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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키우는 도시 아이...활기 찾는 시골학고...군인 선생님 ‘마법 같은 자연 교육’

안승회

입력 2017. 05. 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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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1사단 장병들, 농촌서 재능나눔


 

 


전국 곳곳에 있는 많은 시골 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에 따라 입학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어서죠. 시·도 교육청은 폐교 반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라는 거시적인 변화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독자 여러분, '농촌 유학'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농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6개월 이상 농촌 지역 학교에 다니며 마을 주민들과 시골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0년부터 예산을 지원하고 있죠.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는 소규모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 아이들의 역유학(?)이 반가울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자연을 만끽하며 정규 학습 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농촌 학교에는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학원이죠. 사교육 문제 때문에 골치 썩을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만 학원을 안 보내면 또래 아이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군 장병들이 아이들의 학습 지원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양구군 배꼽산촌유학센터에서 일일 선생님으로 활동 중인 육군21사단 장병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강원도에서 자연 친화적 교육

배꼽산촌유학센터는 한반도의 정중앙 '배꼽'인 강원도 양구군 동면에 2011년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초등학생 4명, 중학생 3명이 머물고 있죠. 아이들은 무기력, 산만함, 내성적 성격 등을 이겨내려고 산골로 모여들었습니다. 차로 10분 거리인 원당초등학교와 대암중학교에서 공부합니다. 아이들은 곰취나물 만들기, 두부 만들기 등 도시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자연 친화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올바른 인성을 기릅니다. 떡을 치고 콩고물을 묻히며 전통방식으로 인절미를 만들기도 하죠. 직접 만든 떡을 맛보며 성취감을 얻습니다. 그렇다고 학습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2~3명에 불과한 학교에서 아이들은 개인과외에 가까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습니다.



눈높이 학습지원 멘토 역할까지 톡톡

방과 후 배꼽산촌유학센터 생활은 오케스트라 활동, 요리 체험, 텃밭 가꾸기 등으로 다양하게 채워집니다. 아이들은 패스트푸드 대신 산나물 맛을 알아가고 제 손으로 기른 채소로 밥상을 차리며 인성을 함양합니다. 학습 역시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마침 기자가 유학센터를 방문한 지난 6일에는 육군21사단 장병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학습지원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지요. 선생님을 자처한 장병들의 실력은 수준급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조영민 일병이 수학 선생님,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재환 병장은 미술 선생님으로 나섰죠. 영어 선생님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범식 일병이 맡았습니다. 딱딱한 수업이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수업 방식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장병들을 형이라고 부릅니다.

장병들은 아이들에게 학습 지원뿐 아니라 멘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가정을 떠나 먼 산골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과 외로운 유학 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공통된 환경요소가 이들을 가깝게 만들어줘 긍정적인 멘토링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날 아이들은 장병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했습니다. 커다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 만든 카네이션을 장병들 가슴에 달아줬죠. 그리고 일제히 외쳤습니다. "군인 선생님 고맙습니다." 장병들은 뿌듯함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을 안아줬습니다.




양질의 교육으로 폐교 위기 시골 학교 도와배꼽산촌유학센터 김봉겸 사무장은 장병들의 학습지원 봉사가 농촌학교를 살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는 도시 아이들 덕분에 매년 감소하는 전교생 수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주는 장병들 덕분에 학교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장병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고 입을 모읍니다. 육군21사단은 농촌학교 살리기에 동참하고 장병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학습지원 봉사활동을 5월부터 정례화하기로 했습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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