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성 국군의무사령관『책은 도끼다』.『환자의 경험이 혁신이다』
새로운 일 시작할 때 기존 것 버리는 연습해
“20대 초반부터 책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죠. 학교 공부가 학습이고 지식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학교의 공부는 세상 공부를 위한 ‘터파기’였죠. 생도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이 제 독서 인생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도끼
안 사령관은 ‘책이란 무엇인가’란 어려운 질문에 자신의 경험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는 “20대 초반 읽은 소설과 인문학 서적, 20대 중후반부터 읽은 의학서적들이 ‘군의관 안종성’을 만들었다”며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내 모습을 차곡차곡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안 사령관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나 새로운 보직을 맞을 때마다 기존 것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고 했다. 기존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시간을 그는 늘 책과 함께했다고 한다. “동영상이나 대화에서 느끼기 어려운 깊은 통찰의 순간이 자간, 행간, 자구에서 찾아옴을 수없이 체험했습니다. 그런 통찰과 혜안의 순간이 차곡차곡 겹겹이 쌓여 지금의 제 모습이 만들어졌죠. 자신이 무엇을 읽어 왔는가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가릅니다.” 안 사령관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권의 책을 소개했다. 책의 제목이 바로 『책은 도끼다』였다. 그제서야 무릎을 치며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든 두 번째 궁금점. 이 책은 과연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안 사령관에게 통찰과 혜안의 순간을 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통찰의 갈증을 느낀 작가가 본인이 책을 통해 느낀 감동의 순간 순간을 여실히 적어놓은 책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갈증을 느낄 때 이 책을 만나게 됐죠. 책을 정독하면서 오감이 새롭게 깨어남을 느꼈습니다. ‘책을 이렇게 볼 수 있구나’, ‘책을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구나’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 탄성은 제 가슴에 메아리치고 있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책은 얼어붙은 머릿속 감수성을 깨우는 도끼다. 도끼로 찍듯 꼼꼼히 여러 번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안 사령관 역시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워 주는 도끼”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글의 힘을 느끼게 되고 글이 주는 만족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책에 목말라 있는 장병들한테 일독을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두 번째로 권한 책은 『환자의 경험이 혁신이다』였다. 비교적 쉽게 와 닿는 제목이었다. 의무사령관에 임명된 뒤 새로운 것을 채우기 위해 다시 서재를 찾은 안 사령관이 꺼내 든 책이라고 한다. 그는 “의무사령관 보직을 위해 읽은 많은 책 가운데 가슴에 가장 큰 도끼의 흔적을 남겼다”고 이 책을 평가했다.
“제가 느낀 감흥을 저 혼자 간직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예하 병원장과 주요 보직자들에게 선물했죠. 그리고 우리가 추진한 것이 바로 ‘군 병원의 혁신’이었습니다. 모두가 한 팀, 한마음, 한목소리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됐죠.”
안 사령관은 군 병원장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직원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에너지 버스』, 『혼창통』 등의 책을 부대원들과 나눠 읽으며 병원 업무 혁신을 이뤘던 성과를 그는 “책을 통해 이뤄낸 값진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책은 우리의 삶을 바꿔 줘
그는 책을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좋은 책을 만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소중하고 값지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떤 책은 인생의 선물이 돼 삶의 궤적을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나락으로 이끌기도 하죠.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보고 느끼며 체험하고 있습니다.” 안 사령관은 자신 역시 32년의 군 복무 기간 수많은 좋은 책을 만났지만 때로는 좋지 않은 책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런 만남을 통해 뜻을 이룰 용기도 얻었고 행동의 전략도 배웠으며 목표 달성의 전술도 익힐 수 있었다”며 “군 복무 중 이룬 성과들은 다 이런 책과의 만남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서가 ‘장군의 품격’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안 사령관은 “장군의 생각과 결정은 부하의 생사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며 “나폴레옹, 로멜, 몽고메리 등 명장들은 모두 열렬한 독서가이자 책 애호가였다. 그들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렸고 이를 실행에 옮겨 역사적인 순간들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21세기의 장군들에게도 마찬가지. 안 사령관은 “조직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통찰력이 필수”라며 “이런 통찰력은 독서를 통한 학습, 실제적인 경험을 통한 학습, 그리고 몰입의 사색 및 직관의 상황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나온 통찰의 결정은 부하를 살리고, 조직을 살리고, 군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게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장군의 품격은 독서를 통해 나온다고 확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장군은 지도책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겠다고 길을 떠나는 사람과도 같다”며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군 생활의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안 사령관은 장병들에게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장병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비전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합니다. 꿈을 세우고 비전을 만들기엔 아직 세상을 모르고 아는 것이 적기 때문이겠죠.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면 우선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길이 보이고, 세상도 보이고, 꿈도 그려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책을 ‘울림’이라고 표현했다. 안 사령관은 “모든 위대한 일도 작은 깨달음, 작은 울림에서 시작한다”며 “이런 울림의 순간이 가장 많이 찾아올 때가 바로 책을 읽을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병들에게 “책을 손에 잡고 읽어 내려가며 생각하고 세상과 대화하며 울림의 순간을 만들길 바란다”며 “그 작은 울림이 큰 공명이 돼 세상을 움직이고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의 시작은 선문답 같았지만 ‘큰 울림’으로 변해갔다. ‘도끼’, ‘만남’, ‘울림’. 그의 표현은 모두 책에 대한 사랑과 확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안 사령관은 마지막으로 장병들에게 이런 덕담을 남겼다.
“책을 읽고 바라보는 세상은 책을 읽기 전보다 더 명확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들도 책을 통해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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