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인성이 전투력이다

웹툰으로 배우는 ‘역지사지’ 재미·감동 다 잡았죠

노성수

입력 2017. 10. 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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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국방부 인성교육 콘텐츠 ‘만화 읽어주는 남자’ 촬영 현장


 

키큰 장신이 어느날 키가 작아 진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처지마저 서로 바뀐다면?’

지난 18일 삼성그룹 HR 전문기업 ‘멀티캠퍼스’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국방부 인성교육 콘텐츠 중 하나인 ‘만화 읽어주는 남자’는 이런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화 읽어주는 남자’는 장병들에게 딱딱하고 지루한 인성교육에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는 웹툰을 통해 인성함양을 돕는 콘텐츠로 총 10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다이어터’ ‘나빌레라’ 등 인기 웹툰을 선보였고, 3회째를 맞아 윤필 작가의 ‘일진의 크기’를 선택했다. ‘일진의 크기’는 현재도 시즌2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는 인기 웹툰이다.

진행을 맡은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는 직접 선택한 작품 ‘일진의 크기’를 소개하며 장병들에게 인권 존중과 공감의 중요성을 전했다.

지하고교 2학년 주인공 최장신은 이름만큼 키(197㎝)가 크고 성적도 우수한 데다 운동 능력도 뛰어나 인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체격과 권력으로 약한 친구들에게 빵 심부름을 시키고 때로는 무서운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일진’이다. 그런데 어느 날 체력이라면 자신 있던 장신은 온몸 저림과 고열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교실에서 쓰러진다. 바로 신장이 줄어드는 희소병에 걸린 것.

한순간에 최단신으로 전락한 장신이의 학교생활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처지가 바뀌어야 알 수 있는 것들


먼저 장신이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던 정수에게 일진 자리를 뺏기고 만다. 또한, 장신에게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친구들은 보복을 시작한다. 그제야 장신이는 괴롭히던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친구들은 그 마음을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이 대목을 설명하던 서씨는 떨리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행을 이어나갔다. 아마도 장신이가 느꼈을 당혹감을 그대로 마주하는 듯했다.

“누구나 처지가 바뀌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마 최장신에게 큰 키가 줄어드는 병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장신이 역시 어떤 죄책감도 없이 일진을 즐기며 살았겠죠.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고 괴로운 시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됐으니까요.”

만화의 결론은 다행히 그 누구도 친구 위에 설 수 없는 평화의 시대가 펼쳐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서씨는 장병들 역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인성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용사 여러분은 생활관에서 함께 생활하는 전우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있나요? 입장을 바꿔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 애쓰고 있나요? 작은 담장 안에서 권력자 행세를 하는 것이 얼마나 별 볼 일 없는 일진 놀이에 지나지 않는지 ‘일진의 크기’를 통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촬영한 영상 콘텐츠는 장병들의 생활관 IPTV를 통해 다음 달 초 시청이 가능하다.

 

[인터뷰]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만화는 내 인생의 전부…인기 웹툰 더욱 기대해주세요”

 

 

 

 

 


“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입니다.”

자기 소개부터 비범하기만 한 서찬휘(39·사진) 씨는 만화가 인생의 전부인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만화를 보며 꿈을 키웠다.

“‘국민학교’ 세대답게 월간 만화책이었던 보물섬을 읽으며 자랐어요. 매달 발행되는 학습지를 풀기보다는 뒤에 있는 만화에 더 눈이 갔죠.”

대학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잠시 ‘외도’했지만, 결국 자신 인생의 전부인 ‘만화’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병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가장 자신 있는 만화를 활용한다는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사실 시각적인 미디어에 익숙한 장병들이 딱딱한 인성교육을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웹툰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보고 자란 장병들이라면 더욱 그렇죠.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만화를 이용한다면 장병들의 인성을 바로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총 10편으로 기획된 ‘만화 읽어주는 남자’에서 다음에 소개될 작품은 무엇일까?

“장병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 지금 ‘동네변호사 조들호’, ‘하나’, ‘은주의 방’ 등 인기 있는 웹툰이 예정돼 있으니 더욱 기대해주세요.”

인터뷰 말미에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만화 읽는 걸 부모님은 분명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을 텐데 지금 칼럼니스트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 말이다.

“‘너 그러려고 그렇게 만화만 봤구나’ 하시죠. 장병들도 저처럼 자신이 원하는 꿈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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