린 무선 조종 무인기(RC-MAT)를 찾는데 촉각을 집중했다. 

 

모래주머니 방호벽 안쪽에는 문준수 중사(기사 작성 당시 계급)가 의자에 앉은 채 어깨에 유도탄을 장착한 발사관을 멘 듯한 자세로 부사수 감기택 상병과 함께 무전을 통해 무인기를 연신 쫓고 있었다. 

사격통제탑에서 방송으로 ‘7km 접근’ ‘6km 접근’하며 무인기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문 중사 등을 지켜보는 100여 명의 장병들은 머리끝까지 팽팽하게 부풀어오는 긴장감에 빠져들었다. 

 

한 차례 휘익 불어오는 바람이 그 긴장을 훑어 내는가 싶은 순간, 마침내 문 중사의 어깨 위에서 한 줄기 흰 연기가 ‘쉐에엥~’하는 비행 소리와 함께 전방을 향해 쭈욱 뻗어나갔다.  이 순간을 지켜보던 이정규(학사37기) 대위는 두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육군 25사단 방공중대장인 그는 2006년 새해 선물을 받듯, 2005년 12월 31일 상비사단 최초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넥스원퓨처(구 LG이노텍, 현 LIG넥스원)를 비롯한 방산업체 등과 함께 국내 기술력으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K-PSAM ; Korea-Portable Surface to Air Missile) 신궁(新弓)을 맞이했다. 

 

그와 문 중사 등 중대원들은 이미 신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제원과 성능, 외국의 유사 무기체계와의 차이점은 꿰차고 이날(2006년 9월 15일) 전력화 이후 최초의 실사격 훈련 테스트가 있기까지 9개월 동안 운용 역량을 키워왔다. 역시 ‘좋은 무기체계’임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떤 부담감 속에 자유롭지 못했다. 더욱이 이 자리에는 다른 사단에서 운용하는 동급의 프랑스제 유도무기인 미스트랄(Mistral)의 사격도 이뤄졌다. 

 

‘단 한 발이지 않는가.’ 초탄필추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유도탄으로 미스트랄보다 더 ‘멋지게’ 격추해야 한다는 압박도 밀려들었던 것이다. 눈앞을 오가는 자그마한 표적기를 침착하게 고착(lock-on)하고 유도탄을 ‘딱’ 발사한 직후 심장이 멎는듯하더니 금세 그의 두 눈은 본능적으로 크게 열렸다. 멀지 않은 상공에서 황금빛 불꽃이 번쩍였다. 


‘아, 명중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봇물 터지듯 일제히 환호성이 올랐다. 박수 소리는 쉽게 그치질 않았다. 최첨단 국산 유도무기 운용에 대한 시샘의 따가운 눈길도 쏟아졌다. 
"역시 신궁은 신궁입니다." 

 

환한 미소를 띤 그는 어디선가 표현했던 ‘信弓’을 그대로 인용했다. 시험평가 때 놀라운 명중률로 ‘神弓’으로도 불렸던 신궁이 어느새 장비에 대한 믿음, 부하들의 능력에 대한 믿음, 임무완수를 보장하는 믿음 - 그런 의미의 무기체계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이다.


 
"신궁 모의교전기는 물론 장비와 동일하게 목표물을 추적·조준·발사할 수 있는 훈련기(ATPS)로 꾸준히 교육훈련해 왔습니다. 중대원들은 어떤 적기도 초탄필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칩니다."(이정규 대위) 

2007년 10월 26일 충남 안흥사격장에서 육군25사단 장병들이 목표물을 향해 신궁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2007년 10월 26일 충남 안흥사격장에서 육군25사단 장병들이 목표물을 향해 신궁을 발사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신궁은 어떤 무기체계일까
명중률 90% 국산화율 90% 

 

신궁! 이제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든든한 이 무기체계는 ‘국방의 초석’인 국방과학연구소가 우리나라 최초의 전략형 지대지 유도무기인 ‘백곰’(KNH-Ⅰ, K-Ⅰ)을 필두로 전술형 단거리 함대함 유도무기 ‘해룡’, 지대지 유도무기 ‘현무’,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개발한 첨단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이다.(여섯번째 유도무기인 함대함 유도무기 ‘해성’은 2006년 3월 양산·출고되어 작전배치되었다) 

 

신궁은 미스트랄과 외형상 비슷한 면이 있고 미스트랄과 미국의 스팅어(Stinger), 러시아의 이글라(Igla) 등의 유사 무기체계의 장점 중 일부를 취해 설계에 반영하기도 했으나 ADD 연구진이 천마 등을 개발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의 기술을 최적화해 개발에 성공한, 우수한 성능을 지닌 우리 고유의 모델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의 휴대용 유도무기이며 무기체계 운용 특성상 한 명이 휴대하는 견착식이 아닌 두 명이 1조를 이루는 거치식 운용체계로 분류된다. 

 

1995년 11월부터 2004년 7월31일 합참으로부터 전투사용 ‘가’(可) 판정을 받기까지 ADD 연구인력 500여 명, 넥스원퓨처(현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 연구기술인력 500여 명이 투입됐다. 

 

소요군이 주관한 운용시험평가에서 확인된 신궁의 명중률은 90%로서 60%대로 알려진 스팅거와 이글라를 훨씬 능가했다. 또 국산화율 90%를 달성함으로써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유도무기의 독자적인 개발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명이 운용하는 신궁은 최대 사거리 7km, 최대 고도 4km로서 피아식별기 및 야간조준기를 장착하고 있어 원거리에서 피아 항공기를 식별할 수 있고 야간에도 작전이 가능하다. 신궁 유도탄만의 무게는 15kg이며 길이와 직경은 각각 2m, 8cm이다. 미스트랄에 비해 약 8kg 가벼우며 길이도 약 40cm 가량 짧다. 

 

신궁 유도탄 전방에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한 뾰족한 항력감쇄기(spike)가 장착되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항공기의 엔진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추적하여 표적을 격추하는 적외선 호밍 유도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발사 후에 별도로 조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특히 2색 탐색기(two color seeker)를 적용함으로써 기만용 불꽃(Flare)을 투하하는 전투기에 대한 대응능력(IRCCM)이 대단히 우수하다. 비행간 비례항법과 표적 유도방식을 적용해 기존 적외선 추적 유도탄이 항공기 본체를 공격하기 전에 항공기 후미에서 나오는 배기열원을 공격하는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또 근접신관을 장착해 유도탄이 타격목표의 일정 거리까지 접근하게 되면 720여 개의 파편이 폭발, 항공기의 엔진까지 관통시킬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2중 추력 방식을 채택한 신궁의 최대 비행속도가 마하2에 달해 AN-2기나 헬리콥터는 물론 아군을 위협하는 전투기까지 격추시킬 수 있다. 전투기의 경우 폭탄을 비롯한 무장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전투 시 속도는 마하1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궁과 같은 휴대용 대공유도무기는 유도무기 중에서 가장 작고 가볍기 때문에 개발에는 많은 첨단기술이 요구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최초로 기본형을 개발하는데 10~15년이 소요 되었다. 하지만 신궁은 공력설계와 유도기법 분야에서 처음 시도하는 첨단의 기술 개발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훌륭히 수행하여 8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ADD와 관련 업체의 유도무기 개발 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국방저널 2007년 3월호

 

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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