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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엉겅퀴

입력 2018. 06. 20   17:25
업데이트 2019. 01.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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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의 학술적인 식물명이 고려엉겅퀴

5~6월까지 잎과 줄기 연해 늦은 봄에도 식용


여름이 어떻게 이렇게 급작스럽게 다가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 계절은 더없이 왕성하고 짙푸르게 성숙해갈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어도 동부전선의 DMZ는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해 더없이 쾌적합니다. 이즈음 높은 산정에서 맑고 서늘한 산기운을 한 몸에 받으며 곱고 강인하게 자라서 피는 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고려엉겅퀴입니다.


사진=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제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고려엉겅퀴 군락도 향로봉 그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여름을 맞으며 꽃을 피우는 고려엉겅퀴는 한가위를 보내고 가을이 오기까지 그렇게 계속 피고 지고,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더욱이 이 꽃은 높은 산 정상 부근 나무가 하늘을 가리지 않는 곳에 무리 지어 핍니다. 땀 흘려 산을 오른 뒤, 정상의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며 맑은 풍광을 가슴에 담을 즈음 눈에 보이는 꽃이어서 더 인상적일 것입니다.

‘고려엉겅퀴’라고 하면 좀 생소하시지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명칭은 ‘곤드레’입니다. “그럼 혹시 나물밥으로 먹는 그 식물?” 하고 물으신다면 맞습니다. 강원도를 여행하노라면 식당마다 ‘곤드레밥’이라고 붙여 놓고 자랑하는 그 음식, 이제는 전국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 곤드레나물이 바로 이 식물의 어린잎으로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곤드레나물이 바로 고려엉겅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식물, 특히 고려엉겅퀴 같은 국화과 식물은 어릴 때 뿌리 근처에 모여 달리는 잎과 자라면서 줄기에 달리는 잎의 크기·모양에 차이가 있지요.


정확한 학명 밝혀진 뒤 대량 재배 가능해져


여러 해 전, 어떤 분이 곤드레나물의 어린잎들을 가져와 이 나물을 좀 개발하려고 하는데 학술적인 식물명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고려엉겅퀴라 생각됐지만, 꽃을 보기 전에는 정확한 식물명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식물학자의 입장에서 빨리 답해주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잎 같은 식물의 영양기관은 변이가 많아 그것만 보고는 정확하게 식물을 식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곤드레나물을 키우시겠다는 분께 고려엉겅퀴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 식물이 자라면 이런 꽃이 피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나물로 먹는 어린잎만 아시지, 그 이후의 모습엔 관심이 없으셔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저런 곡절 끝에 곤드레가 고려엉겅퀴임이 증명됐습니다.

예전엔 산에서 스스로 자란 고려엉겅퀴의 어린잎만 따 먹었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 알게 된 후에는 꽃도 알고, 열매도 알게 돼 씨앗을 받아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진=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사진=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나물은 물론 해장국·볶음·부침개까지


사실 곤드레나물은 예전 가난했을 때 곡식과 함께 넣고 밥을 지어 양을 늘려 먹던 구황 식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유명한 건강식이 됐지요.

잎과 줄기를 모두 먹을 수 있으며, 데쳐 우려낸 것을 묵나물로 만들어뒀다가 나물로 먹고 국, 특히 해장국을 끓일 때 씁니다. 이외에도 볶음이나 부침개 등 용도가 다양합니다. 다른 산채들은 이른 봄에만 먹을 수 있는데 곤드레는 5~6월까지도 잎이나 줄기가 연해 늦게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대가 서늘하고 높은 곳에 있다면 고려엉겅퀴를 한번 키워보실 것을 권해봅니다. 여름이 될 때까지 수시로 장병들의 별식 재료가 될 수 있고요. 그 이후엔 꽃을 보며 가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씨앗으로 많이 번식시키고 싶으시다면 미리 습도가 유지된 상태로 냉장고에 두어 저온처리를 한 다음 뿌리면 됩니다.

왜 하필 곤드레란 별명이 붙었을까요?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한 모습과 이 식물이 산 정상에서 자유롭게 피는 모습이 연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정선아리랑에 ‘곤드레 만드레 우거진 골로’라는 구절이 있다니 그 노랫가락의 곤드레가 바로 우리의 고려엉겅퀴가 아닐까 하는 데 심정적 동의를 하며, 여전히 이 땅의 깨끗하고 높은 곳에서 청결하게 피고 지는 이 꽃의 서늘한 자유로움이 문득 부럽기도 합니다.

그림=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그림=이숭현 작가,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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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고 높은 곳에서 마주치는 꽃, 그 자유로움 곱고도 강인하구나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8/20180621/B2018062120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8년 6월 21일자 ‘고려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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