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서라벌, 계림 그리고 신라
신라를 고유어로 읽으면 ‘새내’… ‘새’는 철기를 의미
철기 문화 민족이 남하해 쇠(金) 성씨 가지고 세운 나라라는 해석
닭이 우는 숲 ‘계림’은 신라의 또다른 이름… 농경문화 상징하기도
신라는 참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기원전 57년, 개국 당시에는 서라벌·서나벌·시라·신라 등 발음을 조금씩 달리해 부르다 탈해왕 9년에 이르러서 나라 이름을 ‘계림’으로 바꿨다. 그후 다시 ‘서라벌’로 부르다가 지증왕 4년에야 ‘신라’로 그 이름을 확정했다.
삼국사기에서는 신라의 국호에 대해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 즉 ‘왕업이 날로 새로워지고 사방을 망라하였다’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한다. 많은 역사학자가 이것은 후세의 유교사상에 영향 받아 윤색된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1989년 경상북도 포항에서 발견된 냉수리 신라비에는 사라라는 국호가 사용됐지만, 1988년 발견된 울진 봉평비나 광개토왕비에서는 신라가 사용됐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신라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
그렇다면 ‘신라’는 무슨 뜻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먼저 조선의 실학자 한진서는 신라의 ‘신’이 한자의 새로울 신(新)이고, ‘라’는 한글로 나라의 라를 그대로 붙인 것이어서 신라는 ‘새로운 나라’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후 국문학자 양주동 선생은 신라와 사라, 사로 등의 표현을 우리 고유어 ‘새내’를 소리대로 쓴 것으로 보았다. 여기서 ‘새’는 동쪽, ‘내’는 땅을 뜻하므로 결국 신라는 ‘동쪽의 땅’이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 ‘새’의 의미를 솟아난다의 의미로 보아 ‘솟터’ 즉, ‘높고 신성한 땅’이란 의미로 보기도 한다. 이런 해석을 감안하면 동쪽의 신성한 높은 땅이란 의미로 풀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는 전혀 다르게 신라를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즉, 새로운 땅, 신성한 곳, 높은 곳 등과 같은 형용적 의미가 아니라, 구체적 사물인 철(鐵)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입장이 제기됐다.
신라의 원발음을 고유어 ‘새내’로 보되 ‘새’의 의미를 ‘쇠’ 즉 철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철을 만드는 땅 또는 나라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북방의 철기 문화를 가진 민족이 남하해 새발(金村)을 건설하고 촌명도 새발로 짓고, 지배족의 성씨도 쇠(金,昔)로 표현했다고 한다. 실제로 삼국사기에서 신라의 계통과 기원에 관한 기록을 보면, 고조선 유이민이 내려와 신라의 원집단인 사로 6촌을 이뤘다고 기록돼 있다.
‘수서’ 신라전에는 고구려가 관구검의 침입을 받았을 때 피난한 세력 중 일부가 남쪽으로 내려와 신라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즉 북쪽으로부터 내려온 새로운 유이민 집단이 쇠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와서 신라를 세웠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닭신을 섬긴 신라 사람들
한편, 신라의 다른 이름 ‘계림(鷄林)’에는 닭을 신성시하는 닭 토템이 반영돼 있다. 이에 관한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있다. 석탈해가 왕일 때 왕궁 옆의 숲에서 밤새 닭 우는 소리가 났다. 사람을 보내 살피니 나무에 금빛 천에 싸인 상자가 있고 그 위에서 닭이 울고 있었다. 그 상자에서 한 아이가 나왔는데, 그가 바로 김알지다. 이후 그 숲을 닭이 운 숲, 즉 계림이라 부르고 국호도 계림으로 바꿨다고 한다.
신라의 3성씨 가운데 김씨 족단(族團)이 닭을 자신들의 토템으로 여겨 숭배하고 신성시한 것을 반영한 이야기다. 또한, 삼국유사에서도 신라인들이 닭신을 섬긴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즉, 인도사람들은 신라를 ‘구구타 예설라’라고 부르는데 ‘구구타’는 닭을 말하는 것이고 ‘예설라’는 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은 1973년 경주시 황남동 155호 고분 즉, 천마도로 유명한 천마총의 유물함에서 토기에 담긴 달걀 20여 개가 출토됨으로써 더욱 극명하게 나타났다.
풍요와 번성의 상징, 닭
그렇다면 신라인들은 왜 닭을 귀하게 여겼을까? 학자들은 닭의 탁월한 생산 능력에 주목했다. 닭은 풍요와 번성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신라 3성씨의 시조인 박혁거세·석탈해·김알지는 모두 알에서 태어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새의 알, 물고기의 알 등과 함께 곡식의 낱알도 모두 알이라 표현된다는 점에서 이는 풍요와 번성의 상징인 동시에 토착 농경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신라의 이름과 별칭을 살펴봤다. 신라 국호의 다양한 의미는 모두 신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신라’라는 나라는 쇠를 만드는, 동쪽의 새로운 나라였다. 또한 이런 철기 문명이 닭을 귀하게 여기며 풍요를 기원하는 농경문화와 융합해 새로운 역량을 나타냈다.
요즘 말로 ‘얼리어답터’였던 신라, 이후 신라가 3국을 통일하고 승승장구했던 것도 다 이런 특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법종 교수/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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