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전쟁 영화 속 영웅

무엇이 완벽한 작전을 만드는가

입력 2017. 10. 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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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스페셜 포스: 블러드 마운틴(The mountain 2), 2016 감독: 알퍼 카글락/출연: 무라트 세레즐리, 아후 투륵펜세




극악무도한 테러를 일삼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lam state)의 수도 라카가 최근 함락됐다. 테러의 본거지가 없어졌으니 문명사회를 향한 반(反)인륜적이고 무차별적인 테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테러가 종식됐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테러가 더 기승을 부릴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세계는 여전히 IS의 테러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거다.

영화 ‘스페셜 포스: 블러드 마운틴’은 IS에 맞서 싸우는 터키 특수 부대를 다루고 있다. IS에 의해 참수될 위기에 처한 여기자를 구한 터키 최정예 비밀 특수부대(머룬 베레)가 임무를 완수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집단학살에 직면한 마을 주민들을 구출한다는 이야기다. 정의롭게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군인정신과 인류애가 돋보인다. 특히 비밀 특수부대원들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조국애가 잘 표현돼 있다.


IS에 맞서 싸우는 터키 특수부대

영화는 터키 정부가 급파한 특수부대 소속 7명의 부대원이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IS에 의해 납치된 터키 여기자 세이다(아후 투륵펜세)를 구출하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이라크 분쟁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다 납치돼 참수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여기자 구출에 성공한 7명의 정예대원은 예정대로 약속된 헬기 착륙 지점으로 향한다. 가던 도중 뜻밖에도 IS 대원들에게 학살당할 위기에 처한 일가족을 발견하고 구출한다. 그 일가족은 부대원들을 자신들이 사는 마을로 안내하는데 그곳은 터키 종족이 사는 마을이었다. 여기자는 IS에 보복당할 이 주민들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부대장 베이셀(무라트 세레즐리)은 임무를 다했으니 즉시 출발해야 한다고 대립한다. 대원들의 의견을 모은 부대장은 상부 명령을 뒤로한 채 마을에 터키 국기를 게양하고 IS 무장 단체와 싸우기로 한다.


임무만 끝내면 된다 vs 시민들도 구해야

영화는 비밀 특수부대원들의 임무와 역할을 잘 보여주는데, 부대장은 대원들에게 “우리의 목표는 잊혀지는 것이다. 이름을 떨쳐서도, 활약이 알려져서도 안 된다. 우리가 유명해지면 실패한 것”이라며 특수요원의 행동지침을 강조한다.

영화는 두 개의 가치관이 충돌한다. 작전 시는 임무 수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부대장과 선량한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임무라는 여기자의 시각이다. “가족 같은 용감한 대원을 살리는 게 내 책임”이라며 국민보다는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부대장에게 여기자는 “군인의 용기는 적을 죽이거나 국경을 지키는 게 아니다. 무고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용기”라며 각을 세운다.



‘임무를 다하고 정의를 실현하다’

이어 군인의 임무와 정의 논쟁은 부대장과 부하 간으로 옮겨 간다. 과거 임무 수행 중 많은 정의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부대장은 부하에게 “정의와 임무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올 것이다. 너의 결정에 부하의 생사가 갈린다”고 하자 부하는 “‘임무를 다하고 정의를 실현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엔 명대사가 많은데, 임무 수행만을 주장하던 부대장이 입장을 바꿔 “우리가 지켜야 할 땅은 우리 민족이 사는 땅이다. 오늘은 이곳이 조국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감동적이다. 부대장을 비판하던 여기자에게 헬기를 태워 주면서 그녀의 손에 쥐여준 부대장의 편지도 의미심장하다. “나에게도 딸이 있다. 당신처럼 똑똑하고 올곧게 기르고 싶다. 국가와 군을 비판하고 우리 단점을 지적해 주는 사람, 그러면서도 애정을 지닌 사람으로. 국가의 부족한 점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외에도 IS에 쫓기다 큰 부상을 당한 채 죽어가는 대원이 위기에 처한 다른 대원을 구하기 위해 “내 몸을 방패로 써 사격하라”고 하는 대사, IS 총살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마을 여자가 “전쟁이 전사를 만드는 법이다”라며 총을 들고 싸우는 장면도 전쟁영화의 감동을 잘 전달한다.




군의 전폭적 지원으로 제작… K9 등장

영화는 국내에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터키영화인데 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들은 터키군이 실제 사용하는 것으로 특히 영화 중 IS를 박살 내는 ‘T-155 피르티나’의 기반이 우리 군의 토종 자주포 K9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 비밀부대원을 그린 영화답게 저격수의 활약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고 IS가 저지르는 참혹한 상황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완성도 측면에선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군인의 자세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영화 속 영웅은 IS와 맞서 싸우는 7명의 대원이다. 이들은 마을을 탈출하라는 상부 명령과는 다르게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남는다. 실제 전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게 군인의 임무고 올바른 자세일 터인데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외면한 채 돌아설 수 있을까? 하지만 이로 인해 임무 수행에 차질이 오고 죽을 수도 있는데 명령을 어기고 선뜻 뛰어들 수 있을까? 참으로 잔인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김병재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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