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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 병영칼럼] 드라마 작가에 대한 오해

입력 2018. 07. 3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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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로 산 세월이 올해로 18년째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나 싶어 뒤돌아보면 작품 쓰느라고 정말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살았던 것 같다. 인생사 ‘영욕이 반반’이라는데 방송 다음 날로 ‘시청률 표’를 받아 드는 드라마 작가의 경우 영광보다는 욕됨이 훨씬 더 많다. 시청률만 안 나와봐라! 욕을 동서남북 남녀노소에게서 듣는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드라마 작가의 삶도 겉보기와 실제는 너무나 다르다. 세상이 잠든 한밤중에 출항하는 어부처럼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한낮의 땡볕에서 일하는 농부처럼 등골이 빠지고, 지하 1000m의 막장 속에 갇힌 광부처럼 고독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직업이 농업·수산업·광업처럼 평범하고 진솔하고 먹고살기 위한 경건한 밥벌이처럼 보이기를 원한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라면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러다가 던지는 질문은 대충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어머, 돈 많이 버셔서 좋으시겠어요.”

절대 그렇지 않다. 작가들의 원고료는 대외비기 때문에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작가가 절대적인 빈곤과 가난 속에서 글을 쓴다. 성공한 몇몇 작가를 언론이 과대 포장해 보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작가들도 글이 안 풀릴 때는 자신의 원고료의 두 배를 주고라도 누가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얼굴로 하소연한다. 그러니 돈을 벌고 싶으면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일을 하면 더 좋겠다.

둘째, “작가라 재료비(?) 안 들어 좋겠어요!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되잖아요!”

도대체 재료비라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심치 않게 이 질문도 많이 받곤 한다. 한 유명한 성악가는 명절 때면 가족들이 모여 그런단다. “넌 좋겠다―. 노래 부르고 돈 받고.” 성악가가 한 노래를 제대로 부르려면 기본 500번을 불러야 한다고 한다. 한 노래를 500번은 불러야 겨우 한 번 제대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엄중함이지, 부러움이나 질시의 대상이 아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쓸 때 평균 18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있다. 내 삶, 내 영혼, 내 체력의 밑바닥까지 모두 다 쏟아붓고 나면 빈껍데기만 남는다. 그러니 재료비로 치자면 가장 비싼 재료비가 들어가는 직업이다.

셋째, “배우 ○○○ 정말 잘생겼니?”

이 질문은 주로 학교 동창들이 내가 작가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전화해서 묻는 것이다. 물론 배우 ○○○은 아주 잘생겼다. 그런데 연기를 못해서 욱(?)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이런 질문 들으면 정말로 기가 찬다.

그런데도 내가 드라마를 쓰는 이유는 한 가지다. 내가 만든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꿈꾸는 인간, 내가 꿈꾸는 사랑, 그걸 위해 그 많은 스태프와 연출과 배우들이 다 같이 공감하고, 가치 있다고 인정해주고, 온 힘을 합쳐 노력해줄 때, 그리고 그렇게 만든 드라마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일조할 때 나는 기분이 좋다. 그 기분 좋음이 나의 가장 비싼 원고료다. 그 원고료를 받고자 열심히 쓴다! 혹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장병분들이 있다면, 힘들지만 정말 가치 있는 직업이니 꼭 도전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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