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단독] 마스크+아이스 조끼 Cool무장 LCI(최종기회점검) ‘연착륙’

김상윤

입력 2018. 07. 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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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극복 현장을 가다 <중> - 공군16·19비 활주로 출격쿨


활주로 지상온도 39℃ 근접하면 비행시간 탄력적 운영

낮시간대 비행 제한 땐 야간 비행시간대 임무 집중 수행

정비·격납고도 쿨 토시·정글모 등 쓰고 무더위와 한판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충북 충주 공군19전투비행단 유도로에서 임무를 마친 F-16 전투기가 작전 중 묻은 염분 등 이물질로 인한 기체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린스(CWR:Clear Water Rinse) 작업을 받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충북 충주 공군19전투비행단 유도로에서 임무를 마친 F-16 전투기가 작전 중 묻은 염분 등 이물질로 인한 기체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린스(CWR:Clear Water Rinse) 작업을 받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활주로에서 느끼는 태양과 전투기 엔진의 열기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최종기회점검(LCI: Last Chance Inspection)은 이륙 직전과 착륙 직후에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임무입니다. 덥다고 집중력을 잃어선 절대 안 됩니다. 비행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무리 없이 임무 완수 중입니다!”

낮 최고 기온이 35℃까지 치솟은 공군16전투비행단(16전비) 활주로에서 출격에 나서는 전투기에 대한 LCI 임무를 수행하던 박영후 중사(진)가 말했다. 박 중사(진)는 얼굴의 햇빛 노출을 최소화해주는 쿨 마스크와 앞뒤로 얼음팩이 장착된 아이스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비행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LCI 요원들에게 비행단이 특별히 지급한 ‘폭염 방어 무기’다. 하지만 항공작전 지원요원들이 극한의 더위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진정한 원동력은 비행안전에 대한 ‘자부심’이다. 공군19전투비행단 LCI 요원 양유진 중사는 “한여름에 임무를 마치고 나면 옷이 땀으로 푹 젖곤 한다”며 “무사히 임무를 마친 항공기가 격납고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덥고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 비행단에 무시무시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비행단 안에서도 가장 더운 임무 현장은 활주로다. 그늘 하나 없어 뜨거운 태양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여름의 활주로는 불판 그 자체가 된다. 한낮 기온이 35℃일 경우, 지면으로부터 약 1.5m 높이에서 측정한 활주로 지상 온도는 대략 37℃를 기록한다. 이때 활주로 표면 온도는 무려 43.5℃까지 치솟는다. 활주로 근무요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 역시 40℃를 넘나든다.

공군은 활주로 지상 온도가 39℃에 근접하면 지휘관 재량에 따라 비행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9℃를 넘어서면 필수작전을 제외한 모든 비행임무가 중단된다. 활주로 지면 온도가 높아지면 항공기 착륙 시 제동거리가 1.5배가량 늘어나고, 브레이크가 가열돼 파열 가능성이 커지는 등 비행안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종기회점검(LCI:Last Chance Inspection)반 정비요원들이 출격을 앞둔 KF-16 전투기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최종기회점검(LCI:Last Chance Inspection)반 정비요원들이 출격을 앞둔 KF-16 전투기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폭염으로 낮 시간대 비행이 제한되면, 총 소티를 줄인 가운데 탄력적인 항공작전 운영이 이뤄진다.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무더운 낮을 피해 야간비행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거나, 야간비행이 없는 날에는 오전 비행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폭염에 따른 비행제한은 비행임무의 전·중·후를 지원하는 야외근무요원들의 온열 손상을 방지하고 피로도를 관리해주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공군의 대표적인 야외 근무자인 야전 정비사와 최종기회점검반(LCI) 요원들은 불타는 활주로 일대에서 항공기를 점검하고, 작은 부품을 하나하나 확인해 비행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땀과 스트레스로 인한 집중력 저하는 임무의 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안전사고 위험도 있다. 공군은 야외근무자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각종 냉방 장비를 제공하는 등 온열 손상 방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구급차 상시 출동 대기 및 최근거리 병원에 대한 신속한 후송체계 유지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항공기 정비·격납고 역시 폭염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천장과 벽이 있어 외부와 비교해 보통 2~3도가량 더 높다. 게다가 정비사들이 온종일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공간인 만큼 체감온도는 더욱 뜨겁게 느껴진다. 대구는 ‘아프리카만큼 더운 대구’라는 의미로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런 대구 지역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는 공군11전투비행단 항공기정비대대 102정비중대 남경석 상사는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열기를 내뿜는 전투기를 정비하다 보면 땀으로 샤워를 하게 돼 보통 정비사들은 여름이 지나면 보통 2~3㎏ 이상 체중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염도 임무 수행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그는 “충분한 휴식과 효율적인 작업으로 빈틈없는 정비지원을 지속해 항공작전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많은 비행단은 폭염 대응 장비(?)를 가동하며 최적의 업무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글루 안에 대형 선풍기와 이동식 에어컨을 간이 설치해 한여름의 열기를 최대한 식히고 있다. 정비사들은 두꺼운 정비복을 벗고 얇고 가벼운 정비티셔츠를 착용한다. 이 밖에도 정비사들은 팔에 차는 ‘쿨 토시’와 햇빛을 가려주는 ‘정글모’, 얼음팩이 장착된 ‘쿨 스카프’ 등을 한여름 정비 작업의 필수 아이템으로 즐겨 찾는다.

공군 비행단은 장병들에게 무더위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활력을 주고자 색다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공군8전투비행단은 주임원사단과 부사관단이 시원한 팥빙수를 들고 야외근무지를 찾아가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공군18전투비행단은 기지에 있는 해양훈련장을 활용해 더위도 극복하고 체력도 기를 수 있는 ‘전투수영’ 훈련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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