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더플코트(duffle coat)
2차 세계대전 영국군이 입던 코트
대중에게 인기 끌자 브랜드로 재탄생
케이프·슬림핏·오버핏 ‘다양한 디자인’
소재·색상도 취향 따라 골라 입는 재미
지난번 해군의 방한복이었던 피코트를 소개했는데 해군의 또 다른 방한복으로 더플코트(Duffle Coat)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사이에서는 더플코트의 인기가 높아, 육군 장교들도 기존에 착용하던 코트보다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이 더플코트를 더 선호했다고 한다.
더플(Duffle)은 벨기에의 작은 도시 이름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거칠고 두꺼운 조직의 약간 무거운 방모 직물을 뜻하기도 한다. 이 방모 직물로 만든 코트가 더플코트이며, 북해(北海)의 어부들이 작업을 할 때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입는 방한복이었다고 한다.
더플코트는 보온성이 우수한 멜턴(melton)과 같은 방모 직물을 사용해 오버 사이즈로 만들어졌고 길이는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온다. 단추 역할을 하는 나무 소재의 토글(toggle)이 달려 있고 프로그(frog)라고 불리는 걸어 매는 고리가 부착돼 있어 장갑을 벗지 않고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갑판 위의 세찬 바닷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후드가 달려 있고, 소매 끝에 있는 조임 장식은 추위를 막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어깨에는 요크(yoke)가 한 겹 더 덧대어져 있어서 돛을 조작하거나 견착 시 마찰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고, 전면의 허리 하단에는 장갑을 끼고도 넣을 수 있도록 크기가 큰 패치 포켓(patch pocket)이 달려 있다. 전적으로 기능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이 더플코트가 해군의 방한복으로 사용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단추 역할을 하는 ‘토글’
나무 소재로 장갑을 벗지 않고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이 더플코트를 해군에 지급했다. 전쟁이 끝난 후, 많은 양의 잉여 군수물품이 방출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더플코트였다. 이 더플코트를 모리스(Morris) 형제가 대량으로 구매해 수년간 대중에게 판매했고, 이 아이템이 유행하자 1951년 글로버올(Gloverall)이라는 자신들의 브랜드로 더플코트를 생산하게 된다. 거친 황마를 꼬아 만든 프로그 대신 가죽끈을 사용하고, 나무로 만들었던 토글은 물소의 뿔로 대체했으며, 체크 패턴의 모직물을 안감으로 사용하면서 고품질의 더플코트가 탄생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더플코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학생들이 많이 입는 코트로 알려져 있다. 단추 역할을 하는 긴 뿔 모양의 토글 때문인지 학생들은 이 코트를 ‘떡볶이 코트’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지은탁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이 낙타색의 더플코트를 입고 나와 여고생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바 있다. ‘도깨비’ 효과로 김고은이 입었던 브랜드의 더플코트가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올 2월 아이돌 걸그룹들도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더플코트를 착용한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학생다운 의복으로 더플코트가 자리매김한 예라고 볼 수 있다.
가을·겨울 방한복으로 한동안 아웃도어(outdoor) 브랜드 제품들이 유행을 했다. 특히 오리털이나 거위털 같은 충전재가 들어간 다운 패딩점퍼가 시장을 점령했는데, 최근에는 더플코트 같은 복고풍의 아이템들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버올·버버리 같은 고급 전통 브랜드들의 대표 아이템이던 더플코트는 이제 스파오·유니클로·자라·포에버21 등과 같은 SPA 마켓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안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 아동에서 시니어까지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디자인과 소재, 색상도 다양해졌다.
1950년대의 원형인 일자형의 빈티지 핏(vintage fit)에 나무로 된 토글과 마를 꼬아 만든 끈이 있는 것을 비롯해, 후드가 없고 칼라만 있는 것, 토글과 프로그의 위치가 변형된 것, 소매가 없고 케이프(cape)로 되어 있는 것, 그리고 슬림핏에서 오버핏까지 다양한 형태의 스타일과 디자인이 출시되고 있다. 소재 또한 두꺼운 모직물과 면직물을 비롯해 스웨이드·가죽·모피까지 다양하며, 색상도 기존의 베이지·카키·낙타색·갈색·감색·검정·회색·자주색을 기본으로 흰색·핑크·오렌지·하늘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이제 더플코트는 군용 방한복과 학생복의 대명사를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입고자 한다면 자신만의 감성으로 자기에게 어울리는 더플코트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출처=이랜드 스파오
<하희정 상명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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