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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더 가까이…호국영웅들 부활하다

이주형

입력 2017. 06. 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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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존경과 염원을 담아 바치는 獻詞(헌사)


부대·함정·건물 등에 호국영령 이름 부여

위국헌신 정신 계승·국가수호 의지 담아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간 우리 군은 6·25전쟁과 베트남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워왔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바친 전쟁영웅들이 있었다. 세월을 뛰어넘어 부대 명칭이나 건물·도로 이름으로, 또는 함정명으로 다시 태어나 국가를 수호하고 있는 그들의 이름을 살펴본다.



 

채명신·백선엽·안중근 장군실 등 운영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는 채명신 장군실이 있다. 지난 2014년 11월 19일 故 채명신 장군 1주기를 앞두고 회의실을 ‘채명신 장군실’로 새로 단장, 운영하고 있다. 육군이 회의실을 ‘채명신 장군실’로 이름 붙여 개관한 것은 이유가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의 영웅이자 부하 사랑의 표상으로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채명신 장군의 참군인 정신을 길이 계승하고, 사람 중심의 병영문화 혁신을 이뤄 강한 육군, 국민의 군대로 재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다.

육군은 채명신 장군실 개관 이전에도, 본청 내 시설에 백선엽 장군실(2005년), 안중근 장군실(2010년), 6·25전쟁 전승영웅실(2010년) 등으로 이름 붙여 나라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군의 정신적 지표로 기리고 있다. 이들 시설은 본래 용도 외에 육군본부 근무 간부와 전입 장병, 방문객, 모범장병 안보현장 견학코스로도 함께 활용된다.



회의실로도 사용하는 육군본부 안중근 장군실.

 

 

 

부대명·애칭으로 명명…전통·명예 계승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부터 일선 부대에서는 표상이 될 만한 인물의 이름으로 부대명을 지어 전통과 명예를 계승해 오고 있다. 수류탄을 몸으로 감싸 장병들의 희생을 막은 강재구 소령을 기린 육군수도기계화사단의 재구대대, ‘포병의 군신’이라는 김풍익 중령의 이름을 딴 육군8사단의 풍익대대가 좋은 예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런 사례들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육군12사단의 경우 여방오 대대, 최남수 대대, 윤길병 대대 등 그 부대 전쟁영웅들의 이름을 부대 애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제주해군기지에 문을 연 김영관 센터는 유명하다.

김영관 대장은 8대 해군참모총장과 12대 제주도지사를 역임하며 제주 발전을 이끌어 해군과 제주도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기린 김영관 센터는 민군공용복합문화센터로서 제주도민들은 물론 장병들의 훌륭한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또 해군사관학교에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손원일 제독과 베트남전의 영웅 이인호 소령의 이름을 딴 손원일관과 이인호관이 있다. 교육사에서는 ‘충무공길’과 제2연평해전 희생자인 ‘박동혁길’, 인천상륙작전의 숨은 영웅인 ‘홍시욱길’과 ‘이인호길’을 제정해 기리고 있다.

 



6·25전쟁의 영웅, 하텔 중위의 이름을 딴 하텔 하우스.

 

 

 

우리 역사적 인물 이름을 붙인 함정들

해군의 또 다른 특징은 함정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구축함과 잠수함 등에 우리 역사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들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1800톤급 잠수함인 KSS-Ⅱ는 독립운동 및 광복 후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물의 이름을 따르고 있다. 손원일함과 안중근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참수리급 고속정의 후속전력인 유도탄고속함(PKG)은 해군 창설 후 전투와 해전에서 귀감이 되는 인물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1번 함은 제2연평해전에서 순직한 윤영하 소령을 기리기 위해 ‘윤영하함’으로 명명했고, 뒤이어 조천형 중사, 김창학 하사 등이 유도탄고속함으로 부활해 우리 바다를 지키고 있다.

공군사관학교는 공군 역사와 학교 목표에 대한 정확한 인식 및 위국헌신 정신 고양의 일환으로 건물이나 도로명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며 현양하고 있다. ACE 센터와 그 주변 길을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호를 따서 도산관, 도산로라 했다. 또 서암 김정렬과 단재 신채호 선생의 호를 따라 도서관과 교수부 주변을 각각 서암관·서암로, 단재관·단재로로 부르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 캠프 레드클라우드 내 미사단 박물관의 김동석 영웅실을 둘러보고 있는 카투사 병사들.

 

 

 


주한 미군 기지의 건물 명칭

전국에 자리 잡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는 줄잡아 수십 곳이 넘는다. 이중 상당수가 6·25전쟁 당시 남다른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한 미군 장병들의 이름에서 기지와 건물 이름을 따왔다. 나이트 필드는 한미연합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주요 의식이 치러지는 주 연병장의 이름이다. 이는 3사단 7보병연대 F중대 소속의 노아 나이트 일병의 이름에서 나왔다. 노아 일병은 1951년 11월 23·24일 고왕산 부근 고지에서 일어난 전투에서 급조폭발물을 휴대한 채 아군 진지로 돌입하는 중공군을 저지하다 터지는 폭탄에 중상을 입었다. 미국은 노아 일병의 탁월한 용기를 인정,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최근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으로 문을 닫은 하텔 하우스. 미군 고위장교 식당으로 사용되는 이곳의 주인공 하텔도 전쟁 영웅이다. 포병관측장교였던 그는 1951년 8월 중공군의 사격으로 전사할 때까지 위험에 노출한 채 아군의 포병지원사격을 유도했다. “포대 계속 사격!”이 그의 유언 아닌 유언이다.

이외에도 ‘버리스 홀’, ‘콜리어 필드 하우스’, ‘하몬드 야구장, ‘캠프 코이너’, ‘모이어 센터’, ‘캠프 레드클라우드’ 등의 명칭도 전쟁 영웅들을 기린 것이다. 아울러 미2사단 박물관에는 미군이 손꼽은 6·25전쟁의 4대 영웅 중 하나인 ‘김동석 영웅실’도 있다.

한미연합사에 근무하는 한 한국군 장교는 “미군들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장소 거의 전부에 전쟁영웅들의 이름을 붙여 놨다고 보면 된다”며 “전투에서 자기희생을 감수하며 맹활약한 장병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고 본받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미군 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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