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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입력 2018. 04. 18   17:44
업데이트 2019. 01. 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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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포기.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조팝나무 포기.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산자락이 환합니다. 조팝나무에 꽃이 피었어요. 그러고 보니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곳이면 산길 가장자리이든, 논둑이든 마을의 둔덕 혹은 작전도로가 지나는 비탈면 어디든 백설보다 더 희고 눈부신 조팝나무의 꽃들이 피고 있습니다.

긴긴 겨울 동안에도 이토록 풍성하고 아름다운 눈송이들은 보기 어려웠는데, 이제 새봄을 맞이한 들녘에 피어난 꽃송이들은 정말 때아닌 눈꽃들을 보는 듯 고와요.

조팝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키 작은 나무입니다. 봄이 되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하얀 꽃송이가 가득 달리지요. 그러면 가느다란 줄기는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늘어지거나 혹은 뻗어 오르는 왕성한 새 기운으로 가지를 내뻗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자유롭고 신선한지 모릅니다.


조팝나무를 통틀어 부르는 학명의 집안 이름은 스피라에아(Spiraea)입니다. 이 말은 그리스어로 나선(螺旋), 또는 화환(花環)이란 뜻의 스페이라(speira)에서 유래했지요. 실제로 이 조팝나무속 식물로 화환을 만들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하고, 열매의 모양이 나선상이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효녀의 슬픈 전설 담긴 꽃명 ‘수선국’


우리의 조팝나무란 이름은 그 꽃이 좁쌀을 튀겨놓은 듯해 조밥나무라고 불렀고, 이것이 강하게 발음돼 조팝나무가 됐다고 전해집니다. 중국에서는 수선국이라고 부르며 생약명으로 상산 또는 목상산이라고 합니다.


조팝나무를 수선국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슬픈 사연이 하나 전해집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수선이라는 효성이 지극한 소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아버지는 병사로 징집돼 전쟁터로 나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던 아버지는 결국 적의 포로가 됐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 수선은 남장을 하고 적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갖은 고생 끝에 감옥을 지키는 옥리가 돼 아버지를 찾았는데 막상 아버지는 그사이에 옥사(獄死)하셨다지요. 그 사실을 안 수선이 주저앉아 아버지를 목놓아 부르는 바람에 적국 사람임이 발각됐지만, 수선의 효성에 감동한 적장은 그를 그대로 돌려보내 줬습니다.


수선은 아버지가 묻히신 곳에 작은 나무 한 그루를 가져와 아버지를 생각하며 정성껏 가꾸었고, 이듬해 그 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웠는데 사람들은 이 꽃을 가리켜 수선국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수선과 같은 아름답고 효성 가득한 딸이 있었으면 싶으시죠?


조팝나무 열매.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조팝나무 열매.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해열·말라리아·구토…한방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방에서는 조팝나무의 뿌리를 상산목, 줄기를 촉칠이라 해 해열·말라리아·고담·강장·구토 등의 증상에 치료제로 써왔습니다. 그러나 좀 강한 성질이 있으므로 이 역시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아스피린의 원료는 버드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외국에서는 이 조팝나무류에서도 성분이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미의 인디언들도 이 조팝나무류를 민간치료제로 썼다는 기록도 있으니 조팝나무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연구해야 할 듯합니다.


예전에는 간혹 어린 잎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습니다. 워낙 집과 가까운 곳에 많이 자라므로 갓 자라난 여린 순이나 잎을 따서 시고 쓴 맛을 없애기 위해 몇 차례 우려낸 뒤 먹어야 맛이 순하고 좋다고 합니다. 또 조팝나무는 꿀을 따내는 밀원식물로도 사랑을 받습니다. 아까시나무가 피기 전엔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추위 강해 어느 곳에나 심어도 되는 조팝나무


많이 키우고 싶으시다고요? 조팝나무의 번식은 여러 방법이 가능하지만, 주로 삽목(꺾꽂이)을 이용하고 또 심어놓으면 금세 큰 포기로 자라나므로 포기나누기를 해도 됩니다. 삽목은 주로 봄에 2년생 가지를 한 뼘쯤 잘라 물에 서너 시간 담가두었다가 꽂으면 됩니다. 추위에는 강하므로 DMZ 어느 곳에 심어도 괜찮고요, 건조한 곳보다 습기 있는 곳을 좋아하며 그늘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꽃은 2년생 가지에 달리므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자를 때는 일단 꽃이 핀 다음 하는 것이 좋아요. 조팝나무로 풍성한 산울타리를 만들고, 막사 옆이나 도로의 축대를 덮거나 가리고 싶은 곳에 줄나무로 심어도 좋아요. 흰 구름이 덮인 듯 아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조팝나무 꽃.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조팝나무 꽃. 사진 = 양형호, 국립수목원 제공


■ 조팝나무
과명: 장미과(Rosaceae)
특징: 작은키나무, 1~2㎜ 낙엽 지는 넓은 잎나무
       잎: 어긋나기, 달걀형, 가장자리에 잔 톱니, 길이 2.5~4㎝
       꽃: 우산 모양 꽃차례, 짧은 가지에서 4~6개씩 달림. 꽃잎 백색 5장, 4~5월 개화
       열매: 골돌과. 길이 3~4㎜, 8월 말~10월 초에 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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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핀 풍성하고 아름다운 눈꽃송이

http://pdf.dema.mil.kr/pdf/pdfData/2018/20180419/B201804192001.pdf 

국방일보 기획 ‘DMZ 식물 155마일’ 2018년 4월 19일자 ‘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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