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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희망은 잃었지만 공학도 꿈은 꼭 이뤘으면…”

김용호 기사입력 2017. 07. 08   22:28

참전용사 3세 아비 솔로몬

6·25전쟁서 혁혁한 공 세운 할아버지…귀국 후 공산 치하서 갖은 핍박

끼니도 잇기 어려운 가난 속 부모님은 아들의 교통사고로 치료비 폭탄

달리기조차 힘들지만 열혈 축구팬인 소년…이제 유일한 탈출구는 ‘교육’

 

 





축구를 좋아하는 아프리카의 한 소년이 있다. 또래보다 키가 작고 왜소한 이 소년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할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였고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빈민가 한국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을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황제근위대 소속 참전용사들이 귀국 후 보금자리를 튼 집단 정착촌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이 소년은 시간 날 때마다 부모님의 일을 도울 정도로 일찍 철이 들었다.

주인공은 에티오피아 한국마을 예카 지역에 살고 있는 아비 솔로몬(Abiy Solomon·15). 아비의 할아버지는 6·25전쟁 참전용사다. 당시 우리나라와는 국교도 수립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근위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 철의 삼각지 등 최전선 강원도 철원·화천 일대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귀국했다.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고 에티오피아가 1974년 공산화되면서 참전용사들은 17년간 모진 핍박을 받았다. 한국을 도왔다는 이유 하나로 일자리를 잃었고, 전 재산을 강탈당해 맨몸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아비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공산 치하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숨죽여 살았다. 오랜 실직으로 자녀들을 공부시킬 여력도 없었다. 가난은 그렇게 아비에게 대물림됐다. 당시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살던 에티오피아는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아비 솔로몬이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 생긴 발의 상처.

 

 


아비에게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언제나 ‘축구’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축구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표정도 환해진다. 과거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다.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리그까지 꿰고 있다. 축구광인 아비는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공을 차며 친구들과 몸싸움을 하다 보면 땀이 나고 힘든 일을 쉽게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라운드에서 전력질주를 하지 못한다. 사고로 다친 다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이 천천히 하자며 끼워주기도 한다. 아비는 한국마을의 히브렛 피레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일 여느 날처럼 등교하기 위해 길을 걷는데 갑자기 차량이 아비를 향해 돌진했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난폭운전 차량이 덮쳤다. 이 사고로 발이 10㎝ 넘게 찢어지는 열상(裂傷)에다 뼈가 부러지는 등 온몸에 중상을 입어 2개월간 입원해 치료받고 6개월간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부모님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병원비로 썼다. 그것도 모자라 큰 빚까지 졌다. 낙천적인 성격의 아비에게 요즘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이제 곧 병원 정기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축구 없이는 못 사는 아비의 꿈은 축구선수가 아니라 기계공학자다. 슬럼가 한국마을과 아디스아바바 시내에서 운행되는 택시와 자동차 대부분이 인명사고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고장이 나도 수리하기보다 멈춰 설 때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기계공학자가 돼 명품 자동차나 기계를 만들어 교통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단다.

끼니 해결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비의 꿈은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눈높이로 보면 사치다. 현재 아비의 아버지는 막노동판에서 일하거나 경비원으로 전전하고 있다. 아버지 수입만으로는 주택 임대료 내기도 벅차 어머니가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밤까지 배달원으로 일하며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부모님의 월수입은 1650비르 정도다. 그중 1000비르는 임대료고, 600비르 남짓으로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다. 이 돈으로는 식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사촌 집에 다섯 식구가 신세를 지고 있다.

교육받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알고 있는 아비의 부모님은 ‘교육만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아비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할아버지가 자유와 평화를 지킨,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싶다. 어려운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돕는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축구가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의 역사에 기여해온 것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15살 아비가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후원방법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가족을 도와주세요

문의: 02-429-4044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902-052203
예금주: (사)월드투게더
금액: 월 1만 원 이상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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