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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강경 발언 뒷수습…냉정한 해법 찾는 삼총사

입력 2017. 11.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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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美 외교안보 장악한 해병 장군 출신 3인…‘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


아프간·이라크 전쟁서 지휘관으로 참전…누구보다 전쟁 위험 잘 알아

새 전쟁 벌이기보다 진행중인 전쟁에 집중…대북 정책도 관리 선호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미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한 ‘해병 장군 삼총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 현역 3성 장군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의 외교안보를 보좌하는 3총사를 워싱턴 정가에선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부른다.

‘어른들(adults)’이란 단어가 미국 언론에 처음 등장한 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 달쯤 지난 지난해 12월 4일. 당시 매티스 전 해병대장이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자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가 “마침내 어른이 들어왔다”고 선언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입각하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들을 가리켜 “신정부의 어른들 진영(adult wing)을 대표한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김이 줄어들면서 ‘어른들’ 대열에서 탈락하고 대신 새로 입성한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자리바꿈한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게 됐다.

‘어른들’은 본래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워싱턴 정가의 은어(隱語)였다. 반면 정책에 반대하는 편에게는 “어른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쓴다. 이는 반대 진영의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표현일 수 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좀 더 설득이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의미로도 쓰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평론가 제임스 만에 따르면, 역사상 처음으로 좌충우돌 스타일의 대통령을 맞아 그 혼란을 뒷수습하는 대통령 참모들이란 뜻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좌충우돌 대통령 맞아 혼란 수습하는 참모

군 출신 인사들이 백악관 비서실장,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에 속속 발탁됐을 때만 해도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호전적인 ‘군인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켈리 예비역 대장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최고위직인 비서실장에 오른 인물이 됐고, 매티스는 1950년 조지 마셜 장군 이후 처음으로 예비역 장군 출신으로 국방장관에 발탁됐다.

하지만 삼총사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낮추고 냉정한 해법을 찾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 틸러슨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 등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하며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스콧 세이건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포린어페어 기고에서 “매우 위험한 언급”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한반도 안보에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때도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북한과의 전쟁이 일주일 전보다 더 가까워지진 않았다”고 언급, 전쟁 임박설을 부인하며 위기 해소에 앞장섰다.

지난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통해 ‘북한의 완전 파괴’를 경고했을 때도 매티스 장관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수위를 낮췄고, 지난달 트럼프가 ‘단 하나의 수단’ ‘폭풍 전 고요’ 등을 언급하며 대북 압박에 나서자, 켈리 비서실장이 “지금은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외교가 통하길 기대한다”고 발언,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제임스 만은 “처음엔 이들이 해병 장군 출신이라는 배경으로 인해 군사력 사용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이는 단순한 오해에 불과했다”면서 “사실 베트남 전쟁, 이라크전, 리비아 내전 등 미국의 대표적 군사적 개입은 모두 민간 출신 외교안보팀에 의해 이뤄졌다. 군인들은 전쟁의 위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이라크전 등 역대 미 군사적 개입, ‘민간 출신’ 외교안보팀 작품

해병 출신인 매티스·켈리·맥매스터 ‘삼총사’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지휘관으로 참전해 누구보다 전쟁을 잘 아는 인물들이다. 특히 켈리 비서실장과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라크전에서 매티스 장관의 직속 부하였다. 지난 2011년 켈리 실장의 아들 로버트 켈리 중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는데, 그 소식을 켈리 실장에게 전한 사람이 바로 던퍼드 장군이었다.

특히 매티스 장관과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은 군대 내에서 ‘수도승 전사’로 불릴 정도로 군 전략·전술과 전쟁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안보 문제에 있어선 신중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티스 장관이 소장한 『손자병법』 『전쟁론』 등 동서고금의 병서들과 7000여 권에 달하는 전쟁사·세계사 장서는 역대급 ‘전략가’로서의 매티스를 보여준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군 전략·전술, 전쟁사 탐구와 전쟁에 평생을 바쳐 ‘수도승 전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또한 ‘군(軍) 지략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맥매스터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군사(軍史)학 교수로 재직한 경력도 있다. 그는 저서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에서 베트남전 당시 직언을 두려워했던 군 수뇌부를 신랄하게 비판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들은 위계질서가 강한 미군 조직에서 거침없이 비판하는 직설적 성격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선 중용되지 못했다.

제임스 만은 장군 삼총사의 성향에 대해 새로운 전쟁을 벌이기보다는 이미 참전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이들이 동맹국뿐만 아니라 대중·대북 정책도 ‘안정적 관리’를 선호하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및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 시리아내전에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를 바로잡고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란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강경한’ 접근을 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대통령은 물론 美 조야의 폭 넓은 신뢰 받아

삼총사 ‘어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위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질주’를 수습하고 내부적으로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극우 세력’과 맞서야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백악관 실세들의 협조를 구해야 했다,

현재는 이들 삼총사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 조야에서 폭넓은 신뢰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들이 대통령의 지지 속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맥매스터 보좌관이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SC)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백악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의 백악관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비공식적인 결정이 많으며 이에 따른 조직 간 불화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켈리, 매티스, 맥매스터 누구든지 평생 신뢰를 쌓았더라도 밤 사이에 그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태형 뉴스1 국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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