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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잊지 않은 분들 덕분에 보람있는 여정”

신인호

입력 2017. 06. 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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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김- 24개국 6·25전쟁 참전용사 찾아 감사 인사 전한 재미교포


 자신과 약속했던 ‘끝나지 않은 전쟁 알리기’ 10년 만에 실천

미국 LA·캐나다·터키·에티오피아·인도·호주 등 200여 명 찾아

인터뷰 동영상으로 기록…소장한 사진·편지 등 자료 정리까지

미주한국일보, 4월부터 ‘한나 김의 한국전 참전군인 방문기’ 연재

 

 

 

 



“전쟁 자체가 점점 잊혀져 가고, 참전용사들도 돌아가시잖아요. 그분들이 살아계실 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그분들이 겪은 이야기를 모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 전하고 싶었습니다.”

2009년 미국의 ‘한국전 정전 기념일 법’ 청원을 주도했고, 찰스 랭글(86)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의 수석보좌관을 지냈던 한나 김(한국명 김예진·33) 씨가 4개월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찾아가기 여정’을 마치고 한국에 와 지난달 23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백선엽(예비역 육군대장) 장군을 예방하고, (사)6·25진실알리기본부도 방문했다.

김씨의 이 같은 여정은 2007년 당시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참배한 뒤 그 자신이 앞으로 ‘끝나지 않은 전쟁 알리는 활동 하기’ ‘참전국 직접 방문해 감사 말씀 전하기’ 등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10년 만에 실천한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참전용사. 한나 김 제공


지난해 12월 랭글 전 의원의 정계 은퇴와 함께 워싱턴 정가를 떠나면서 구체화한 김씨의 여정은 지난 1월 19일 시작됐다. 이날 미국 LA에서 출발한 그는 캐나다를 거쳐 콜롬비아·스웨덴, 그리고 그리스·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인도·호주·뉴질랜드·일본의 참전용사들을 찾았다.

보통 한 나라에서 3박4일씩 머물면서 적게는 한 명, 많게는 10명도 뵀다. 그렇게 200여 명을 만났다. 오늘의 자유 대한이 있도록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동시에 인터뷰를 하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동영상 등으로 기록했다. 그들이 소장한 사진이나 편지 등의 자료도 입수, 정리했다. 녹록한 일정이 아니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 해도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었고, 음식도 제때 챙겨 먹기가 쉽지 않았다. 시차로 인한 고통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캐나다와 콜롬비아, 러시아 등 곳곳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들이 자기 일인 것처럼 김씨의 일정을 꼼꼼히 챙겨주었다. 고마움이 얼마나 컸는지 반드시 ‘위원들의 자발적 도움’이라 써달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뜻이 있고, 보람이 있는 여정이기에 견딜 만했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않고 방문한 스웨덴에서 101살의 할머니를 만난 것은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로 참전했던 그 할머니는 당시 참상을 아직도 분명한 발음만큼이나 똑똑히 들려주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난, 공군 대장으로 전역한 할아버지는 포로로 잡혀 고생한 이야기를 하며 “그때 동상에 걸려 흉터가 남은 이 손을 보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죽으면 꼭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한 네덜란드 참전용사와의 이별은 가슴 아린 기억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북한군으로 참전했던 안동수의 후손을, 중국에서는 통역병으로 북한군의 일원이 됐던 조선족도 만났다. 그의 여정에 ‘감사’뿐만 아니라 ‘화해’의 뜻도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이러한 만남을 매일매일 빠짐없이 기록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iremember727)과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remember727)에도 그때그때 사연들을 올렸다. 미주한국일보(www.koreatimes.com)에는 4월부터 ‘한나 김의 한국전 참전군인 방문기’를 연재 중이다.

영국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페이스북에 “너는 지금 어느 나라를 방문하겠구나”라는 글을 남기며 격려해줬다. 이런 분들이 있어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숨진 해외 참전용사들의 넋을 위로한 후 서울로 와 백선엽 장군 등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그의 이러한 일정에 아리랑TV가 주목했다. 페이스북 등에 실린 사진 등을 토대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6월 중 방영할 예정이다.

김씨는 “전 세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모두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한국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리는 6·25전쟁 그 자체뿐만 아니고 참전용사분들도 잊고 있지 않나 싶다”면서 “우리가 전쟁을, 그분들을 최대한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6·25전쟁과 7·27정전협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임을 말했다.

“아침 알람 시간도 6시25분, 7시27분”이라는 한나 김씨. 6·25전쟁과 관련된 그의 활동이 이번 여정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임을, 그렇게 아침마다 일깨우고 실천할 것임을 그렇게 말해주었다.

재미교포 한나 김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6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했다. 미국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한국으로 와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조지워싱턴대에서 의회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전 연방하원의원(뉴욕)의 수석보좌관(2010∼2016)을 지냈다. 2008년 6·25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며 참전군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기 위한 청년단체 ‘리멤버727(remember727)’을 결성하고 매년 7월 27일 워싱턴DC 링컨 메모리얼에서 기념식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한국전 정전 기념일 법’ 청원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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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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