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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상캐스터 강아랑, 동생 부대서 특별한 생방송

안승회

입력 2018. 05. 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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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군단 방공대대서 장병 가족 편지 읽으며 감동 전해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시 육군2군단 512방공대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매일 아침 아름다운 목소리와 똑 부러지는 전달력으로 국민에게 날씨와 생활정보를 전해주는 KBS 기상캐스터 강아랑이 그 주인공.

 

강아랑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친동생 강종진 하사가 발칸분대장으로 근무하는 이 부대를 방문해 ‘장병 가족 편지 대독’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이 이벤트는 보고 싶은 가족과 떨어져 군 복무에 매진하고 있는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아랑 기상캐스터다!” “정말이네, 나도 아까 TV에서 봤어. 강아랑 기상캐스터가 어떻게 우리 부대에…?”

오전 일과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던 장병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과 전 아침 생방송에서 봤던 강아랑이 눈앞에 서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이날 아침 뉴스와 라디오 생방송을 끝내자마자 서울 여의도 방송국에서 출발한 강아랑은 점심 무렵이 돼서야 부대에 도착했다.

 

강아랑은 요즘 기상캐스터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다.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아침 뉴스뿐 아니라 TV쇼 진품명품, 천상의 컬렉션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두루 출연하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가장 바쁜 기상캐스트 중 1인...동생 위해서라면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강아랑은 이날 동생을 위해 모든 오후 스케줄을 미뤘다. 전날 밤엔 동생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예쁜 도시락도 직접 만들었다.

 

강아랑이 세 살 터울 남동생 강 하사를 생각하는 마음은 특별하다.

 

“저는 20살에 대학에 진학하면서 부산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서 홀로 지냈어요. 당시 부모님 모두 늦은 시간까지 바쁘게 일하셨기 때문에 어린 동생을 챙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도 동생은 엇나가지 않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어요. 건강하고 늠름하게 자라 대한민국 육군 하사가 된 동생이 자랑스럽습니다.”

가녀린 모습의 누나와 달리 큰 키에 우람한 체격이 인상적인 강 하사는 전문하사 제도를 통해 지난해 8월 하사로 임관했다. ‘해준 게 없다’는 누나 말과는 달리 강 하사는 “누나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누나는 제게 선생님 같은 존재입니다. 어릴 때부터 누나를 보고 배웠어요. 제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준 은인인 누나에게 항상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강 하사는 부대로 찾아온 강아랑을 반갑게 맞으며 부대 동료 한 명 한 명에게 누나를 소개했다. 강아랑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동생을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이장운(중령) 512방공대대장이 “강 하사는 최근 사격훈련에서 성적우수자로 선발될 정도로 훌륭한 부사관”이라며 “특유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하자 긴장했던 강아랑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강아랑은 이날 강 하사가 운용하는 K263 자주발칸에 직접 올라 장비를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직접 싸온 도시락을 햇살이 비치는 야외 벤치에서 동생과 나눠 먹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강아랑이 부대를 찾은 진짜 이유! 

'동생 때문은 아니야'


그녀가 부대를 찾은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동생과 함께 근무하는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강아랑은 부대 협조를 받아 미리 장병 가족들의 사연을 받았다. 강아랑은 부대 지휘통제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능숙한 솜씨로 부대 장병들만을 위한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KBS 기상캐스터 강아랑입니다.”

식사 후 휴식을 취하는 장병들로 고요한 부대에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병들은 생활실, 연병장, 화장실 등 부대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강아랑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가정의 달을 맞아 장병 여러분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오늘의 특별진행자 강아랑입니다. 첫 번째 사연은 김진우 일병 아버지께서 보내셨네요. 소개해 드릴게요. 사랑하는 아들 진우야, 씩씩하고 건강하게 군 생활하는 우리 아들이 아빠는 정말 자랑스럽구나‥(중략) 전역하는 그날까지 몸 건강하길 바란다.”

김진우 일병 아버지가 보낸 손편지를 대신 읽던 강아랑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강아랑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방송을 이어갔다. “정말 가슴 뭉클한 내용인데요, 모든 부모님의 마음이 김 일병 아버님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우 일병님, 아버님 말씀대로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그 시각 생활실에서 뜻밖의 방송을 듣게 된 김 일병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 일병은 방송을 듣자마자 자신의 팔뚝에 매직으로 ‘ㅈㅎ’이라고 썼다. 김 일병은 “혼자 나를 키우시며 고생하셨을 아버지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어버이날에도 훈련준비 때문에 아버지께 전화를 못 드렸다. 오늘은 잊지 않고 전화를 드리기 위해 글씨(‘전화’의 초성)를 썼다”고 말했다.

 


이날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해 부대를 방문한 강아랑은 오히려 장병들에게 더 큰 힘을 얻어 간다고 말했다. 강아랑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고 씩씩한 모습으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며 “군인 가족으로서 전국 각지에서 근무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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