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육군7공수특전여단장 『설득의 심리학』
2004년도에 접한 인문학 서적
책의 6가지 원칙으로 부대 이끌어
단결·명예심, 전투력 향상에 도움
임관 이후 매달 2권씩 책 읽는 독서 습관
좋아하는 장르 자유롭게 읽는 게 좋아
“우리의 삶은 설득의 연속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의 의지를 움직이는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김민호(준장) 7공수특전여단장은 도서 『설득의 심리학』을 처음 읽을 때 책이 던져주는 지혜를 쏙쏙 받아먹는 굉장한 느낌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가 이 책을 접한 것은 소령 때인 2004년도였다고 한다. 당시 서점가에 자기개발서 열풍이 불고 있던 가운데 접한 인문학 서적은 그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읽었던 책들은 지적 수준은 높여주지만 ‘나는 이런 것도 알고 있다’고 과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읽을 때도 큰 감흥이 없었죠. 하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달랐습니다. 삶과 밀착된 비법을 전수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6대 원칙 적용해 소통 강화
2002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설득의 심리학』은 후속작들을 차례로 선보이며 최근 3권으로 완결됐다. 심리학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달인들이 상대로부터 “네”라는 응답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수천 가지 기술을 ‘상호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 ‘사회적 증거의 원칙’, ‘호감의 원칙’, ‘권위의 원칙’, ‘희귀성의 원칙’ 등 6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다.
“설득의 심리학이 제시하는 6가지 원칙은 내가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과 함께 나를 설득하려는 사람과 제대로 협상하는 방법도 알게 해줍니다. 이들 원칙을 부대 운용에 적용해 지휘한다면 부대의 단결은 물론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 여단장은 군인이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먼저 ‘권위의 원칙’을 꼽았다. 권위의 원칙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동적으로 권위에 복종하려는 심리를 설득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권위의 원칙에 따라 사람들은 전문가의 말이 다 맞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군대는 이 원칙이 더 강하게 적용되는 사회입니다. 윗사람이 말하는 것은 다 맞고 옳을 것이라 수긍하는 것이죠. 지휘관은 권위의 원칙으로 인해 부대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대 구성원들이 무조건 ‘예’라고 답하는 분위기보다 아닌 건 ‘아니오’라고 바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책에서는 권위의 압력에서 벗어나려면 ‘이 권위 있는 인물이 정말 전문가인가?’, ‘이 전문가는 과연 얼마나 진실하게 행동하고 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권하고 있다. 김 여단장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아니오’를 말하는 사람을 신뢰해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지휘관의 진정한 권위를 살리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입수하기 힘든 대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희귀성의 원칙’은 우리가 TV 홈쇼핑을 통해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품절 임박’, ‘한정 수량’ 등의 문구가 바로 그것. 김 여단장은 간부가 대부분인 특공여단에서 희귀성의 원칙을 부대의 단결과 자존감, 명예심을 드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었다. 49만 육군 중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1300여 명의 부대라는 희귀성으로 자긍심을 심어 주는 것.
계승 발전으로 좋은 전통 살린다
‘호감의 원칙’은 부대 관리에 응용할 수 있다. 설득의 법칙에서는 설득의 달인들이 ‘신체적 매력’과 ‘유사성’, ‘칭찬’ 등 자신의 매력과 호감도를 부각하며 상대에게 접근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같은 죄를 지어도 미남이나 미녀는 좀 더 낮은 형량을 받는다는 통계가 있지요. 그것이 호감의 힘입니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병이 전입 왔을 때 용모가 빼어나면 뭐든지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깁니다. 반대로 외모만으로 ‘도움·배려 병사는 아니겠지?’라는 선입견을 갖기도 하지요. 지휘자는 이러한 편견을 배제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장병들의 가능성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여단장은 무수히 설득하고 또 설득당하는 세상 속에서 길잡이가 돼줄 『설득의 심리학』을 주변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소중한 후배들에게 선물하고 있다고 한다.
설득의 심리학 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휘철학을 묻자 김 여단장은 ‘계승 발전’이라고 답했다.
“이전의 좋은 것은 계승해야 하는데, 발전만 강조하다가 많은 전통이 단절되는 것을 봤습니다. 대를 잇는 지휘관들이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훌륭한 궁궐을 만들 수 있는데, 과거에 쌓은 부분은 버리고 새로운 것만 쌓으려고 하면 쓸모없는 돌무더기가 됩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되 좋은 전통은 이어나가는 지휘관이 되고자 합니다.”
독서는 군인 자녀 교육의 핵심
더불어 임관 이후부터 매달 2권가량의 책을 구입해 읽는 습관을 이어 왔다는 김 여단장은 주변에 독서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이지만 시간과 비용에 제한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과학적 지식을 활자로 재구성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독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를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후 독서에 대한 근력이 생겼을 때 장르를 확대하고 읽는 양을 늘리면 되는 것이죠.”
특히 김 여단장은 이사가 잦은 장교들에게 독서 습관은 자기 자신의 개발뿐만 아니라 군인 자녀의 가장 좋은 과외 공부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독서하는 습관을 보여주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됩니다. 제 큰아들도 아빠를 따라 많은 책을 읽은 것이 말하기능력과 언어구사력을 신장시켜 취업 면접에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요즘 발행되는 도서류는 통상 300페이지 내외로 정독 시 5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많은 간부들에게 돌아오는 주말에는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자녀와 함께 5시간 동안 정답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권면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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