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군복을 사랑한 패션

카디건, 전쟁 중 영국 백작이 애용한 스웨터 그의 이름을 따 ‘카디건’으로 불렀다

입력 2017. 08. 23   17:27
업데이트 2018. 12. 17   15:17
0 댓글

전쟁 중 영국 백작이 애용한 스웨터 <8> 카디건 : 카디건 백작이 애용한 스웨터


크림전쟁 발라클라바 전투 당시

추운 야전에서 입고 벗기 편하고

보온 기능도 뛰어나 많이 알려져

 

V자형·라운드형 다양한 네크라인

컬러와 소재도 각양각색

긴 길이의 로브 카디건 최근 인기

남녀노소 사랑 받는 사계절 아이템

 

브이 네크라인의 카디건을 입은 공유. 출처=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한 神 도깨비’
브이 네크라인의 카디건을 입은 공유. 출처=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한 神 도깨비’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몇 차례 비가 내리더니 그렇게 무덥던 더위도 한풀 꺾여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면 반팔 셔츠 위에 카디건(cardigan)을 걸치고 외출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카디건도 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카디건은 앞트임이 있는 스웨터를 총칭한다. V 네크라인(neckline)에 앞이 트여 있어 단추로 여미게 돼 있는 편성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와 터키·영국·프랑스·프로이센·사르디니아의 연합군이 크림반도·흑해를 둘러싸고 벌인 크림전쟁(Crimean War, 1853~1856) 때, 참전한 영국의 카디건 백작(Earl of Cardigan)이 이런 옷을 즐겨 입은 데서 명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크림전쟁 당시 카디건 경이 이끌던 영국군은 발라클라바(Balaclava) 전투에서 상관의 어이없는 명령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준비된 적의 포병 앞에 무방비 상태로 경기병대를 돌격시킨 것이다.

전쟁 당시 영국군은 추운 날씨에 보온을 위해 풀오버(pullover: 여밈이 없어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쓰듯 입는 스웨터)를 착용했는데 이 옷은 심한 상처를 입은 군인들을 치료할 때 불편했다.


이에 풀오버의 앞을 트고 단추를 달아 체온을 유지하면서도 부상병 치료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간편한 옷이 고안됐으며 이것이 카디건이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전쟁이 끝난 후, 발라클라바 전투에서 카디건이 이끌었던 경기병대가 거의 전멸한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카디건 백작이 즐겨 입었던 스웨터가 유행을 했고, 그 스웨터를 나중에 카디건이라 칭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카디건은 V 네크라인, 둥근 목둘레, 단추나 지퍼 여밈, 옷깃이 달린 것까지 여러 가지 디자인이 있고, 소재도 천연과 합섬, 매우 얇은 것에서 두꺼운 것까지 다양해 사계절 입을 수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이다.

 

카디건을 입은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 출처=에이치커넥트
카디건을 입은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 출처=에이치커넥트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갖춰 코트나 재킷 안에 받쳐 입어도 좋고 겉옷으로도 손색이 없다. 맞음새와 색감만 잘 살피면 유행을 안 타는, 꼭 필요한 기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형은 허리 아래 엉덩이 선 정도의 길이이지만 요즘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카디건이 유행하고 있다. 긴 카디건은 걸치는 것만으로도 우아하고 여성스러우며, 무채색에 퇴색한 파스텔 톤 등을 사용하면 시크(chic)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로브 카디건(robe cardigan)이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로브(robe)는 실내에서 입는 느슨한 가운이다. 


따라서 로브 카디건은 가운처럼 느슨하게 걸쳐 입을 수 있는 긴 길이의 카디건을 말한다. 넉넉한 맞음새를 가지고 있으며, 소재와 색상, 문양의 유무 또는 문양의 종류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고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이효리가 입고 나온 로브 카디건이라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이효리 효과’ 때문인지, 로브 카디건의 매출이 전년 대비 급신장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바쁜 일상 중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로브 카디건을 입은 채 차를 즐기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인들은 입시, 취업, 결혼, 육아, 승진, 실적, 명퇴 등등 저마다 무겁고 치열한 전쟁 같은 삶을 산다. 그런 이들이 잠시나마 느슨한 로브 카디건에서 가벼움과 편안함, 소박한 멋, 느림의 가치와 힐링(healing)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해어진 청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카디건을 걸치고 외출하면 어떨까? 해어진 청바지가 좀 부담스럽다면 밑단을 불규칙하게 살짝 잘라내고 입어도 좋을 듯하다.

<하희정 상명대학교 교수>


진분홍색 카디건을 입은 가수 지코. 연합뉴스
진분홍색 카디건을 입은 가수 지코. 연합뉴스


셔츠에 롱 카디건을 매치한 배우 지창욱. 알렛츠 제공
셔츠에 롱 카디건을 매치한 배우 지창욱. 알렛츠 제공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