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암, 알면 이긴다

질병 원인? 지역사회 들여다보면 답 있다

입력 2017. 09. 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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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암 예방의 원칙


암 예방 세 가지 접근 전략

1차예방, 금연·접종으로 질병 차단

2차예방, 암 일찍 찾아 조기에 치료

3차예방, 불가피한 경우 생명 연장

 

생명 중시 ‘코호트’ 연구

암 등 질병 원인 인간 대상으로 규명

한국은 필자 중심 1993년부터 시작

 

 

한국인 생체시료를 장기간 냉동 보관하고 있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미국 예일대학의 윈슬로 교수는 ‘공중보건이란 지역사회의 조직적인 노력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연장하며,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효율을 증진하는 과학이며 기술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에게 생기는 질병의 원인은 지역사회 안에 있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질병의 원인은 병원에서 찾는다고. 그렇지 않다. 질병의 원인은 그 사람이 속한 지역사회에 숨어 있다. 따라서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속한 지역사회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병원은 그 환자의 병이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연구하는 곳이고, 의학은 병의 원인을 탐구해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암 예방에는 3가지 단계가 있다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암을 예방하는 방법에도 세 가지 접근 전략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의 3분의 1은 금연이나 예방접종 등을 통해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다. 또 나머지 3분의 1은 조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치료함으로써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완화의료를 통해 암으로 인한 고통과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암은 불치의 병이라는 비관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예방과 조기검진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1차 예방’이란 암을 원천적으로 막아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말한다.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금연을 권장하고, 간암을 막기 위해 간염 예방주사를 국가적 사업으로 유도하고, 유방암이나 대장암은 고지방식을 피하고 육체적 활동량을 유지하며, 위암은 짠 음식을 피하고 채소를 많이 섭취함으로써, 그리고 자궁경부암은 건전한 성생활과 예방접종을 유도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인식이나 노력이 부족하거나, 혹은 아직 그 원인이나 위험 요인이 파악되지 않았으면 암의 발생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런 경우 접근하는 전략이 바로 ‘2차 예방’인데 암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암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것은 막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내시경을 통해 위암이나 대장암을, 혈액 속의 종양표지자 검사를 통해 간암을, 유방 촬영술로 유방암을, 세포도말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을 발견하고자 하는 선별검사 방법들이 현재 국가암조기검진에서 암이 진행되기 전에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도록 유도하는 2차 예방법들이다.

‘3차 예방’이란 1차나 2차 예방이 모두 실패한 경우 불가피하게 암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경우에라도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고 인간다운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준비하고 조치하는 과정을 말한다.

암의 1차 예방은 개개인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고, 2차 예방은 국가나 사회가 조기검진을 위한 의료보장 장치를 마련해야 가능한 것이다. 3차 예방도 물론 국가가 준비해야 하는 사항이다.

암 환자에게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고, 암으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2차 예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암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1차 예방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어떤 질병의 발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의 원인 혹은 더 나아가서 발생에 관여하는 관련 요인을 찾아야 한다.



암 예방 연구에 자신을 기부한 영국의 의사들, 미국의 간호사들

인간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수행되는 연구를 코호트(cohort)연구라 한다. 연구하고자 하는 해당 질병에 안 걸린 건강한 사람들을 필요한 만큼 모집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다음 살아가면서 장기간 추적 관찰한다.

암의 원인을 가장 확실하게,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해 규명하는 방법이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릴 정도로 정교한 연구방법이다. 코호트 연구에는 보통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필요하고 수 십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 연구비용이 소요된다.

1951년 영국 의사회에 속한 남자 의사 3만4439명과 여성 의사 6194명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암의 원인은 흡연이고, 담배를 피우면 안 피우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10배나 높아진다는 진리를 남긴 코호트 연구가 대표적이다.

1976년에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규 간호사로 구성된 코호트(Nurses’ Health Study)를 구축했다. 여성 건강 최대의 적인 유방암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작된 것인데 이 연구에도 전국의 간호사 12만170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귀중한 혈액 시료를 기부했다. 경구피임약의 건강 장애나 고지방식이 유방암의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 등 수백 편의 귀중한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데 기여했다.

한국의 코호트 연구는 필자가 중심이 돼 1993년에 시작한 한국인 다기관암 코호트(KMCC) 연구가 효시고, 2001년에는 국립암센터의 코호트 연구가, 2005년에는 건강성인 23만 명의 자발적 혈액 시료 기부로 한국인유전체코호트(KoGES) 연구가 시작돼 현재도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근영 국군수도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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