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비행학교 이야기

긴장 속 홀로 이착륙… 세 번 연속 성공 “해냈다” 환호

입력 2018. 07. 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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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솔로 비행을 하다


스테이지1 합격 후 곧바로 솔로 비행 준비

착륙 모습 촬영 잘못된 점 수정 또 수정해

비행 성공하자 담당교관 축하기념 물세례

히바 형과 선배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줘

 

솔로 비행 후 축하 의미로 물세례를 받는 전통에 따라 물을 맞고 있다.

 

스테이지 1 비행 테스트도 끝났다. 합격이었다. 잘 안 되던 착륙을 가장 안정적으로 했던 날이 바로 시험 날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하나씩 익숙해져 갔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군 생활이 생각난다. 입대를 하니, 나 빼고 모든 게 바뀐 세상이었다. 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했지만, 시간이 지나 새벽 근무부터 기상, 일상 과업, 훈련 등 모든 것이 당연해졌다. 그리고 어느새 군 생활이 내 인생이 됐고, 반대로 사회가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비행 또한 내 삶의 일부가 될 그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스테이지 1 테스트를 끝내니 다음 과정으로 솔로 비행과 야간 비행 그리고 장거리 비행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제 막 시작한 거라 보면 됐다. 하지만 테스트를 한 번 거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고, 실제로 진도도 빠르게 나갔다. 솔로 비행 준비를 위해 또다시 끝없는 착륙훈련에 들어갔다. 멋지지 않아도 좋으니 안정적으로 활주로 중간선(센터라인)에 잘 내리기만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감을 잡아서 잘 내리다가도 그러지 못하기를 훈련할 때마다 반복했다. 최소한 연달아 3일 정도는 안정적으로 내려야 교관이 나에게 솔로 비행을 허락해줄 것 같았다. 솔로 비행이라는 것은 혼자서 비행기를 이륙시켜 공항 위를 사각 패턴으로 돌고 착륙한 뒤, 활주로를 나갔다가 다시 이륙 허가를 받고 이착륙하는 것을 3회 하면 공식적으로 솔로 비행을 통과하는 것이다.

선배들이나 교관들이 착륙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는데, 도대체 왜 난 안 되는 것일까.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결국 해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에 내가 착륙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돌려보며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중앙선이 맞지 않는 이유, 부드럽게 착륙하지 못하는 이유, 기체가 틀어져서 내리는 이유 등 거의 모든 이유를 찾아냈고 계속 고쳐나갔다. 끊임없이 착륙훈련 비행을 했다. 머릿속은 온종일 어떻게 하면 착륙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점점 좋아지긴 했지만 교관을 만족시키지 못해 그는 어김없이 “다시”를 외쳤다. 내 마음이 급할 뿐이지 교관은 전혀 급할 게 없었다.

이번에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서 비행을 나갔다. 처음에는 계속 좋다가 마지막 두 번 센터라인이 맞지 않았다. “동진, 잘했지만 한 번만 더 하자.” 비행 자체가 이미 결과이기 때문에 결국 증명하는 길은 보여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교관이 휴가를 갔다 온 후, 우리는 비행 스케줄을 잡았다. 선배들이 모는 비행기를 타면서 끊임없이 내 눈앞에 보이는 착륙 장면들을 기억으로 저장했다.

 

솔로 비행에 성공하자마자 학교장 윌과 담당 교관, 히바 형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드디어 비행 수업이 있는 날. 차분히 비행을 나갔다. 그리고 10번 착륙을 하고 나서 결정하자고 했던 교관은 안정적으로 다섯 번 착륙한 나에게 갑자기 제안했다. “연습 더 할래? 아니면 여기까지 할까?” 그 말은 내 착륙에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속으로 환호했다. 정말 익숙해지다니. 결국 되다니. 신기했다. 비행기를 주기장에 세우고 시동을 막 끄자마자, 교관은 의자에 앉은 채로 헤드셋을 벗으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동진, 준비됐어?” 나는 대답했다. “준비됐어요!” 그리고 바로 스케줄 담당자에게 가서 다음 비행으로 솔로 비행을 잡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 날이 됐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하늘이 날 반겨주는 듯했다. LA에서 비행하고 있는 파일럿 선배 태진 형도 차를 몰고 응원해 주러 왔다. 솔로 비행이 주는 의미는 파일럿 훈련생에게는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혼자 이륙시키고 착륙시키기 때문이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벅찬 일이었다. 배정된 비행기에 가서 시뮬레이션으로 과정을 천천히 상상하며 연습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고, 교관이 온 다음 시작해도 좋다는 말과 함께 비행기 문을 닫았다. 나는 점검표에 맞게 시동 절차를 진행했다. 항상 옆에 교관이 타고 있었는데, 혼자 자리한 비행기가 굉장히 넓게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 걸리진 않겠지만, 나는 차분하게 마음먹고 천천히 절차를 밟아나갔다. 그리고 교신을 시작했다.

“Montgomery ground, archer 53751, at the ramp, request right traffic pattern with full stop, student pilot, first solo flight.” 나의 요청에 관제사는 허가를 내렸고, 나는 천천히 이동하면서 활주로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이륙을 요청했고, 관제사는 곧바로 이륙을 허가했다. 혼자라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며 숱하게 반복 훈련했던 이륙 절차에 들어갔다. 활주로 중앙선에 비행기를 맞추고 최대 출력으로 올리니, 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륙하는 순간 나는 벅찬 감정을 느끼며 땅을 박차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혼자서 비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훈련을 해왔던가. 교관의 ‘다시’라는 말을 들었을 땐 답답함과 아쉬움이 교차했었는데, 결국 시간과 노력이 솔로 비행을 할 수 있게 해줬구나 싶었다. 패턴을 돌고 곧바로 착륙 점검표를 따라 착륙 절차에 들어갔다. 눈앞에 활주로가 펼쳐졌고, 착륙을 위해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파워를 거의 다 빼면서 조종간을 뒤로 살짝 당겨주며 기수를 들어 활주로 바로 위를 평행을 유지하다 부드럽게 뒷바퀴가 땅에 닿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앞바퀴도 내려왔다. 착륙 성공이었다. 나는 소리 없는 환호를 내질렀다. 그리고 활주로를 빠져나간 뒤 다시 이륙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총 세 번의 이착륙을 마치고 주기장으로 들어왔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안전하게 비행기를 세우고 나니, 문밖에서 학교장 윌과 교관 그리고 선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려고 보니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편안한 줄 알았지만, 사실 많이 긴장했음을 깨달았다. 교관은 내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고생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굳은 악수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윌 또한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매일 나를 지켜봐 왔던 터라 감회가 더 새롭지 않았나 싶었다. 히바 감독 형 또한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다른 선배들 또한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주었다.

 

솔로 비행을 마친 후, 축하해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솔로 비행을 마치면 전통적인 축하 의식을 치르는데, 담당 교관은 물을 통에 담아서 훈련생의 머리에 물을 뿌린다. 선배들이 의식을 치를 때마다 부러움으로 지켜봤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다니 감개무량했다. 교관은 망설임 없이 많은 양의 물을 머리에 쏟아부었다. 젖은 채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나는 포옹을 했고, 모두가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공부하면서 맘대로 안 되는 게 너무나도 많았지만, 하나씩 채워나가는 순간이 있기에 다시 용기를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비로소 저녁노을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아름다운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잊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과정은 치열하게 진행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놓치고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런 내 삶에 건투를 빌며 남은 과정도 힘을 낼 것이다. 이제는 야간 비행과 장거리 비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일이 기대된다. 사진=필자 제공

<이동진 파일럿 /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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