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 2007 감독: 로버트 레드퍼드/출연: 톰 크루즈, 메릴 스트리프, 로버트 레드퍼드
2009년 전후 미-아프간전 배경
전쟁을 이해관계로만 바라보는
사회 지도층의 무책임 꼬집어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탈레반에게 오사마 빈라덴의 인도와 알카에다의 축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빈라덴이 9·11 테러에 개입한 여러 정황이 있는데도 그의 인도를 거부했다. 미 행정부는 같은 해 10월 7일 영국과 함께 ‘항구적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을 개시, 탈레반을 공격했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탈레반과 싸웠던 아프가니스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북부동맹)이 합세했다.
공격 초기, 미국의 작전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탈레반은 산악지대로 숨어들었고, 재조직됐다. 2004년에 출범한 아프가니스탄 새 정부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안보지원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이보다 앞선 2003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명분으로 후세인 정권을 공격해 이라크전쟁이 일어난다).
탈레반은 2005년을 전후로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동부의 교외 지역에서 다시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 등 국제안보지원군은 대대적인 작전에 들어갔다. 2011년 5월 1일 미국은 마침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빈라덴을 사살했다.
전쟁을 결정하는 국가 책임자의 자세
영화 ‘로스트 라이언즈’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게릴라전 및 자살 테러에 맞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을 때인 2009년 전후가 배경이다. 전투 장면은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불시착한 미 병사와 탈레반 반군 간의 총격 신이 전부이고, 영화 대부분은 다른 속내를 지닌 미 상원의원, 대학교수, 신문기자, 대학생이 ‘전쟁’을 화두로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영화는 국가의 지도층이 전쟁을 결정할 때 개인적인 입장을 떠나 국가 차원에서 특히 전선에 나가는 젊은이 입장에서 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제 ‘라이언즈 포 램즈(Lions For Lambs)’는 2차 대전 당시 독일 장교가 했던 말로 “어리석은 양 때문에 용감한 사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이며, 무능력한 영국군 장교 때문에 용감한 영국 병사들이 희생당한다는 뜻이다.
“국가를 위하여” 전선에 나선 젊은이들
영화는 세 개의 장소를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우선, 어빙 상원의원(톰 크루즈)과 기자인 로스(메릴 스트리프)가 대화하는 의원실. 여기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정치 기반을 위해 전쟁을 이용하려는 정치가 어빙과 언론이 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에 관한 진실과 특종 사이에서 고민하는 신문기자 로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 정치적 음모였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교수 연구실. 전쟁을 반대하는 교수 말리(로버트 레드퍼드)는 정치에 불신만 얘기할 뿐 연예계 가십거리를 더 좋아하는 제자를 불러 전쟁 등 국가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이상주의적인 이야기만 한다.
마지막 장소는 아프가니스탄 전선. 정치인·저널리스트·교수들이 각자의 입장과 목적을 위해 전쟁과 국가를 말하는 동안, 국가와 개인 성취욕을 위해 군에 자원한 청년 두 명이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그들은 끝내 전사한다.
무책임한 강의, 정치적 음모, 언론의 방관
영화는 전쟁을 자기 입장과 이해관계에서만 보고, 이용하거나 반대하는 정치권·언론사·대학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 지도자층의 무책임과 함께 대중의 무관심을 지적하고 있다.
영화 중간, 말리 교수는 결석을 자주 한 학생에게 사회참여를 독려하면서 과거 자신의 수업을 듣던 학생 두명(흑인과 멕시코계)의 경우를 사례로 든다. 국민 참여를 주제로 발표한 두 학생은 ‘국민은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고, 그 외면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 학생들은 국민이 나라의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군에 자원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서 전사한다. 교수의 이상적이지만 무책임한 강의, 상원의원의 음모, 언론의 방관이 젊은이를 죽게 한 것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헬기의 구조를 기다리던 두 병사가 탈레반에 포위된 채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 영화는 이 장면 이후 신문기자 로스가 어빙 의원이 의도한 대로 특종기사를 쓰고 차창 너머로 알링턴 국립묘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교수에게 훈계를 들은 대학생은 TV 스크롤에 흐르는 그 자막 뉴스를 보고 생각에 잠기는 장면들을 잇따라 보여주면서 미국 사회가 좌표를 잃고 있음을 시사한다.
감독은 1980년, 90년대 미국 미남 배우로 잘 알려진 로버트 레드퍼드. ‘위대한 개츠비’ ‘아웃 오브 아프리카’ 등에 출연했으며 ‘흐르는 강물처럼’ ‘퀴즈쇼’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희생되선 안된다”
영화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양’ 같은 정치가·교수·언론 때문에 ‘사자’ 같은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선 국가의 책임자들이 개인적인 야망과 이익을 버려야 하며, 국민 역시 국가의 일에 무관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