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현 박사의 야전병원-이번에는 담배를 꼭 끊자
폐질환뿐 아니라 모든 장기에 영향…1년만 금연해도 건강 크게 증진
담뱃값 10년 모으면 새차 뽑고 17년 금연 땐 4년치 대학등록금 모여
체중 증가 부작용 얼마든지 극복 가능…군 복무기간 좋은 금연 기회
“금연이 가장 쉬운 일이다. 나도 수천 번은 했으니까.”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이다. 새해 다짐으로 금연은 다이어트, 영어공부, 운동, 여행과 함께 꼭 빠지지 않는다. 1월 1일 금연에 도전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은 39%로 10명 중 4명이 흡연자다. 미국, 영국, 일본이 각각 10%, 20%, 30%인 것에 비해 여전히 높다. 담배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담배는 폐에만 안 좋을까?
흡연은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준다. 폐암은 물론이고 중년 이후 기침, 가래가 잦고 숨이 차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정상 폐로 돌이킬 수 없다. 40세 이상 흡연자는 1년에 1회 이상 폐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기침, 가래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전보다 숨이 차면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배를 피우면 천식이 악화되고, 호흡기 감염에 잘 걸리며, 다양한 호흡기질환이 생길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에서 폐기능 회복이 더디고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의료진은 수술 며칠 전부터 무조건 담배를 끊도록 한다.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은 후두암,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간암, 신장암, 방광암, 위암, 자궁경부암 등의 원인이 된다. 역류성식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발생 위험도 증가하고, 궤양이 있을 때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약물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일시적으로 혈압과 맥박을 올린다. 또한 몸에 나쁜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즉 흡연은 혈관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혈관이 좁고 딱딱한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해 심장혈관, 뇌혈관을 갑자기 막으면 심근경색증, 뇌졸중(중풍)을 일으키고 재발도 잘 한다.
흡연을 하면 골다공증, 당뇨병, 발기부전, 피부노화도 잘 생긴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여러 당뇨병 합병증을 일으키고,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에게서 눈이 튀어나오는 안병증을 잘 일으킨다. 임신 중 담배를 피우면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금연해도 건강이 좋아질 수 있을까?
30세에 금연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거의 피할 수 있다. 40세, 50세, 60세에 금연하면 계속 흡연했을 때보다 각각 9년, 6년, 3년 더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된다. 1년 금연하면 심장혈관인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5년 금연하면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지고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방광암 발생위험도 절반이 된다. 10년 금연하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절반이 되고 후두암, 췌장암 발생위험과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도 줄어든다. 15년 금연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이 된다. 금연하면 숨 쉬기 편해지고 코골이도 좋아진다. 성기능이 좋아지고 여성의 생리주기도 좋아진다. 금연하면 담배 냄새가 사라져 입 냄새도 줄어들며 치아도 윤기를 되찾는다.
담배를 끊으면 경제적 이득이 얼마나 될까?
한번 계산해 보자. 매일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피운다고 가정하자. 2주 금연하면 무선통신료를 낼 수 있고, 1개월 금연하면 고급 운동화나 구두를 살 수 있다. 6개월 금연하면 스마트폰을, 1년 금연하면 고급 노트북을, 10년 금연하면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작년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표한 흡연기간별 기회비용 분석자료를 살펴보자. 3년 금연하면 4인 가족이 유럽여행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4년 금연하면 대학등록금 1년 치를 아낄 수 있고, 5년 금연하면 1년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금액이 모인다. 중년 남성이 15년 금연하면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17년 금연하면 대학등록금 4년 치를 마련할 수 있다. 단순 계산이 이 정도다. 담배를 계속 피워 병을 얻게 되면 검사·수술비용과 그동안 일하지 못한 데 따른 수입 감소, 계속 약을 먹고 병원에 다녀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손해, 그리고 수명이 줄어드는 것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른다.
금연은 시간도 아껴준다. 일본 도쿄의 마케팅 회사 피알라(Piala Inc.)는 비흡연 직원에게만 1년에 유급 휴가 6일을 추가 제공한다. 흡연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감안한 보상이다. 회사가 건물 29층에 위치해 흡연을 하려면 1층으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데 15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데 걸리는 시간을 평균 5분이라 하면 하루 한 갑에 100분을 허비하게 된다. 하루 시간의 7%를, 잠자는 시간을 빼면 10% 이상을 흡연에 낭비하는 것이다.
담배를 끊으면 체중이 늘지 않을까?
대개 금연 첫 2주 안에 1~2㎏ 체중이 늘고, 4~5개월에 걸쳐 추가로 2~3㎏이 불어나 평균 4~5㎏ 체중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평소 흡연량이 많고 젊을수록 체중이 느는 경향이 있다. 니코틴의 식욕억제작용과 기초대사율 상승효과가 사라지면서 입맛이 살아나 군것질이 늘고 기초대사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흡연이 끼치는 해악이 워낙 많으므로 체중이 늘까 봐 금연을 못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체중이 많이 늘 수 있는 음식보다 과일, 채소를 먹는 것이 금연 성공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무설탕 껌, 당근, 오이, 다시마, 미역, 은단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갖고 다니며 입이 심심할 때 먹는 것도 흡연 욕구를 줄이고 체중 증가를 막는 데 좋다.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 한다는 사람은 하루 한 갑 금연으로 생기는 100분, 하루 반 갑 금연으로 생기는 50분을 운동에 투자하면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
전부터 군대는 담배를 배우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2003년 군 시설물 금연기준 강화, 2009년 면세담배 폐지를 비롯해 금연 클리닉 운영, 다양한 포상제도를 통해 군 장병 흡연율이 2004년 63%에서 2015년 40.4% 수준으로 낮아졌다. 관점을 바꾸면 군대만큼 금연하기 좋은 곳이 없다. 제대하면 복학이나 취업 준비로 여념이 없어 금연을 시도하기 쉽지 않다. 군대만큼 규칙적인 생활,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어렵고 잦은 술자리는 금연을 방해한다. 군대만큼 금연에 관심을 기울이고 독려하는 학교나 직장도 없다. 더욱이 의무복무기간인 20~30대에 금연에 성공하면 비흡연자 수준의 수명을 누릴 수 있다.
신정에 계획한 금연에 실패했다면 설날에 다시 도전하자. 의지만으로 어려우면 금연 클리닉에서 성공률을 2~3배 올리는 약물을 처방받는 것도 좋다. 담배를 끊으면 덜 아프고, 더 오래 살고, 더 부자가 되는데 얼마나 좋은가. 그 어렵다는 금연에 성공한 자신감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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