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 남자 농구 ‘아시아컵’ 3위에 올린 국군체육부대 허웅 일병
지난달 아시아컵서 눈부신 활약…‘불사조의 힘’ 보여줘
육군훈련소 시절엔 ‘소대장 훈련병’ 맡아 동기들 이끌어
미남에다 출중한 기량으로 2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도
“늘 수사불패 정신 새겨… 코트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요”
지난달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3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한국농구를 이끌던 김주성·조성민·양동근 트리오가 빠진 공백을 젊은 선수들로 메우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것이 큰 소득이다. 이 대회에서 매 경기 정확한 3점 슛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불사조의 힘’을 과시한 선수가 있다. 바로 대표팀 허재 감독의 장남인 국군체육부대 허웅 일병이 주인공이다. 국방일보 지면과 홈페이지를 통해 허 일병의 활약이 연일 보도되자 독자들은 해당 기사에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허재 주니어’의 꼬리표를 떼고 ‘국가대표 허웅’으로 우뚝 선 허 일병을 그의 ‘모교’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만났다.
휴가 중 인터뷰… 괜찮다고 웃어 보인 허 일병
하필 ‘1분이 아쉬운’ 일등병의 휴가 첫날 눈치 없게(?)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모교인 용산고에서 처음 대면한 허 일병은 “집이 근처라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스타 가족’으로 주목을 받아왔기에 배려와 예의가 몸에 밴 듯했다. ‘농구를 몰라도 누구나 다 아는’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스타 허재 감독이 그의 아버지 아닌가.
‘스타 아버지’를 둔 부담감이 적잖았으리라는 짐작과는 달리 허 일병은 밝고 거침없었다.
“아버지 경기를 유튜브로 본 적이 있어요. 왜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지 알겠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관심을 받아서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사실 허재 감독은 아들이 농구선수의 길을 가지 않길 바랐다. 그러나 허 일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과 함께 건너간 미국에서 ‘운명적으로’ 농구를 접했고 아버지를 졸라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용산 중·고교와 연세대를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 허 일병은 허재 감독의 현역 시절과 똑같은 슈팅가드를 맡고 있다. 동생 허훈(연세대4)도 프로 농구 선수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군 입대는 농구인생의 전환점
허 일병은 ‘남자라면 군에 다녀와야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프로농구 선수로는 다소 이른 만 24세에 입대했다. 훈련소 생활을 묻자 갑자기 말이 빨라졌다.
“군 입대는 저를 완전히 바꿔놨어요. 제가 원래 휴대전화 중독이었거든요. 휴대전화 없는 일상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동기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저 자신도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허 일병은 육군훈련소에서 소대장 훈련병을 자청, 동생뻘 되는 동기들을 이끌며 적극적으로 생활했다. 또한 부모님께 처음으로 손편지도 써보고, 독서에 취미를 갖게 되는 등 내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다고 했다.
병영생활의 값진 경험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허 일병은 ‘이병’ 계급장을 달고 참가한 아시아컵에서 경기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뉴질랜드와의 조별 예선 최종전 때는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 자유투를 꽂았고, 광복절에 열린 일본전에서는 4쿼터에 승기를 잡는 3점슛 2개를 터트렸다. 필리핀과의 8강전 때는 고비마다 ‘적중률 100%’의 3점슛 3개를 성공시켰다. 뉴질랜드와의 3∼4위전에서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20득점을 폭발시키며 팀을 이끌었다. ‘대한민국 이등병의 힘’이었다.
“군대에서 잘 먹고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73㎏이던 체중이 80㎏까지 늘었어요. 힘이 붙으니까 3점 슛 라인에서 1~2m 떨어진 곳에서도 자신 있게 슛을 던질 수 있게 됐어요. 저 군대 체질 맞죠?”
손대범 ‘점프볼’ 편집장은 “허웅 일병은 아버지 허재 감독의 뛰어난 DNA를 타고 났을 뿐만 아니라 그 재능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으로 기량이 만개한 선수”라면서 “정확한 3점슛과 골밑 돌파 등 공격기술이 다양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집중력도 뛰어난 선수라 향후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고 극찬했다.
인기도 으뜸… 실력·외모도 한몫
허 일병은 실력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인기도 으뜸이다.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기량으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육군훈련소에서도 격려의 팬레터가 끊이지 않았고, 국군체육부대에도 팬들의 정성 어린 선물이 줄을 잇고 있다. 허 일병은 “아버지의 선수 시절부터 대를 이어 응원해 주시는 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에 우쭐하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를 잊지 않는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부대 내 체력단련장과 시설이 매우 만족스러워요. 우선 다음 달 전국체전에서 ‘최강 상무’의 자리를 수성하는 것이 목표예요.”
또한 군 생활을 통해 더 큰 농구선수로 성장하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입대 후 가슴 깊이 새긴 것이 ‘수사불패’의 정신이에요. 코트에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체격을 더 키워 강한 선수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아버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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