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관리·軍 존중문화·국방개혁…강한 군사력 바탕으로
<20> 이스라엘군이 강한 이유
인적관리·軍 존중문화·국방개혁…강한 군사력 바탕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5월 14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이 기존에 위치하던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식을 거행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한 지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팔레스타인과 유엔, 그리고 세계 각국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은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붙였고,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의 공격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이 발생한 것은 안타깝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현 상황이 어떻게 가능하게 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국 주류 사회를 움직이는 유대인의 힘과 미국·이스라엘의 돈독한 관계일 것이나, 팔레스타인과 주변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감시하며 그들의 도발 의지를 사전에 제거해 대사관 이동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제공한 정보력과 주변국을 압도하는 군사력으로 정책을 뒷받침해준 이스라엘 군의 역할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군이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첫째,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다.
모든 유대인 청소년(아랍인은 자원자만 입대 가능)들은 고등학교 2학년 생일을 전후해서 군 인사국 모병센터를 방문, 하루 동안 사전 지원 및 인터뷰를 한다. 이때 고등학교 성적과 적성, 희망, 심리검사 등을 통해 해당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공군 조종사, 탈피오트(과학기술 특별사관), 사이버부대, 특수부대, 정보국 입대를 위한 시험에 응시하고, 불합격자들은 다시 전투병으로 지원하거나 참모병으로 입대하게 된다.
이렇게 군에서 정한 우선순위별로 우수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 병사들이 장교보다 더 나은 업무실적을 거두기도 한다.
또한 본인이 원한다면 장애인도 얼마든지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 양쪽 다리가 없는 병사가 정보분석 임무를 담당하고, 자폐증 환자들이 위성영상 변화분석 특수팀에서 일하기도 한다.
사회가 군을 바라보는 인식
둘째, 사회가 군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은 군의관·법무관 자원을 제외하곤 군 입대자의 98% 이상이 고등학교 졸업 후 남녀 모두 군에 입대하기 때문에 군이 사회의 첫 관문이 되며, 모두가 평등한 출발선에서 사회를 시작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어느 부대로 입대하는가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정해지게 되며, 특수부대·정보국·전투부대 등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사회 지도층이 되기 힘든 환경이 된다.
정책을 입안하는 정치인들도 대부분 특수부대·정보국 출신으로 군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수한 젊은이들이 어렵고 힘든 특수부대, 전투병에 지원해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전을 통해 진화하는 변화의 힘
셋째, 실전을 통해 진화하는 변화의 힘이다.
이스라엘 군은 1948년 독립전쟁 이후 수년마다 한 번씩 전쟁을 치르고 얻은 교훈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4년 7월의 가자전쟁(Operation Protective Edge) 이후 대규모의 국방개혁(기드온 계획)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이 치른 수많은 전쟁 중에서 그들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1974년의 4차 중동전, 일명 욤키푸르 전쟁이다. 과거 주변 아랍국을 압도하고, 특히 이전 6일전쟁에서 골란고원과 시나이반도를 쟁취했던 이스라엘은 자만에 빠져 이집트와 시리아의 철저한 전쟁준비를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과소평가했고, 이 때문에 초기 막대한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정보 전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력발전 우선순위를 조정해 정보력 향상에 노력함으로써 현재는 영상·신호·인간정보뿐 아니라 위성·사이버를 아우르는 정보를 융합, 제공함에 따라 싸우기 전에 미리 이길 수 있는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기체계 개발의 융통성
넷째, 무기체계 개발의 융통성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무기체계 개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드론, 미사일 방어, 위성은 핵심자산으로 국방부 연구개발국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며, 기타 체계는 군 소요가 제기되면 일단 미국 등 선진국의 생산 여부를 확인해 양산 단계에 있는 제품일 경우 개발보다는 구매를 선택하고(미국이 매년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연간 38억 달러의 군사지원금을 활용),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면 방산업체와 함께 가능성을 검토한 후 개발에 착수한다.
특히 체계개발의 경우 군 담당자가 업체에 상주하며 개발 일정을 확인 조정하고, 요구 수준의 70% 정도에 도달하면 일단 제품을 사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 발전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현재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아이언돔의 경우, 최초 공군에서 도입을 반대했으나 국방부 의지로 개발에 착수, 약 4년 만에 시제품을 배치하고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 현재는 95% 이상의 요격률을 달성했으며, 이스라엘 국민이 가자지역에서 발사되는 로켓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위협할 세력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들의 탁월한 정보력과 과감한 시행 의지 때문에 테러 세력이 설 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래에도 변화하는 정세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스라엘 군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목표만을 생각하며 협동하고 시행한다. 그리고 변화의 필요가 있으면 과감히 바꿔 버린다. 수많은 한국군 방문단이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 눈에 보이는 제도만이 아닌, 그 저변에 숨어있는 근본 차이와 변화의 의지를 함께 볼 수 있다면 우리 군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이스라엘, 증진·방산협력 모색을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5000년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와 단일 민족, 외세의 침략으로 고통을 겪다 1948년 독립한 점, 폐허에서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점, 그리고 그 원동력이 지하자원이 아닌 사람이라는 점, 적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항상 긴장 속에 생활하는 점 등이다.
특히 안보환경 측면에서 양국 군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의 다양한 무기체계를 도입·운용하고 있으나 심각한 교역 불균형 상태에 처해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고려할 때 우리의 주력 방산수출 분야인 플랫폼(항공기·자주포 등)을 고집하기보다는 소재·부품 분야를 중심으로 한 절충교역과 AESA 레이더 해외협력사례처럼 이스라엘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이용한 공동개발 등을 적극 추진한다면 양국 관계 증진과 방산협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 판단된다.
박 수 철 공군대령
전 주이스라엘 국방무관
현 국군3707부대 근무
♣ 알려드립니다
본 기획의 필진을 해외 무관을 지낸 현역 장교들까지 확대했습니다.
지난 5월 25일 해외 주재 무관 등 국방외교 업무 역임자들이 쌓은 경험과 전문성이 국가와 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국방외교협회(KDDA: Korea Defense Diplomacy Association)’가 설립됐다.
협회는 황동준(전 국방연구원장) 이사장과 권태환(전 주일본 국방무관) 회장 등 70여 명의 예비역 무관과 법인회원으로 구성됐으며, 한승주(전 외교부 장관) 상임고문과 김태영(전 국방부 장관) 자문위원장 등 원로 및 전문가들과 함께 향후 국방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협회 회원 중 신경수(예비역 육군소장) 전 주미 국방무관을 비롯한 9명은 국방홍보원 국제전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국방일보는 올 1월부터 시작한 이 코너에 예비역 무관뿐만 아니라, 무관을 지내고 현역으로 근무 중인 장교들도 참여토록 해 독자들에게 더 다양한 세계 각국의 국방정책과 군사·안보 지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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