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IT트렌드 따라잡기

말귀 알아듣는 IT 총아…주변기기서 주역으로

입력 2017. 06. 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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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AI 스피커


주요 IT기업 시장 선점 경쟁 치열

PC→스마트폰서 ‘대권’ 중심이동 중

날씨 정보·택시 호출 등 말만 하면 ‘척척’

에어컨 켜고 조명 제어…종교적 대화도

 

 


1980년대 이후 30여 년 넘게 IT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PC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2000년대 후반에 화려하게 등장한 스마트폰이 이동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득세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하위 리그에서 서서히 실력을 키워온 차기 주자가 드디어 ‘IT 제왕’ 등극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 에어컨 작동시키는 아마존 ‘에코’

주인공은 놀랍게도 스피커다. PC나 스마트폰의 주변기기 역할에 불과했던 스피커가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면서 단숨에 IT기술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키보드나 터치가 필요 없이 말만 하면 명령을 척척 수행하는 독특한 매력에 IT 마니아들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스피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아마존. 세계적인 유통업체로 알려진 아마존은 AI 스피커 ‘에코’로 IT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IT와는 거리가 먼 커다란 텀블러 모양에, 초창기에는 엉뚱한 답변으로 실소를 자아냈지만, 디지털 어시스턴트 서비스인 알렉사가 ‘학습’을 거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음악 재생은 물론 날씨 정보, 주식 시세, 주요 뉴스 검색, 피자 주문, 우버 택시 호출 등 요청만 하면 척척 수행해 낸다. 스마트 가전과 연동해 음성 명령만으로 에어컨을 켜거나 조명을 끄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2014년 처음 출시된 이후 780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철학·종교적 대화도 가능 구글 ‘구글홈’

구글의 추격도 매섭다. 2016년 말이 돼서야 ‘구글홈’으로 시장에 진출했지만, 인상적인 동영상으로 IT 마니아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미국 게임 영상 중계 사이트 ‘트위치’에서 한 이용자가 ‘구글홈’ 2대를 마주 보게 한 후 대화를 시켰는데 무려 350만 명 넘는 사람이 이를 시청했다. 이유는 2대의 ‘구글홈’이 대화를 나누면서 수준을 점점 높여 스포츠·여행 등은 물론 삶의 의미나 종교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사람이야?”란 질문에 “아냐, 넌 인공지능이야”란 대답이 나와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덕분에 구글홈은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가 최근 발표한 AI 스피커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24%까지 높였다.



4000만 곡 음성 명령으로 플레이 애플 ‘홈팟’

애플도 AI 스피커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첫 AI 스피커 ‘홈팟’을 선보였다. 12월 출시 예정인 홈팟은 스피커 본연의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고음을 담당하는 7개의 스피커 트위터와 1개의 우퍼를 내장해 주변 어디에서나 균일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4000만 곡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 뮤직과 시리를 연동해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노래와 비슷한 노래를 알려줘” “이 곡 드럼 연주자는 누구야” 등을 물어보면 바로 알려준다.



SKT의 ‘누구’.

 

 



SKT·KT·네이버·카카오도 AI 스피커 대전

국내 IT 기업들도 앞다퉈 AI 스피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가입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대화하듯 명령을 내리면 음악 감상은 물론 스케줄·쇼핑·IPTV·교통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10만 대가 넘게 팔려나갔다. 은행이나 증권과 연동해 계좌 잔액을 알려주고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올해 초 AI 스피커 ‘기가 지니’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IPTV 셋톱 박스와의 결합을 무기로 IPTV 고객까지 흡수한다는 목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업체들도 AI 스피커 대전에 참가할 태세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과 함께 AI 기술을 담은 스피커 ‘웨이브’를 개발해 올여름께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도 올해 안에 AI 스피커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음원, 동영상, 뉴스 추천, 음성 검색 등 자사 핵심 서비스를 AI 스피커에 적용할 방침이다.



KT의 ‘기가 지니’.

 

 

 

IT·가전 기기, AI 스피커의 명령 받게 될 듯

가히 ‘AI 스피커 대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IT업체들이 저마다의 AI 스피커로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시대의 가장 큰 먹거리인 데이터가 앞으로는 AI 스피커를 통해 유통될 것이기 때문이다.

PC 시대에 키보드 입력이 스마트폰 시대에 터치로 바뀌었듯이 AI 스피커의 등장에 따라 음성만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에어컨·조명·공기청정기·냉장고 등 다양한 스마트 가전이 속속 AI 스피커의 간택을 받는 중이다. 조만간 AI 스피커가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거의 모든 IT·가전 기기가 AI 스피커의 명령을 받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PC나 스마트폰도 누리지 못했던 지위를 AI 스피커가 차지한다는 말이다.

주변기기라는 설움을 딛고 기어이 제왕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AI 스피커에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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