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도로에 날리는 미세먼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입력 2018. 07. 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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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비산먼지 해결이 시급하다


통계 부정확 이유로 자료 공개조차 안해

차량 배출 미세먼지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

 




“제가 보기엔 도로에서 날리는 비산(飛散) 미세먼지의 양이 가장 많을 것 같아요. 도로에서 날리는 먼지, 도로 표면이 깎여 날리는 먼지, 자동차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날리는 먼지 등 말입니다. 제가 택시 운전 30년을 했는데 정말 도로에서 날리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단 말입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던 날 필자가 타고 가던 택시의 기사는 도로에서 날리는 비산먼지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며 흥분하고 있었다.



정확한 미세먼지 배출원과 배출량 몰라

네이버 백과에서는 비산먼지를 “공사장 등에서 일정한 배출구를 거치지 않고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라고 정의한다. 두산대백과에서는 “비산분진이라고도 하며, 주로 시멘트 공장이나 연탄 공장, 연탄 이적장, 도정 공장, 골재 공장 등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정의는 약간 달라도 날아다니는 먼지라는 말로, 택시기사는 비산먼지의 많은 부분이 도로에서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서 비산먼지가 차지하는 양은 어느 정도나 될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통계도 없고 자료도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정책이 우왕좌왕하는 이유 중 하나로 정확한 미세먼지 배출원과 배출량을 잘 모른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 탓하지 말고 미세먼지 따지려면 국내 배출량 통계부터 제대로 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량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중국에 감축을 요구할 수도, 국내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집계하는 시스템을 보면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현재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정책지원시스템(CAPSS: Clean Air Policy Support System)을 구축해 해마다 시·군·구 단위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을 산출, 발표하고 있다. 배출량은 2만여 개의 배출계수와 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해 계산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6만3286톤이라고 한다. 이 중 제조업 연소가 3만322톤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선박·건설장비 등 비도로 이동오염원이 1만4861톤, 자동차를 비롯한 도로 이동오염원이 1만19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비산먼지가 미세먼지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비산먼지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매우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2년 전국의 날림먼지 배출량은 초미세먼지가 1만8168톤으로 추정할 뿐이다. 만약 이 통계가 맞는다면 비산먼지는 비도로 이동오염원이나 도로 이동오염원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의 양보다 더 많다는 말이다. 즉 우리나라 모든 차량에서 배출하는 초미세먼지보다 비산먼지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산먼지 통계의 신뢰성이 약하다. 비산먼지는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조차 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환경부의 미세먼지 통계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비산먼지 양이라고 말한다. 실제는 정부 통계치보다 더 많은 비산먼지가 영향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도로에서 날리는 비산먼지와 제조업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부정확합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의 주장이다. 택시 운전기사의 말과 비슷하지 않은가? “도로에서 배출하는 비산먼지의 양을 계산하려면 도로 조건과 계절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대기관리 담당자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는 현장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정확한 배출량을 계산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도로 옆 미세먼지, 도로 안쪽보다 농도 높아

비산먼지만 아니라 다른 배출원에 대한 계산도 부정확하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대기오염 배출 사업장은 5만여 개로 대기오염 배출량에 따라 1~5종으로 구분한다. 그중 규모가 큰 1~3종 사업장만 배출량을 측정하고, 9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4~5종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형 배출원 위주로 배출량을 파악하다 보니, 영세 사업장이나 불법 노천 소각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계산에서 빠진다. 정확한 통계가 불가능한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식적으로 잡히지 않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게는 국내 총배출량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케이웨더 실외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로 관측해보면 도로 옆의 미세먼지 농도가 도로 안쪽보다 더 높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택시기사 말처럼 비산먼지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산먼지 해결에 대한 인식이 시급하다.


[팁]

‘비산먼지 줄이기’지자체 팔걷었다

제주시·인천 계양구 등 점검나서


제주시는 2018년 4월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시민 건강보호를 위해 비산먼지 발생 공사장에 대한 지도·점검에 나섰다. 지역 내 비산먼지 발생 공사장 639곳 중 연면적 1만㎡ 이상 특별관리 공사장 35개소 등이다. 인천의 계양구도 대형 건설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상시 관찰할 수 있는 측정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사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를 자동 측정·분석해 외부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전송, 효율적으로 미세먼지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봄철 도내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2888군데에 대해 비산먼지 특별 점검을 실시하고 353건을 적발했다고 한다. 주로 택지개발지구 등과 대규모 사업장이 점검대상이었는데, 감시용 드론 2대를 활용해 확인이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감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작은 곳에서부터 비산먼지 저감 노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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