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타고 있어요!”
초보 운전 차량 뒷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절이다. 이 말의 속뜻은 일종의 경고다. 초보 운전이니 뒤차는 조심하고 좀 서툴더라도 봐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기가 타고 있어 붙이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초보 운전’의 대용어인 셈이다.
미국에서의 “baby on board”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고 한다. 차에 아기가 타고 있으니 사고 나면 아기부터 구조하라는 뜻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뜻으로 쓰고 있다니 놀랍다. 단지 다른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의 말뜻이 더 감동으로 다가오는지는 누구나 같게 느낄 것이다.
이참에 건강한 말, 신나는 말이 무엇인지 챙겨볼 일이다. 당연히 1순위는 “baby on board”처럼 남이나 약자를 배려하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긍정하는 말이다. 이와 관련된 양파 실험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쪽은 칭찬만 하고 한쪽은 욕을 하면 칭찬을 들은 쪽은 아주 잘 자라지만, 욕을 들은 양파는 시들어 죽는다. 우리네 가는 길이 언제나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이만하길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 전화위복,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제격이다.
맞장구치는 말이 신나는 말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국민 사회자인 까닭은 맞장구를 잘 쳐서 그렇다. 이런 말을 위해 우리 전통 공연에서의 추임새를 실제 생활에서 되살릴 필요가 있다. “얼쑤 잘한다. 그럼 그렇지, 얼씨구, 절씨구.” 이런 말들은 공연자를 신나게 하면서 자신도 신나게 한다. 그래서 공연을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며 신나는 판을 만들어 나간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말을 자주 주고받는다면 어디든 신나는 일터가 되지 않겠는가?
또 서로에게 좋은 말은 되도록 쉽고 정확한 말이다. 공공언어 예를 든다면 ‘Mobile-K office(농촌환경 체험 과정)’와 같은 어려운 정책 용어를 개선하면 5년간 354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언젠가 서울시가 내걸었던 ‘맘프러너 창업스쿨(젊은 엄마 창업학교)’는 1인당 약 19만2500원의 교육비를 지급하는 좋은 정책이었는데, 어려운 외국어를 남용하는 바람에 서울시 여성 6만 명은 총 116억2000만 원의 비용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필자가 일하는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은 부정확한 언어에 관한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 이를테면 ‘20m 이상 도로에 접한 토지로서’라는 표현은 노폭이 20m 이상이라는 뜻과 접한 길이가 20m 이상이라는 중의성을 띤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이 들어가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경우 노폭 20m가 기준점이라면 ‘토지가 20m 이상인 도로에 접한 것으로서’라고 표현해야 하고, ‘접한 길이 20m가 기준점’이라면 ‘도로에 접한 20m 이상 토지로서’라고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 언어는 인권이고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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