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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훈 병영칼럼] 군복으로 환복하라!

입력 2017. 07. 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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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LA 국제공항에서 귀국 수속을 밟고 있는데 장내 방송이 들려왔다. “군복을 입은 군인이 있으면 우선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 올 때마다 듣는 방송이지만 늘 놀랍고 부럽다.

군인은 전쟁이 일어나면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영웅을 외롭게 하지 않는다(America does not make a hero alone).’ 미국에서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사람에게 대통령이건 장군이건 먼저 거수경례를 한다. 또한, 명예훈장을 받은 현역과 예비역이 공항을 이용하면, 이 영웅의 탑승을 알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러운 박수와 환호를 끌어낸다. 메달 수훈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되며, 그 자녀들은 미국 육군사관학교(U.S. Military Academy)의 입학이 보장된다.

최근 미국의 비행기 안에서 앨버트 마를(Albert Marle) 상사를 둘러싸고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마를 상사는 승무원에게 제복 상의가 구겨지지 않도록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의 좌석은 이코노미석이었고, 옷이 구겨지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옷장은 일등석 승객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알게 된 일등석 승객들은 앞다퉈 그의 옷 보관은 물론 일등석까지 양보하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미국 국민이 군인과 군복을 얼마나 정중히 대하고 예우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나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생각했다. 인천공항에서 군인을 우선 탑승시키겠다고 방송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간복을 입은 이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요즘 군인들은 거의 다 군복을 민간복으로 갈아입고 외출하기 때문이다. 시내를 거닐어 봐도 멋진 군복을 입은 늠름한 군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독일은 재무장에 나서면서 의류회사 ‘휴고보스’를 통해 ‘기능과 디자인의 조화’로 평가받은 독일군 및 친위대 제복을 디자인했다. 당시 히틀러는 군복을 통해 독일군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적군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목적으로 이런 제복을 채택했다고 한다.

선진 군대인 우리 군대의 군복을 멋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 기술로 ‘기능과 디자인’이 조화된 군복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단, 대중과 학생들에게도 심사위원을 맡겨보면 어떨까? 그들이 심사하면 군복은 패셔너블(fashionable)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사들은 휴가 내내 군복을 입고 다니겠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정환’이 입은 공군 유니폼이 한때 ‘멋짐’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군인은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는 ‘슈퍼 히어로’다. 군인이 자발적으로 민간복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게 만들어 주고, 국민은 자연스럽게 군인을 사랑하게 하자. 우리나라 공항에서도 군복 입은 군인을 먼저 태워주겠다는 안내방송을 하루빨리 듣고 싶다.

“군복 입은 우리의 영웅들, 우선 탑승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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