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육군12사단 향로봉선점중대 ‘찾아가는 행복플러스’
격오지 병사에 맞게 2~3시간 맞춤형 진행
명상과 다른 관점에서 보는 방법 키워 줘
전우·후임·동기에게 감사 전하는 시간도 마련
군종참모 “기뻐하는 장병들 볼 때마다 늘 보람”
육군 부대 중 가장 높은 해발 1293m에 위치한 육군12사단 향로봉대대 향로봉선점중대. 좁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차로 1시간 남짓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주둔한 까닭에 낯선 얼굴을 보기 힘든 중대원들에게 지난 9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짙은 안개와 폭우를 뚫고 중대를 찾은 이들은 사단 군종부 군종장교들. ‘찾아가는 행복플러스(행·플)’ 프로그램을 위해 험한 산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군종장교들은 중대원들에게 행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
빗소리만 요란한 향로봉 정상에 향로봉선점중대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찾아가는 행·플’은 초급간부들의 행복 찾기를 위해 만들어진 ‘행·플’을 격오지 근무 병사에 맞게 재단장한 맞춤형 프로그램. 경계근무로 바쁜 병사들을 위해 2박3일짜리 프로그램을 2~3시간으로 축약해 행·플의 핵심을 짧은 시간에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찾아가는 행·플’의 문은 군종참모 권기태(소령·군종 61기) 법사가 열었다.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쉬면서 각자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되뇌는 명상으로 심신을 이완하는 방법을 소개한 것.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명상에 잠긴 병사들 얼굴에서 부대 생활의 피로감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다음으로 권 법사는 손바닥을 맞대고 힘을 겨루는 방법을 예로 들며 우리 마음속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갈등을 회피하거나 싸우면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 권 법사는 심신 이완을 통해 문제를 감싸 안음으로써 마음속 갈등 해결법을 제시했다.
이어진 강일주(소령(진)·군종 65기) 목사의 강의는 먹다 남은 커피잔을 들어 보이며 행복을 느끼는 데 있어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누군가에게는 먹다 남은 커피지만, 갈증에 시달리는 또 다른 이에게는 한 방울이라도 마시고 싶은 음료라는 점을 예로 든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 참 많습니다. 그걸 불평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바꿀 수 없는 데 자꾸 집착하고 불평하다 보면 정작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기회를 놓칠 수 있지요. 남은 군 생활을 바꿀 수도, 마음이 안 맞는 선임을 바꿀 수도, 힘든 부대 여건을 바꾸기도 힘들다면 지금 상황에서 감사의 조건을 찾아보세요. 감사는 연습입니다.”
활동지에 ‘자신이 지금 가장 힘들고 짜증 나는 상황’을 3가지 적고 그것을 감사로 바꿔보는 활동이 이어졌다.
‘휴가가 많지 않은 것이 불만스럽지만, 덕분에 휴가만 나가면 술과 담배를 즐기느라 건강을 망가지는 걸 예방할 수 있다’거나 ‘군 생활이 200일 넘게 남아 막막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남았다’는 식의 재기발랄한 답이 나와 듣는 전우들을 웃게 만들었다.
주변 전우들에 대한 감사도 빠질 수 없다. 평소 고맙게 생각했지만, ‘손발이 오글거려’ 차마 하지 못했던 감사 인사를 짧은 편지로 전하는 시간. 병사들은 자신의 의견을 항상 싫은 내색 없이 따라와 준 후임에게, 실수할 때마다 위로하고 늘 자신을 챙겨준 동기에게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해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프로그램 중간에 나눈 햄버거와 탄산음료도 ‘찾아가는 행·플’의 즐거움을 더했다.
짧아서 더욱 아쉬운 프로그램을 마친 후 중대원들은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호(22) 상병은 “맛있는 햄버거도 먹고 군 생활에서 감사한 일을 생각해볼 수 있어 즐겁고 포근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늘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정작 방법은 몰랐는데 이번 시간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는 김태수(22) 상병은 “관점을 바꿈으로써 불평을 감사로 바꿨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최윤철(대위·3사 45기) 중대장은 “프로그램에 푹 빠져 주변의 감사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지휘관으로서 중대원들이 서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전우애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이 참 고맙다”고 밝혔다.
권 군종참모는 “매번 험한 산길을 헤치고 격오지로 가는 일이 쉽지 않지만, 기뻐하는 장병들을 볼 때마다 늘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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